2024년 5월 11일(토)

“매주 화요일 10시, 카카오톡 ‘주문생산’ 탭 눌러보세요”

카카오 소셜임팩트팀 홍은택 수석부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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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스로 주문해봤어요? 이거 직접 해봐야 아는데….”

지난 5일,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만난 홍은택(53·사진) 수석부사장은 인터뷰 시작부터 스마트폰 내 카카오톡 앱을 열어 보여줬다. “카카오톡 더보기를 클릭하면 ‘주문생산’ 탭이 있어요. 매주 화요일 10시에 주문이 오픈합니다. 오늘 오픈한 상품 하나는 1시간 40분 만에 완판됐어요.”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MAKERS with kakao) 는 김범수 의장이 2014년 11월 발표했던 ‘소셜임팩트’ 사업 첫 번째 모델로 선주문 제작 방식의 모바일 플랫폼이다. 제조업체의 재고 부담을 낮춰 수요와 공급의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것이 핵심. 지난 2월 16일 론칭한 지 한 달 만에 2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셜임팩트팀의 수장을 맡고 있는 홍은택 수석부사장을 만나 그 방향성을 들어봤다. 언론인 출신인 홍은택 수석부사장은 네이버에서 서비스 운영 총괄 이사를 역임하고 2012년 카카오에 합류, 콘텐츠 서비스 부사장, 다음카카오 콘텐츠팀 팀장을 거쳐 2015년부터 소셜임팩트팀 팀장을 맡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소셜임팩트를 ‘기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자립할 수 있는 재무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카카오에서 첫 사업으로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엔 막막했다. 우리가 원래 사회 공헌을 하는 조직이 아니지 않나. 사회적 가치도 창출하고 재무적인 성과도 내야 한다니, 어려운 미션이다. 모바일 시대에 가능해진 ‘수요 경제’에 착안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 중심의 대량 생산 덕에 ‘공급’부터 했다. 공급과 수요를 맞추기 어려워 불필요한 재고 부담이 생겼다. 이제는 모바일로 수요를 조직하는 게 쉬워졌다. 우선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량을 주문하는 형태인 ‘공동 주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메이커스는 ‘재고 없는 생산’을 지향한다.”

―메이커스 플랫폼은 소비자가 제품을 주문한 뒤 3~4주 정도 물건을 기다려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한 소비’다. 상대적으로 소량 생산이다 보니 비싼 상품도 많다.

“불편한 소비가 아니라 ‘가치 있는 소비’다. 일주일간 메이커스 페이지 평균 방문자 수는 450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결제까지 선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로켓 배송 시대에 누가 한 달이나 기다려서 물건을 받으려고 할까. 그런데 매주 화요일 10시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메이커스에선 제품별로 최소 주문 수량, 최다 주문 수량이 표시돼 있다. 최소 주문 수량을 달성하는 걸 ‘주문 성공’으로 보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아예 생산하지 않는다. 처음 시작할 때는 70~80% 정도 주문 성공했다면, 지난주에는 13개 아이템 모두 성공했다. ‘매진'(최다 주문 수량까지 달성)된 비율도 절반이 넘는다.”

―요즘에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사이트에서도 수요를 예측해 생산할 수 있다. 차별점은 무엇인가.

“크라우드 펀딩은 일회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메이커스는 지속적인 판매 플랫폼이다. 최다 주문까지 완료된 상품의 경우, 소비자는 앙코르 판매를 요청할 수 있다. 재판매가 시작되면 카카오톡으로 알려준다. 앙코르가 한두 번 되면, 브랜드 입장에서는 충성된 고객이 확보되는 거다. 가죽시트, 안전벨트 등 폐자동차 부산물로 가방과 지갑을 만드는 브랜드인 ‘모어댄’의 경우 벌써 두 번이나 앙코르를 진행했다.”

―카카오는 4800만명이 이용하는 최대 플랫폼이다. 입점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지금 메이커스 플랫폼에 들어온 브랜드가 200개 정도 되는데, 현재 제휴 문의가 350곳 이상이 들어왔다. 소셜임팩트 팀이 입점할 업체를 선정하고, 콘텐츠 제작까지 지원한다. 수수료는 업체별로 다르다. 주문에 성공하면 결제금액의 50%를 생산자에게 줘서 주문에 들어가고, 제품이 인도되면 나머지를 전달한다. 개별 브랜드뿐만 아니라 서울SBA, 제주도, 문화관광부 등 다양한 기관과도 협력해 상품 판매의 기회를 준다. 제품뿐만 아니라 문화 상품도 해당된다. ‘김광석 다시부르기’에서 김광석 앨범을 LP로 복각한 상품도 곧 선보인다. 수요 경제를 촉진시키는 것이 큰 미션이고, 제조업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다른 분야로도 확장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IT기업인 카카오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 같은 사업을 진행하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소비자들이 메이커스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한정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한정판이 주는 희소가치도 있지만, 공급자들은 그만큼만 팔아서는 못 먹고 산다. 지속적으로 주문과 판매가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내용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첫째 과제다. 다른 프로젝트로는 ‘농업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농민이 250만명인데, 40% 이상이 60세 이상이다. 20년 뒤면 급격히 감소한다.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에게도 농업 문제는 중요한 사회 문제다. 기업가정신으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풀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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