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사회적기업, 성공이나 수익보다 ‘소셜 미션’에 집중하라

英 ‘프롬 베이비스 위드 러브’ 세실리아 크로슬리 대표

“예쁘고 멋진 새 제품을 자선 목적으로 살 순 없을까요? 더구나 아이가 쓰는 물건이라면요.”2016031402074_0

영국의 사회적기업가 세실리아 크로슬리(Cecilia Crossley·37·사진) 대표가 유기농 아동복 브랜드 ‘프롬 베이비스 위드 러브’를 창업한 이유다. 영유아복, 아동용품을 판매하는 이곳의 수익금 전액은 국제 아동복지기관인 ‘SOS 어린이마을’에 기부된다. 지난 4년간 지원한 아이들은 1000여명. 오로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다. 2013년에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 톱(TOP) 25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달 주한 영국문화원 초청으로 방한한 세실리아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을 ‘스토리’라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사회적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다른 경쟁사들과 싸울 수 있을까요. 아주 간단해요. 기업의 사회적인 가치(social mission)가 고객의 감정을 자극해 제품 판매로 이어지는 거죠. 결국은 ‘스토리’입니다.”

윤리적 소비 제품은 대개 고가 상품이 많지만, 프롬 베이비스 위드 러브 제품은 다르다. 평균 가격대가 20파운드(한화 약 3만~4만원) 정도로, 타 유기농 아동복 브랜드와 비슷하다. 어떻게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 비밀은 ‘고정비 절감’에 있다. 이 회사는 오프라인 브랜드 매장이 없다. 전자상거래로 제품을 판매하며, 유통 마진을 줄였다. 직원 고용도 프로젝트 단위 계약이다. 창업한 지 5년째지만, 1인 기업을 고수한다. 대표가 기본적인 회계, 영업, 마케팅 등 기업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담당한다. 디자인은 새로운 제품 라인을 출시할 때,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진행한다. 리스크를 최소화하자는 전략이다. 세실리아 대표는 “영국의 소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의 경우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계약을 통해 공급하는 사업)’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지속가능한 전략일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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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베이비스 위드 러브의 유아복 사진 /프롬베이비스위드러브 제공

세실리아 대표는 “소셜 미션에 집중하는 것이 더 많은 사업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롬 베이비스 위드 러브는 지난해 영국의 최대 드러그스토어(drug store·약국과 잡화점을 합친 형태의 매장)인 ‘부츠(Boots)’와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유아용 제품을 출시했다. 파트너십에 대해 “부츠는 유아용 제품으로 사업 확장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회계사였던 세실리아 대표가 열혈 사회적기업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대형 컨설팅·회계 전문회사인 KPMG의 CSR 부서에서 업무를 맡으면서 사회적기업과 자선단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국제 자선단체인 ‘Vol untary Service Overseas(VSO)’로 이직하며 비영리 섹터에 발을 디뎠고,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가이아재단(Gaia Founda tion)에서 재정 및 운영 총괄을 맡기도 했다. 영리와 비영리를 아우르는 경험은 그녀가 사회적기업가로 설 수 있는 자산이 됐다.

“대기업에서 컨설팅을 하면서 기업들의 수많은 고민을 알게됐어요. 능력있는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문제였죠. 엄마가 된다는 건 큰 도전이거든요. 이때 기업에서 조금만 지원을 해주면 직원들도 행복하고, 회사도 헌신적 직원을 얻을 수 있어요.”

프롬 베이비스 위드 러브의 대표 상품은 ‘기업용 선물박스(Corporate gift package)’. 육아 휴직을 떠나는 직원들을 위한 선물용 아기옷 패키지 상품이다. 딜로이트 컨설팅 회사를 포함한 영국의 대형 로펌, 미디어 회사가 주요 고객이다. 세실리아는 “기업은 직원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하면서 회사의 가치를 함께 전달할 수 있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에서 인재를 끌어당기는 파워풀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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