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비닐하우스 지붕 빗물로 年160만t 물 아낄수 있어요

K-water 대국민 사회공헌 공모전
일상 속 물 절약… 분교 40t 물후원도

“우리가 모은 빗물이 스프링클러를 통해 사방으로 뿌려지는 순간, ‘우리 아이디어가 진짜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전율을 느꼈죠. 적정 기술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에 확신이 생겼습니다.”(안희석·26·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3)

지난달 29일,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권지역본부에서 열린 ‘K-water 대국민 사회공헌 공모전’ 시상식 현장. 올해 처음 개최된 이번 행사는 물에 관한 사회 문제에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마련됐다. 137건의 응모작 중 최우수상을 받은 ‘는개’ 팀의 안희석씨가 수상 소감을 발표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공동 최우수상에 오른 소셜벤처 ‘워터팜’의 배선혜(25)씨는 볼리비아 식수 지원을 위해 현지에 간 팀원들이 어렵게 보내온 메시지를 전했다. “저희는 지금 볼리비아 포코포코 마을에 와 있습니다. 저희 프로젝트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국내외로 확산되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달 29일 K-water 수도권지역본부에서 열린 대국민 사회공헌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에서는 최우수상 2팀 등 총 11개 팀이 수상했다. 11개팀은 총 137개 팀 중 네티즌 4만여명과 전문가 평가를 거쳐 최종 선발됐다. /K-water 제공
지난달 29일 K-water 수도권지역본부에서 열린 대국민 사회공헌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에서는 최우수상 2팀 등 총 11개 팀이 수상했다. 11개팀은 총 137개 팀 중 네티즌 4만여명과 전문가 평가를 거쳐 최종 선발됐다. /K-water 제공

대체 무엇이 젊은이들을 이토록 ‘물’에 빠지게 했을까. 참가자들은 “머릿속에 갇혀 있던 아이디어를 세상에 끄집어내 실현시킨 경험이 가장 특별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공모전은 공익적인 가치가 높은 아이디어를 1차 선발, 실행을 지원해 성과를 평가했다. 대학생 IT 소셜벤처 창업 동아리에서 만나 ‘는개’팀을 결성한 4명의 대학생은 비닐하우스에 IT 기술을 접목했다. 국내 수자원의 50%가 농가에서 쓰이는 만큼, 농촌의 안정적인 물 공급이 절실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은 비닐하우스 지붕 양쪽에 빗물받이 처마를 붙여 빗물이 지붕에서 흘러내리면 처마를 따라 물탱크에 저장되게 했다. 물탱크가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ICT 전용 미니 컴퓨터(시가 30만원)와 연결돼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 앱으로 습도를 유지하고 농작물을 관리할 수도 있다.

“8월 한여름에 열흘 넘도록 비닐하우스 지붕에서 씨름을 하는데 죽겠더라고요(웃음).” ‘는개’팀의 김희영(20·이화여대 교육공학과3)씨는 지난여름 비닐하우스 시공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이야기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IT 등 기술력은 있었지만 농촌 환경이나 시공 등 현장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팀원들은 농촌 주민과 멘토들이 해준 조언으로 지식의 빈틈을 보완해나갔다. 보름간의 노력으로 완성된 비닐하우스 시설은 앞으로 연간 약 160톤(t)의 빗물을 모아 재사용할 수 있게 된다. 용수 확보뿐만 아니라 일손 부족 문제까지 ‘일거양득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소셜벤처 ‘워터팜’은 ‘물 공유’라는 개념을 국내 최초 도입했다. 박찬웅(34) 워터팜 대표는 캄보디아로 자원봉사를 갔다 식수가 부족해 흙탕물을 마시는 아이를 보고 사업을 구상했다. 올해 박 대표는 수년 전 캄보디아에서 본 현실을 충북 대정분교에서 마주했다. “여태 해외 개발도상국에만 지원을 했는데, 국내에도 할 일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죠.” 워터팜은 이번 공모전에 참가, 한 달 동안 각 가정에서 1t의 물을 절약하면, 동량을 대정분교에 기부하는 시민 참여형 기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아이디어는 지난 8월 한 달간 강동구 강일리버파크 40가구에서 실현됐다. 워터팜은 일상 속 물 절약을 유도하고 하루 단위로 측정되는 아파트 수도계량기 시스템을 활용해 SNS로 각 가구의 물 사용 실태를 분석해주기도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40가구 모두 한 달간 1t의 물을 절약하는 데 성공하면서 목표치인 40t의 물을 대정분교에 후원할 수 있었다.

기부에 참여했던 주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박 대표는 “처음엔 물 절약으로 생활이 불편해질까봐 걱정하던 주민들이 수도 요금도 줄이면서 좋은 일까지 할 수 있는 데다 아이들 교육도 돼 ‘일석삼조’라고 좋아해주신다”며 “‘물 공유’라는 우리의 목표가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까운 곳에서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최계운 K-water 사장은 “모든 국민이 물 혜택을 골고루 누리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물의 사회적 가치를 높일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 K-water에 이야기 해달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