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한국수출입은행 홍보·수출… 전문 지식 살려 ‘사회적기업 성공’ 돕는다

한국수출입은행프로보노 봉사단
전문 분야의 재능·경력 살려지식·서비스 무료 제공하는 봉사
봉사마일리지 주고 업무시간 줄여 직원들 참여 독려하기도

미상_그래픽_프로보노_사회적기업_2010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은 서울 마포구 대흥동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회사라기보다는 공동체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직원들의 명함에 새겨진 문구도 인상적이었다. ‘사람은 새로운 마음으로, 버려지는 것은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게 하는 소셜 벤처.’ 터치포굿은 폐현수막 및 폐광고판 등을 이용해서 가방 및 지갑을 제작 판매하는 친환경 사회적기업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강상진(33) 대리는 터치포굿과의 신선한 첫 만남을 회상하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강 대리가 터치포굿을 찾아간 것은 사내 봉사단인 ‘프로보노 봉사단’ 활동을 위해서였다. 터치포굿에서 프로보노 봉사단에게 요청한 것은 수출 관련 자문을 해달라는 것.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을 늘리고 싶은데, 수출 절차나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강 대리와 동료들은 터치포굿 담당자들이 수출업무에 필요한 능력이나 기술을 키울 수 있도록 무역 관련 교육과정을 안내하고 참고도서를 전달했다. 세 차례 이어진 만남은 봉사단에게도 유익했다. 강 대리는 “업체를 돕기 위해 수출 관련 공부를 하면서 우리 스스로 많이 배웠고,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1,2)한국수출입은행 프로보노봉사단이 사회적 기업 위캔쿠키를 방문해 강연을 듣고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제공
(1,2)한국수출입은행 프로보노봉사단이 사회적 기업 위캔쿠키를 방문해 강연을 듣고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제공

한국수출입은행 ‘프로보노 봉사단’은 강 대리처럼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사회적기업에 전수하는 일을 하는 사내 봉사단이다. ‘프로보노’란 말은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에서 온 말로,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지식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봉사활동 또는 봉사자를 가리킨다.

한국수출입은행 프로보노 봉사단이 출범한 것은 지난 6월이었다. 사내 온라인 공고를 본 직원 27명이 모여 봉사단을 꾸렸다. 봉사단의 역할은 전문 노하우가 필요한 신생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것. 각자의 재능과 경력을 살려 사회적기업을 지원할 분야를 결정했다. MBA 출신이거나 CPA 자격증을 가진 직원은 마케팅 쪽을, 어학 능력이 뛰어난 직원은 통·번역 쪽을, 인사·조직·노무관리 직원은 경영관리 쪽을 맡았다. 직원 서너 명이 짝을 지어 모두 8개 그룹이 됐다. 이후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세스넷(SESNet)의 도움을 받아 8개 사회적기업을 추천받은 다음, 그룹별로 하나씩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게 됐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장애인이나 저소득층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 생산성이 떨어지게 마련이죠. 프로보노 봉사단은 사회적기업이 자신의 미션을 잊지 않으면서도 기업으로서의 면면을 갖추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프로보노 봉사단의 총책임자인 박진오(42) 부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봉사단원인 정현수(43) 부부장, 강상진(33) 대리, 김민정(29) 대리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네 사람은 현재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서로 다른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청도에서 3년간 근무해서 중국어에 능통한 박 부부장은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공연예술단체 ‘들소리’를 위해 홈페이지를 중국어로 번역하고 있다. MBA 출신인 정 부부장은 중증장애인을 주유원 및 세차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나눔의 일터’를 위한 홍보전략을 짜주고 있다. 법학과 출신으로 수출 관련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강 대리는 ‘터치포굿’의 수출 실무를 자문해주고, CPA 자격증을 가진 김 대리는 서울 홍대 앞에서 프리마켓을 운영하는 ‘일상예술창작센터’를 위해 회계금융 관련 자문을 해주거나, 고객발굴 전략을 세워주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6월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세스넷(SESNet)과 업무협약식을 맺었다. /한국수출입은행 제공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6월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세스넷(SESNet)과 업무협약식을 맺었다. /한국수출입은행 제공

한국수출입은행은 프로보노 봉사단이 사회적기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지난 6월 29일에 있었던 프로보노 봉사단 발족식 때는 사회적기업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특강을 실시했다. 참가자 전원에게 ‘한국의 보노보들’이라는 사회적기업에 관련된 서적을 나눠줬고, 점심으로는 사회적기업 ‘행복한 도시락에서 만든 도시락을, 기념품으로는 사회적기업 ‘위캔쿠키’에서 만든 과자를 제공하기도 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기업이 만든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프로보노 봉사단원들은 다른 동료들에게 틈틈이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괜히 어려울 것 같아 망설이는 동료가 많다며 아쉬워했다.

“사회적기업에서 요구하는 건 의외로 단순해요. 처음에는 경영전략이니 홍보전략이니 전문적인 컨설팅을 해줘야 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눈높이를 낮춰서 블로그 제작처럼 손에 잡히는 일을 해주는 게 낫더군요.”

정 부부장은 최근 기본적인 온라인 홍보수단도 갖춰져 있지 않았던 ‘나눔의 일터’를 위해 블로그를 만들어줬다. 그는 프로보노 봉사단 활동에 대해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직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라고 평했다. 한국수출입은행도 프로보노 봉사단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업무시간을 줄여주거나, 봉사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장기적으로 한 명의 프로보노가 한 개의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1 프로보노, 1 사회적기업 매칭’을 목표로 정했다. 박 부부장은 “프로보노 봉사단 활동이 제대로 정착되면 50명의 프로보노가 50개의 사회적기업을 맡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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