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우리가 만든 기술로 안전문제 해결하려 42.195 시간을 달렸어요”

제1회 SW 융합 ‘해카톤’ 대회
참가자가 안전 문제 해결 위해 프로그램 개발·기술 활용 미션
‘페이보리’ 팀, 식품 유통기한 따라 가격 책정 바코드 앱으로 大賞 수상

사회 문제 해결 부문에서 ‘삼김구출대작전’으로 대상(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을 수상한 페이보리팀. 왼쪽부터 이경환(27) 디자이너, 이정욱(30) 개발자, 김광휘(28) 팀장, 최돈민(27) 기획자. /황영찬 청년기자
사회 문제 해결 부문에서 ‘삼김구출대작전’으로 대상(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을 수상한 페이보리팀. 왼쪽부터 이경환(27) 디자이너, 이정욱(30) 개발자, 김광휘(28) 팀장, 최돈민(27) 기획자. /황영찬 청년기자

“제 1회 대한민국 SW 융합 해카톤(Hackathon) 대회 대상은… ‘삼김구출대작전’의 ‘페이보리(Favorie)’ 팀입니다!”

시상자의 호명에 거뭇한 수염 자국을 단 청년 4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주먹을 불끈 쥐고 단상을 향해 뛰어나가는 등 뒤로 사람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들이 단 3일 만에 만들어낸 애플리케이션 ‘삼김(삼각김밥)구출대작전’은 신선 식품의 유통 기한이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점점 낮아지는 바코드 생성 앱이다. 수상 후 기자와 만난 페이보리의 이정욱(30) 개발자는 수상 소감 대신 환한 미소로 너스레를 떨었다.

“저희 막내 기획자는 3일 내내 밤을 새우고 싱크대 위에서 잠이 들어버렸어요. 저도 대회가 진행되는 3일 동안 ‘씻을 시간도 아끼겠다’는 각오로 첫날 찜질방에 다녀왔고요. 대상을 탈 줄 알았으면 오늘 아침에 씻는 건데!”

대체 무엇이 이 젊은이들을 잠 못 들게 했을까. 세상을 바꾸는 해커들의 마라톤, ‘제1회 대한민국 SW 융합 해카톤 대회’ 42.195시간의 기록을 함께했다.(이번 행사는 미래창조과학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최,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등 SW융합클러스터 4개 기관 주관으로 지난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SW융합클러스터 판교센터에서 개최됐다.)

◇기술, 안전을 만나다… ‘즉석 팀빌딩’부터 ‘밤샘 개발’까지

해카톤(Hackathon)은 해커(hacker)와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정해진 시간 동안 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해 미션을 수행하는 대회다. 사회 문제 해결 부문 239명의 참가자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술로 안전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대회 첫날, 참가자들의 아이디어 발표가 시작됐다. 참가자당 주어진 시간은 2분 내외로 길지 않지만, 대회장의 이목은 온통 단상에 집중됐다. 3일 밤낮을 동고동락할 팀원을 구하기 위해서다. SW융합 해카톤 대회는 인원 수에 제한 없이 참가할 수 있지만, 3인 이상 6인 이하가 한 팀을 이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규정이다.

이날 아이디어 발표를 통해 현장에서 결성된 팀 ‘구해조’는 성결대학교 학생 3명과 안전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세이프인’의 40~50대 직원 2명이 뭉쳤다. 친구들과 함께 재난방지 연습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가 ‘구해조’에 합류한 이덕주(25·성결대 3년)씨는 “처음에는 세대 차이가 커 서먹한 느낌도 있었지만 다른 방식의 사고를 접할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 “같이 밤을 꼬박 새우니 이제는 형, 동생이 다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구해조’가 만든 프로그램은 자이로센서(위치·방향감지센서)가 내장된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연습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 ‘파이어엑스’다. 박종민(48)씨는 “얼마 전 다니던 교회에 불이 나 2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2만원짜리 소화기 사용법만 제대로 알았어도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개발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눈앞에 불이 나면 침착하게 대응하기 어렵잖아요. 안전핀을 뽑기도 전에 손잡이를 눌러버리니까 소화기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부러뜨리는 경우가 태반이죠. 파이어엑스는 실제 소화기에 자이로센서(위치·방향 감지 센서)를 달아 진짜 불을 끌 때와 같은 방식으로 연습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해카톤 대회 참가자들이 SW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채윤 청년기자
해카톤 대회 참가자들이 SW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채윤 청년기자

팀 ‘아련나래’는 홀로 참가한 기획자 황인아(29)씨와 대구에서 올라온 개발자 3인으로 구성됐다. 오랜 친구 사이인 김철용(23·한국방송통신대 3년), 정일철(23·한국폴리텍6대 2년), 박기담(23·영남이공대 3년)씨가 황씨의 아이디어에 반해 기술력을 보탰다. 이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음성 언어를 수화로 바꿔주는 실시간 번역 앱이다. 김씨는 “원래 모금 앱을 만들려다가 안전 이슈에 조금 더 부합하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발표장에 갔는데 누나(황씨)를 만났다”면서 “기획자와 개발자가 발전적으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것이 해카톤 대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는 대회로서 운영상의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불법 광고물을 줄이기 위한 맞춤형 광고플랫폼 개발에 나선 조용환(24·전북대 3년)씨는 “3인 이상 팀 규정 때문에 오늘 급하게 전주에 있는 친구를 불러 팀원으로 합류시켰다”면서 “개인 참가자들은 대회장을 돌며 팀을 ‘헌팅’해야 하고 소규모 팀 참가자는 다른 팀의 아이디어에 ‘탑승’해야 하는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대상 ‘삼김구출대작전’… 수상팀에 창업 프로그램 지원

대회 마지막 날인 31일 새벽 6시, 3일간 개발한 결과물의 최종 제출이 마감됐다. 사회문제 해결 부문 71팀 중 골인 지점을 통과한 팀은 47팀. 참가자 투표를 통해 16개의 결승팀이 추려졌다.

뒤이어 벤처투자 전문가들을 설득하는 결승전이 시작됐다. 각 팀에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피 말리는 접전 끝에 대상을 거머쥔 ‘페이보리’는 평균 나이 28세의 부산대 선후배로 구성된 스타트업이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사무실 구내식당에서 출발했다.

“점심 메뉴로 김밥이 나왔는데 음식이 엄청나게 많이 남았어요. 쌓여 있는 김밥을 보니까 편의점 삼각김밥이 생각나더라고요. 유통기한 때문에 폐기되는 음식이 편의점 한 곳당 월 평균 20만원어치 정도 된다고 해요. 저희가 개발한 앱에 식품을 등록하고 바코드를 찍으면 유통기한에 가까워질수록 소비자가격에서 원가까지 실시간으로 값이 떨어져요. 식품 안전과 환경 문제를 모두 생각한 앱이죠.”

페이보리를 포함한 8개 수상팀은 경기·부산·인천·대구 중 각자 원하는 SW융합클러스터의 창업 프로그램과 연계된다. 이 중 4개 팀은 최대 1억원의 사업 비용을 지원하는 ‘창의도전형 SW R&D 지원사업'(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관) 추천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다.

정광용 경기과학기술진흥원 클러스터혁신본부장은 “이번 대회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예비 창업자들이 대기업·벤처투자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라며 “공공기관이 이들을 이어줄 플랫폼을 구성하고, 해외 진출의 기회를 함께 모색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해카톤이 긍정적인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민·김남리·김한별·오현우·정채윤·최보람·황영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3기)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