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덩치 키우는 협동조합 조합원이 뭉쳐야 산다

미래 TALK

스페인의 프로축구단 ‘FC바르셀로나’. 1899년 조기축구회를 시작으로 성장한 이곳은 100여년 만에 세계 최고의 스포츠 구단이자 가장 잘나가는 협동조합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 6일 부산YMCA에서 열렸던 시민공청회는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를 한국의 FC바르셀로나로 만들겠다는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민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카탈루냐’ 지역(FC바르셀로나 연고지)의 축구 사랑 못지않은 ‘구도(球都·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도시)’ 부산의 시민들에게 외면당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온통 장밋빛으로만 채워져 있는 비현실적인 청사진이 한몫을 했습니다. ‘조합원 30만명이 30만원씩 출자해 900억원을 조성, 구단을 인수한다’는 추진위원회의 밑그림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승인이나 모그룹 롯데의 인수 의사 같은 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30만명의 조합원을 모은다는 발상엔 팬들조차 난색을 표했습니다. 외부에서 “프로구단 운영을 전혀 모르는 사람 머리에서 나온 발상”이라는 쓴소리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협동조합형 시민구단 추진 사례처럼 최근 들어 국내 협동조합의 영역을 넓히고 규모화를 꾀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치과·한의원 등 병원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을 시작했고, 1년 동안 부침을 겪었던 국내 최초 협동조합 항공사 ‘제주스카이버스협동조합’도 새해를 맞아 출범식을 마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가 협동조합 영역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벤처업계도 흥망성쇠를 반복하며 발전해왔다”며 “성패 여부와 관계없이 시도 자체가 시민들에게 협동조합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성급한 규모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인적 결사체’인 협동조합에선 조합원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조직의 운명을 좌우하는데, 여기엔 충분한 소통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박범용 서울시협동조합상담지원센터 센터장은 “5명만 모여 조그맣게 시작해도 갈등과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게 협동조합이란 조직체의 숙명”이라며 “조직 규모 확대만큼 연대의 힘이 강해지지 못하면 갈등은 어디서든 터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3년 3월 대전 지역의 첫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설립된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대전지부)에서 활동하던 최명진 이사장은 중증 자폐성 장애 아동들이 성년이 된 이후 취업 길이 막막한 현실에 대해 고민했고, 사회적기업 ㈜두레마을, 사단법인 풀뿌리사람들 등 지역의 다른 사회적 경제 조직과 힘을 합쳐 출장 세차사업(초음파 에어세차 공법)을 탄생시켰습니다. 뜻을 함께하는 장애 가정과 사회복지사 등이 1900만원의 출자금을 모으며 합류했습니다. 장애 청년들은 직원 조합원으로서 사회로 첫발을 내딛고, 부모·사회복지사·지자체 공무원 등은 후원자 조합원으로 이들의 자립을 한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소박하지만 단단한 이곳은 설립 2년 만에 2호점을 열었고, 현재 조합원 165명, 매출 1억2000만원 규모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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