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1억 기부자의 후원 중단… 왜?

미상_그래픽_기부_세액공제_2015매년 1억원씩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던 한 자산가가 최근 후원 중단 의사를 밝혔다. “세제 개편으로 갑작스레 납부할 비용이 늘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재단 외에도 여러 비영리단체에 고액을 기부하던 그는 “다음 기회에 꼭 다시 후원하겠다”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김현아 아름다운재단 모금국장은 “지난해 말부터 ‘세액공제 영향으로 기부금을 줄일 것 같다’는 고액 후원자분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고액 기부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세법이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기부금이 3000만원 이하일 경우는 15%, 초과분에 대해선 25%로 세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기존보다 세금 감면 혜택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을 700명 이상 확보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는 신규 기부자들로부터 세금 관련 상담이 늘고 있다. 이민구 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사무국 펀드레이저(모금 전문가)는 “연말정산이 이슈가 되자, 기부금을 5년까지 나눠서 공제받을 수 있는 ‘이월 공제 제도’를 문의하는 등 본인의 세액공제 내용을 궁금해하는 분이 많다”면서 “당장 고액 기부자가 눈에 띄게 줄진 않았지만, 향후 초고액 기부가 위축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1000만원 기부를 약속한 모임 ‘1004 클럽’을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희망제작소의 석상열 연구원은 “최근 고액 후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오래전부터 고액 기부자를 확보해온 대학과 병원은 이번 세제 개편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김신균 한동대 대외협력팀 모금가는 “법정 기부금 단체에 속하는 대학교는 기부금 전액(100%)을 세액공제하기 때문에, 세제 개편 전후로 고액 기부자가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지정 기부금 단체에 속하는 병원은 사정이 달랐다. 배석호 가톨릭 중앙의료원 대외협력실 발전기금팀장은 “경기 여파와 세금 문제가 겹쳐서, 최근 고액 후원이 상당히 많이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귀띔했다. 지정 기부금은 소득의 30%까지만 기부금을 인정하기 때문에 소득별로 세액공제액에 차이가 난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선진국처럼 기부금 공제율을 높이고 고액 기부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장치를 마련해 이제 막 확산되는 고액 기부 문화를 꺾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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