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토)

“우리 강점은 스타들의 영향력… 음악·댄스 트레이닝은 물론 인성교육까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사회공헌

로엔, 불우청소년 음악 트레이닝 캠프
SM, 이주여성을 해외콘서트 통역사로
FNC, 아프리카·동남아에 학교 세워
YG, 학교폭력 고통받는 청소년 음악치료

“아이들이 꼭 ‘스펀지’ 같아요.”

김규남 보컬트레이너(추계예대 실용음악과 보컬전공 교수)가 노래 연습에 한창인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김 트레이너는 “첫날 보곤 굉장히 막막했는데, 가르치는 걸 쑥쑥 빨아들인다”며 “순수하게 춤과 노래가 좋은 아이들이라 빨리 느는 것 같다”고 했다. 한소절을 수십 번씩 되뇌던 박정수(가명·17)군은 “노래는 내게 위안을 주는 유일한 친구”였다며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안 돼 답답했는데, 이 캠프에 와서 꿈의 방향을 정확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SM소속의 ‘엑소(EXO)’멤버 찬열(본명 박찬열·23)씨가 대한적십자사의 청소년적십자(RCY)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각 사 제공
SM소속의 ‘엑소(EXO)’멤버 찬열(본명 박찬열·23)씨가 대한적십자사의 청소년적십자(RCY)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각 사 제공

지난 16일, 강원도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에선 30여명의 청소년이 대중음악에 대한 열정을 맘껏 뽐내고 있었다. 관심과 재능이 있었지만, 가정 형편상 꿈을 키울 수 없었던 아이들이다. 이들을 한데 모아 2주간의 음악캠프를 마련한 건 ‘로엔 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 음원 서비스 ‘멜론’과 가수 아이유 등을 보유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지난 25일까지 진행된 이번 캠프의 명칭은 ‘로엔 뮤직캠프’로 환경이 어려운 청소년들의 음악적 재능을 키워주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기획한 로엔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전문 보컬트레이닝, 댄스트레이닝은 물론 인성교육 멘토링까지 제공된다. 방지연 로엔 대외협력팀 프로젝트리더는 “2011년부터 전국 소외지역 콘서트와 수익금 기부 활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는데, 전부 일회성이다 보니 성취도가 낮았다”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여성가족부·청소년활동진흥원 등과 힘을 합쳐 이번 캠프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로엔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이하 엔터기업)의 사회공헌이 점차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부 연예인이 간헐적으로 진행하던 소극적인 형태에서 전사적인 차원의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1위 음원 서비스를 보유한 로엔을 비롯,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해 업계 3위(매출액 기준)로 올라선 에프엔씨(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와 국내 빅3로 통하는 에스엠(SM)·와이지(YG) 엔터테인먼트(이하 SM·YG) 등 대형기획사를 중심으로 전담팀이 꾸려지고, 회사 차원의 사회공헌 브랜드가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내 주요 엔터기업 10곳과 ‘한류스타 CSR’ 사업을 추진했던 코트라(KOTRA) 지식서비스사업단 이상윤 전문위원은 “연예인의 사회공헌 참여는 대외 인지도를 끌어올려 광고 등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엔터기업들도 사회공헌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의지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위)YG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이 함께한 후원의 밤 행사. /‘로엔뮤직캠프’는 재능 있는 청소년들에게 전문 음악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환원 프로그램이다. /각 사 제공
(위)YG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이 함께한 후원의 밤 행사. /‘로엔뮤직캠프’는 재능 있는 청소년들에게 전문 음악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환원 프로그램이다. /각 사 제공

엔터기업 사회공헌 활동이 갖는 가장 큰 강점은 주목도가 높고 확산이 빠르다는 점. 백해림 푸르메재단 모금사업팀 팀장은 “연예인이 참여하면 팬클럽이 먼저 움직이고, 이는 대중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기부문화 확산에 일조할 수 있다”고 했다(푸르메재단은 지난 2012년부터 YG와 ‘만원의 기적’이라는 기부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SM은 지난해 1월 CSV팀을 신설하고, ‘SMile’이라는 사회공헌 브랜드를 론칭했다. ‘SMile 사회봉사단’에는 임직원 및 소속 연예인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매달 두 군데 복지기관을 나눠 방문해 정기 봉사활동을 펼친다. 지난해부터는 삼성과 함께 ‘에스큐브(S-Cube)’라는 공동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주여성 모국 방문’을 통해 국내 거주 결혼 이주여성의 모국 방문을 후원하고, SM소속 가수 해외콘서트에 이들을 통역사로 참여시키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성노들(27) SM사회공헌팀 담당자는 “소속 가수들의 영향력과 SM이 보유한 문화 콘텐츠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수 ‘에프티(FT)아일랜드’에게 도서 기증을 받은 코트디부아르 아이들. /각 사 제공
가수 ‘에프티(FT)아일랜드’에게 도서 기증을 받은 코트디부아르 아이들. /각 사 제공

가수 ‘에프티(FT)아일랜드’, ‘씨엔블루’ 등이 소속된 FNC도 지난해 1월 ‘LOVE FNC’라는 사회공헌 브랜드를 선보였다. 주력 사업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학교를 지어주는 것. FNC는 기아대책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재까지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필리핀 등에 2개의 학교(‘LOVE FNC 씨엔블루스쿨’)를 세웠다. 유준규 FNC CSR팀 실장은 “FNC의 모든 공연에선 시작 전에 ‘LOVE FNC’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가는데, 이를 본 팬들이 이메일을 보내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오기도 한다”고 했다. 향후 100개의 학교를 세워 매월 1만명의 아이가 모국에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2009년부터 ‘위드(WITH)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소속 연예인의 앨범·콘서트 수익 일부를 기부해왔던 YG는 지난해 ‘무주YG재단’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이효정 YG 제휴사업팀 팀장(CSR 담당)은 “청소년은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계층인데, 이들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재단을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YG재단의 주력 사업은 이화여대와 함께하는 ‘학교폭력 피·가해자 청소년 음악치료 지원사업’. 이 팀장은 “작년 여름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청소년에게 기타를 선물한 것이 계기가 된 활동으로, 음악을 활용해 청소년들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건강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이효정 팀장은 “강력한 확산성이 자칫 단순한 홍보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전문성을 갖는 비영리 조직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빅3 중 유일하게 제이와이피(JYP) 엔터테인먼트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JYP 소속 연예인의 선행 소식은 있지만,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하는 활동이나 그에 대한 준비가 있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최태욱 기자

평창=강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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