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⑤ 개도국 아동 도우려… 영양전문가가 나섰다

작지만 강한, 强小 NPO <5>위드

몽골의 전국 학교에 단계별 급식을 도입한 우리나라 비영리단체가 있다. 식품영양 전문 NGO ‘위드(with)’가 그 주인공이다. 몽골은 수도 울란바토르 거주 성인의 절반(47.7%)이 비만일 정도로, 만성질환 위험률이 높은 나라다. 반면 아이들은 밀가루 빵으로 때우거나 그조차도 없어 영양 불균형이 심각했다. 몽골 교육과학문화부는 15년간 현장을 지켜온 위드의 전문성을 신뢰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총 9년간 학교 급식 단계별 운영사업 협력을 제안했다. 전문 영양사들로부터 볶음밥·과일·샐러드 등 균형 잡힌 식단을 지원받은 아이들의 영양실조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지자, 몽골 정부는 위드와 정식 협약(MOU)을 맺고 시골 유목민 학교·지방 도시 학교·도시 빈민 학교 등 전국 단위로까지 급식을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주의 전통이 남아있는 몽골 정부가 타국에서 온 NGO와 함께 영양 관련 제도를 정비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외 직원 수 42명, 연간 평균 모금액 15억원인 중소 규모 NGO가 이룬 성과다.

식품영양 전문 NGO 위드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저소득층 주부와 아이를 위한 영양건강사업 ‘마마스쿨’을 진행하고 있다. /위드 제공
식품영양 전문 NGO 위드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저소득층 주부와 아이를 위한 영양건강사업 ‘마마스쿨’을 진행하고 있다. /위드 제공

“1000일. 임신한 여성이 아이를 낳아 두 살까지 키우는 시간입니다. 이 1000일 동안 아이가 어떤 영양, 위생 상태에 노출되느냐에 따라서 아이의 평생 건강이 좌우됩니다. 가난한 나라에 기아와 비만이 공존하는 이유죠. 그 악순환을 끊고 싶었어요.”

곽미란 위드 본부장이 단체 설립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위드의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품영양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원·영양사 등 20~30대 전문가 25명이 “의미 있는 일을 하자”며 뭉친 게 계기였다. 서울 신당동·사당동·행당동 등 결식 아동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영양가 높은 도시락도 빠뜨리지 않았다. 2003년 전국 초·중·고교에 전면 급식이 실시되자 이들은 새로운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개발도상국의 영양 문제 해결에 비전을 품게 됐다.

위드의 사업은 오로지 ‘영양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개도국의 정확한 영양 상태 조사를 위해 지역마다 3~5명의 영양 전문가를 파견한다. 훈련을 받은 자원봉사자 10~20명도 함께 배치된다. 마을 중앙에 센터를 만들어 지역 가구 수를 파악하고, 집집마다 찾아가 2차 조사를 완료한다. 전문가가 3개월 이상 해당 지역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탄자니아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생명의 빵’이 대표적인 식품이다. 탄자니아는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국민이 36%에 이르는 나라다. 탄자니아에 파견된 영양 전문가들은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빨간 콩(마하라게), 바나나, 옥수수, 견과류 등을 이용해 빵을 만들었다. 현지 주민들에게 조리법을 가르쳐주고, 식생활 개선 교육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엔 요리에 재능을 보이는 탄자니아 주민 2명을 한국으로 초청, 전문 제빵 수업을 진행 중이다.

몽골에서는 몽골과학기술대 학생 식당 운영을 시작으로, 2000년 몽골영양개선연구소를 설립했다. 그해 9월에는 몽골 최초의 영양학 전공 과정이 개설됐다. 2005년엔 첫 졸업생을 위한 임상 영양 전문가 4~6개월 집중 코스를 마련했고, 2007년부터 학교 급식 전문 인력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실제로 위드가 키워낸 몽골과기대 식품영양학과 졸업생들은 몽골 정부 기관부터 지역에까지 고루 퍼져, 영양 전문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주민 대상 교육은 물론 새로운 영양 식단 개발까지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위드 몽골 지부장도 그렇게 배출된 인재 중 한 명이다.

위드는 2013년 겨울부터 몽골 울란바토르시 외곽에 위치한 항올 지역 병원에서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 급식과 영양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3년 11월부턴 마다가스카르에서 저소득층 주부를 대상으로 ‘마마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이유식 개발·교육, 모유 수유법, 영아를 위한 요리 교실, 위생 교육 등 다양한 커리큘럼이 진행된다. “10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 마지막 날, ‘두 살배기 손자가 영양 불량 범위에서 벗어나 정상 체중에 속하게 됐다’며 웃음 짓던 만다네 할머니가 잊히질 않아요. 엄마와 아이가 모두 건강할 수 있는 날까지, 위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겠죠.”

정유진 기자

신지수 청년기자(청세담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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