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0일(화)

[키워드 브리핑] “탄소배출량 줄이자”… 대중교통에 ‘기후티켓’ 도입하는 유럽

[키워드 브리핑] 기후티켓

탄소배출량 많은 항공기
기차보다 최대 30배 저렴

유럽, 대중교통 할인권
‘기후티켓’ 속속 도입

유럽 각국에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기후티켓(Climate Ticket)’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티켓이란 탄소배출량 저감을 목적으로 하는 대중교통 무제한 승차권이다. 지하철·버스·기차 등 모든 대중교통을 일정 기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의 교통수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권·정액권 등과는 구별된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그린피스는 유럽 내 112개 경로를 지나는 비행기 항공료와 기차표 가격의 추이를 9일간 관찰해 비교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차는 비행기보다 평균 2배, 최대 30배까지 가격이 높았다. 그린피스는 “비행기는 탄소배출량이 매우 많은 운송 수단”이라며 “저렴한 항공권 가격이 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 정부가 ‘기후티켓’을 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의 기후티켓인 ‘도이칠란트 티켓’ 공식 발행을 엿새 앞둔 지난 4월 25일(현지 시각), 폴커 비싱(맨 왼쪽) 독일 교통부 장관 등이 발행 기념식에 참여했다. /독일운송회사협회(VDV)
독일의 기후티켓인 ‘도이칠란트 티켓’ 공식 발행을 엿새 앞둔 지난 4월 25일(현지 시각), 폴커 비싱(맨 왼쪽) 독일 교통부 장관 등이 발행 기념식에 참여했다. /독일운송회사협회(VDV)

비행기 운항으로 연간 배출되는 탄소량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저렴한 가격과 짧은 이동 시간 때문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차보다 비행기 여행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 티켓 가격은 12.99유로다. 반면 기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384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값싼 티켓은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이동하는 라이언에어의 티켓이었다. 이동 거리가 서울-부산 간 거리와 비슷한 394km 였는데 티켓 가격은 겨우 10유로였다. 우리 돈으로 약 1만4000원 정도다. 보고서는 “항공사는 등유세,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지만 철도사는 에너지에 대한 세금, 통행료, 부가가치세 등을 다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기차표 가격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스·지하철·기차 요금을 낮춰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항공사에 주는 보조금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유럽 국가는 공식적으로 기후티켓을 발행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5월부터 전국 어디서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도이칠란트 티켓(D-Ticket)’을 판매 중이다. 49유로(약 7만원)짜리 한 달 이용권을 구입하면 독일 전역에서 기차와 단거리 버스, 지하철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폴커 비싱 독일 교통부 장관은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더 자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제도”라며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재정적으로 보탬을 주고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기후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기후티켓 이용자 수는 지난달 기준 1100만명이다.

독일 정부는 도이칠란트 티켓 도입에 앞서 지난해 6월부터 석달간 ‘9유로(약 1만3000원) 티켓’을 시범 발행했다. 티켓은 총 5200만장이 팔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독일 인구(8330만명)의 절반 이상이 티켓을 구매한 셈이다. 독일운송회사협회(VDV)는 “9유로 티켓 발행으로 대중교통 이용률이 약 25% 증가했고, 이산화탄소는 총 180만 톤(t)을 저감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2025년까지 기후티켓 제도 운영에 연간 15억 유로(약 2조13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헝가리도 지난 5월 1일부터 기후티켓 판매를 시작했다. 한 달 이용권 가격은 독일과 동일한 49유로다. 오스트리아는 2021년부터 하루 3유로(약 4000원)에 전국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 중이다. 룩셈부르크는 2020년 대중교통을 전면 무료화했다.

현재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에서도 기후티켓 판매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궁극적으로 유럽 전역에서 이용 가능한 ‘범유럽권 기후티켓’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린피스는 “기후, 에너지, 경제 위기에 대처하고 지속가능성이라는 유럽 공동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EU위원회는 유럽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후티켓 발행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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