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영화 만들고, 커피 추출하고… “직접 체험해야 적성을 알죠”

굿네이버스·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드림하이 한 걸음 더 프로젝트’

급변하는 직업의 세계. 세계경제포럼(WEF)는 지난 5월 ‘미래 직업 보고서 2023’을 발표하고 챗GPT,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2027년까지 지구 상에서 6900만개 일자리가 새로 창출되고, 8300만개는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업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진로를 결정하기 어려워하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교육부의 ‘2022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희망직업이 없다’는 학생은 초등학생이 19.3%, 중학생이 38.2%, 고등학생 27.2%였다. 5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7.8%p, 8.1%p, 6.6%p 증가했다. 이유는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몰라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응답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교육 1순위는 ‘진로체험’이었다.

올해 드림하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난타를 배우고 있다. /굿네이버스
올해 드림하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난타를 배우고 있다. /굿네이버스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직업 체험을 제공하려는 시도가 민간에서 일어나고 있다. 굿네이버스와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의 ‘드림하이 한 걸음 더 프로젝트(이하 드림하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드림하이는 ‘진로교육의 사각지대’에 초점을 맞춘다. 문화 체험이 어려운 도서 지역이나 아동생활시설, 복지시설의 청소년을 지원한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6년째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는 총 175개 시설, 5391명이 참여했다. 누적 지원액은 24억505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5차년도 사업이 진행됐다. 지난달 발표한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개월 동안 총 30개 시설, 1046명에게 진로 경험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이 햇수로 6년차에 접어들면서 완성도도 높아졌다. 기존의 ▲진로탐색 ▲진로실천 ▲진로심화 과정에 ▲자립 지원을 더해 총 4단계 지원을 실시했다.

영화 만들고, 커피 추출하고... "직접 체험해야 적성을 알죠"

‘무주산골 영화캠프’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 음악캠프’ ‘유소년 배구교실 프로그램’ 등은 드림하이 프로젝트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각 캠프만의 전통을 만들고 있다. 무주산골 영화캠프는 전북 무주 지역의 청소년 영화제작 동아리 학생들이 영화감독, 배우에게 멘토링을 받으며 직접 영화를 제작해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2017년부터 드림하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무주고 영화 제작 동아리는 지난해까지 6편의 영화를 제작해 ‘전북 사랑 영상 공모전’ ‘전북 청소년영화제’ 등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6명은 영화·공연·연기 등 관련 학과로 진학했다. 이들이 다시 동아리를 찾아 후배에게 진로 조언을 해주는 선순환도 일어나고 있다.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를 경험한 아동 65명 중 6명이 음악과 관련된 진로를 결정했다. 1명은 관련 학과에 입학했고, 나머지 5명은 입시를 준비 중이다.

아동생활시설 ‘고창행복원’은 올해로 3년째 드림하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년차까지는 진로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해 90% 이상이 핸드드립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난해에는 일일 팝업 카페를 오픈했다. 직접 매장 관리와 계산, 음료 제작 등 카페 운영과 관련된 업무를 모두 수행하면서 바리스타에게 필요한 전반적인 직무 역량을 향상시켰다. 서로사랑지역아동센터에서는 2년 동안 배운 첼로, 바이올린 실력을 발휘해 올해 초 ‘신년 비전 음악회’를 열었다. 전문 지휘자,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했다. 박성준(11) 군은 “지난 3년동안 바이올린 연습을 하면서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며 “앞으로 더 큰 무대에 서는 것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관심 분야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진로탐색 단계에서 음악, 미술 등 문화체험에 대한 신청이 주를 이뤘지만, 5차년도에는 인공지능(AI), 신재생에너지 등 과학 부문 신청이 늘었다. 쓰레기 문제, 물 부족 문제 등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방법, 이와 관련된 직업에 대한 탐색도 이뤄졌다. 김은희 굿네이버스 사업기획팀 대리는 ”시대 변화에 따라 아이들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에 맞춰 지원을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5차년도부터는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의 업태를 반영해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초등학생은 용돈 관리 방법, 은행의 업무, 투자의 개념 등에 대해, 중고등학교에서는 신용점수와 신용관리 방법, 현명한 투자방법, 주식·채권·펀드의 차이 등 심화 과정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다. 김은희 매니저는 “직업과 경제생활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며 “경제 교육을 통해 진정한 자립을 지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올해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젝트 참가자 중 ‘장래에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프로그램 참여 전 38%에서 참여 후 80%로 증가했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 있다’는 응답은 36%에서 75%로 높아졌다. 강인수 굿네이버스 사업기획팀장은 “드림하이 프로젝트 6년차로 접어들면서 지원의 형식이 완성되고, 사업이 안정기로 접어들었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드림하이 프로젝트를 통해 세운 진로 계획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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