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희망 허브] “학원은 꿈도 못 꿨는데… 형·누나들 덕분에 자신감 생겼어요”

삼성 드림클래스 3년을 돌아보다
농어촌·소외 계층 학생에 배움 기회 제공···2012년 시작, 작년까지 중학생 3만여명 참여
지역 특성 고려해 주말교실, 방학캠프 형태로 진행
과학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등 190여명 진학
고교 진학 후에도 학업 전념하도록 장학금 지원

“섬마을에 고립돼 살다 보니, 꿈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했어요.”

하수영(14·추자중 2년)양은 제주도 북쪽에 위치한 작은 섬 ‘추자도’에 산다. 부모님은 조그만 통통배 한 척으로 물고기를 잡는 어부지만, 하양은 동물에 관심이 더 많다. 동물사육사가 되고 싶은 하양에겐 정보도 없고, 공부도 부족하기만 하다. 간호사가 되고 싶은 고지수(14·파주 법원여중 2년)양도 학원은 언감생심 엄두도 내지 못한다. 아버지가 파주 전방부대에서 직업군인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해남에 사는 김용준(14·황산중 2년)군은 “외진 시골 마을이라 젊은 사람들보단, 외롭고 힘든 노인들을 자주 접한다”며 “나중에 의사가 돼서 그런 어르신들을 돕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지난달 14일, 고려대·연세대(송도)·충남대·전남대·부산대 등 10개 대학에서 열린 ‘2014 삼성 드림클래스 여름캠프’ 수료식에 모인 중학생들 이야기다. 이 3000명은 섬마을이나 읍·면·산간 지역에 사는 중학생들로, 지난 7월 25일부터 3주 동안 아주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바로 ‘공부 멘토링’이다. 중학생들은 3주간 대학에서 합숙하면서 영어와 수학을 공부했다. 다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쟁쟁한 대학생 언니·오빠 1000명으로부터 개별 과외에 가까운 도움을 받았다. 중학생 10명당 대학생 강사 3명이 한 반을 이뤘고, 여름캠프가 끝나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자기 주도 학습법 특강도 받았다. 공부만 한 건 아니었다. 드림클래스를 위한 열정樂서, 발레와 오페라 공연, 프로축구 경기 관람 등 시골에서는 좀체 접하기 힘든 다양한 문화 체험도 했다.

3주가 끝난 후, 중학생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입학식과 수료식 시점에 맞춰 치른 학업 성취도 평가시험 결과는 놀라웠다. 1학년은 영어가 23점(56점→79점) 올랐고, 수학은 32점(44점→76점)이나 향상됐다. 2학년도 비슷했다. 영어는 27점(43점→70점), 수학은 28점(52점→80점)이 올랐다. 성적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부모를 떠나 홀로 생활해보며, 스스로를 관리하는 생활습관을 기르고 진로에 대한 생각도 깊어진 것이다. 박성영(13·제주 세화중 1년) 학생은 “집안 사정상 가족이 모두 떨어져 살고 있지만, 나를 위해 열심히 식당일을 하는 엄마를 생각하며 3주간 열심히 공부했다”며 “돌아가면 더 노력해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특별히 교육시설이 열악한 전방부대에 근무하는 부사관 자녀 240명이 참여했는데, 고지수양 또한 3주를 보낸 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고양은 “이젠 혼자 공부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아빠처럼 나라에 헌신하는, 간호장교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생한 학생들을 격려해주기 위해 수료식에는 특별한 이들도 함께했다. 박근희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전남대), 노인식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성균관대), 박준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연세대), 김상항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전북대), 김철교 삼성테크윈 사장(부산대),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사장(경희대),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화여대), 김봉영 제일모직 사장(고려대),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충남대) 등 삼성 사장단 9명이 여름캠프가 열린 대학을 방문한 것이다. 박근희 부회장은 “드림클래스 캠프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이 학생 여러분의 꿈을 이루는 데 큰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지난 7월 여름방학을 맞아 진행된 삼성 드림클래스 캠프./드림클래스는 교육과 문화에 소외된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강사로 참여한 대학생들은 장학금 혜택과 함께 봉사정신과 리더십을 키운다
지난 7월 여름방학을 맞아 진행된 삼성 드림클래스 캠프./드림클래스는 교육과 문화에 소외된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강사로 참여한 대학생들은 장학금 혜택과 함께 봉사정신과 리더십을 키운다

◇삼성 드림클래스, 중학생 3만1691명의 꿈을 응원하다

삼성의 대표적 사회공헌인 ‘드림클래스’가 시작된 지 벌써 3년째다. 이 프로그램은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드림클래스는 교육을 통해 빈곤의 되물림을 막는 ‘사다리’를 놓아주기 위해 2012년 3월 시작된 교육 사회공헌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기 힘든 중학생에게 영어와 수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대학생을 강사로 선발해 리더십과 봉사정신을 키워주고 장학금도 지급한다. 사업을 시작하기 1년 전인 2011년, 삼성은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및 정부기관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그해 7월 미국의 대표적인 공교육 지원 프로그램인 ‘티치포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와 ‘벨(BELL·Building Educated Leaders for Life)’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사업 대상은 중학생으로 정했다. “중학교는 학습의 기초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때이며, 의지 여하에 따라 학습 습관이나 역량을 개선할 수 있는 최적 시기”라는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2011년 12월부터 3개월간 시범사업을 운영해보니, 참여 학생들의 성적 평균이 영어 7점, 수학 15점 향상됐다. 이 성과를 토대로 2012년 3월부터 아예 드림클래스 전담 사무국까지 두고 사업을 전국 규모로 확대했다.

수혜 대상자가 전국에 걸쳐있다 보니, 교육 방법도 3가지로 나눴다. 서울 및 6개 광역시 등 대도시에선 방과 후 학교 형태의 ‘주중교실’을 운영했다. 작년까지 전국 33개 시 162개 중학교에서 매주 4번씩 총 8시간 동안 영어·수학 집중교육이 이뤄졌다. 교통이 불편한 중소도시에선 주말교실을 열었다. 주중교실과 같은 분량의 수업이 주말에 몰아서 이뤄진다. 4개 중학교의 참여로 시작된 주말교실은 작년까지 전국 14개 시·군의 26개 중학교로 확대됐다. 정기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읍·면·도서지역은 방학캠프 형태로 진행됐다. 3주 동안 150시간의 영어·수학 교육이 진행되는데, 이는 중학교의 한 학기 학습 분량과 맞먹는다. 작년 한 해 동안 여름과 겨울방학에 19개 방학캠프를 운영, 중학생 6000여명이 참여했다.

◇190여명이 과학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마이스터고 등 진학

중학생 3만1691명이 참여(올 연말 누계)한 드림클래스의 성과는 무엇일까. 양적인 성장과 함께 꿈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학생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고교 입시에서 과학고 3명, 외국어고 6명, 자율형사립고 등 학교 19명, 마이스터고 12명이 진학했다. 올해엔 영재고 1명, 과학고 6명, 외고 27명, 국제고 3명, 자율형 사립고 56명, 마이스터고 62명이 진학에 성공했다. 과학고·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마이스터고 등에 진학한 학생만 지금까지 190여명에 이른다. 올해 과학고에 진학한 김진모(가명·16)군은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사교육은 꿈도 못 꿨는데, 형·누나들에게 배우며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삼성사회봉사단은 드림클래스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 더욱 학업에 전념하도록 열린장학금도 지원했다. 2013년 150명의 졸업생이 열린장학금을 받았다. 또한 향후 드림클래스에서 공부해 마이스터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에게는 졸업 후 삼성 입사를 주선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성적 우수 학생에게는 장학금뿐만 아니라 졸업 후 해외 유학도 지원할 계획이다.

◇강사 경험 취업으로 이어지기도… “우리 꿈도 함께 성장해요”

중학생들만 수혜자가 아니다. 지금까지 드림클래스의 강사로 참여한 대학생들은 모두 8810명으로, 이들은 한목소리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정을 잃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많은 영감과 활력을 얻는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7월 캠프에 강사로 활동했던 김종대(23·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년)씨는 “지난해 친구 소개로 우연히 참여했던 캠프가 어느덧 세 번째”라며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만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드림클래스 강사 활동이 대학생 취업의 꿈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올해 1월 ‘삼성에버랜드’에 입사한 김동현 주임이 그 주인공. 김 주임은 지난해 1학기 전주 중학교에서 방과 후 영어 강사로 활동하면서 취업을 준비했는데, 꿈을 이룬 올해 여름엔 캠프 진행자로 직접 나서며 드림클래스와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지난 여름캠프에 참여했던 이보영(21·경희대 2년)씨는 “교육 기회가 적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희망을 준다는 것이 이렇게 뿌듯할 줄 몰랐다”면서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훗날 ‘대학생 강사’라는 이름표를 목에 걸고 다시 캠프에 참가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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