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5일(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애인 의무고용 미달 기업, 계획서 쓰면 ‘명단 공개’ 피할 수 있다?

명단 공개 대상 기업
연평균 1150곳
실제 공표되는 기업
480여 곳에 그쳐

삼성전자의 장애인 고용률은 5년째 의무고용률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 2021년 삼성전자의 장애인 고용률은 1.54~1.59%였다. 이 기간 삼성전자가 납부한 장애인 고용 부담금은 총 905억6100만원에 달한다.

현 제도에서는 장애인 고용률이 높은 기업도,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않고 부담금으로 때운 기업도 드러나지 않는다. 정부는 고용노동부 훈령에 따라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 공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린다는 취지다.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않은 모든 기업명을 공개하는 건 아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의 50%를 넘기지 못한 경우만 공표 대상이다. 올해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률 3.1%의 절반인 1.55%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름이 공개된다. 매년 이 비율을 가까스로 넘긴 삼성전자는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에서 5년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애인 의무고용 미달 기업, 계획서 쓰면 '명단 공개' 피할 수 있다?

매년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않고도 공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명단 공표 제도가 ‘기업 봐주기 식’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명단 공표 대상 기업 수는 1110곳이었다. 이 중 실제 공표까지 이어진 기업은 579곳(52.2%)뿐이었다. 2021년에는 공표 대상이 1126곳으로 늘었지만, 공표된 기업 수는 더 줄었다. 37.2%인 419곳만이 공개됐다. 5년 새 15%p 감소한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기준으로 하면 더욱 많은 기업이 명단 공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5년간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은 2017년 1만4744곳에서 2021년 1만6770곳으로 증가했다. 이 중 이름이 공개된 비율은 2017년 3.9%에서 2021년 2.5%로 떨어졌다.

정부는 기업이 명단 공표를 피할 구멍을 열어두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에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해소 계획서’ 제출 ▲직원 대상 장애인 인식개선교육 실시 ▲공단의 장애인 인사 간담회 참석 등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실제 장애인 고용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형식상 노력으로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는 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장려하기 위해 규제를 강하게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규제가 너무 세면 기업이 오히려 장애인 고용에 손을 놓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킨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의무를 다하지 못한 기업에는 개선을 위한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의 고용 촉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민간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줄곧 2% 수준에 머물렀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장애인 의무 고용 현황’에 따르면 2021년 민간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89%로 2017년에 비해 0.25%p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1년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기업 2만9092곳 중 의무고용률을 달성한 기업은 1만2322곳(42.4%)에 불과했다.

강선우 의원은 “민간 기업의 명단 공표 기준인 1.55%는 너무 낮다”면서 “기업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려면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명단 공표 기준을 정부 기관이나 공공 기관과 동등한 수준인 장애인 의무고용률의 100%까지 높이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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