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화)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① 그린티처스

“가진 교자재 긁어모아 무작정 떠나… 케냐·몽골 현지에서 특수교사 양성했어요”

“국가와 시장 사이, 사각지대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건 ‘비영리단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이다.”

미국 기부문화를 분석한 세계적 석학 기소르망의 말이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비영리단체는 1만1579개이지만,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작은 비영리단체들의 활동이 중요한 이유다. 더나은미래는 ‘사회를 바꿀’ 열정과 비전을 갖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전문성으로 일하는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 시작은, 개도국 장애아동 특수교육 문제 해결에 힘쓰는 ‘그린티처스’다. 편집자 주


2000년, 해외 장애아동의 특수교육을 위해 국내 특수교사들의‘봉사활동’으로 시작된 그린티처스 활동은 올해로 15년을 맞이했다. 사진은 케냐 암보셀리지역‘에미오이 학교’. /그린티처스 제공
2000년, 해외 장애아동의 특수교육을 위해 국내 특수교사들의‘봉사활동’으로 시작된 그린티처스 활동은 올해로 15년을 맞이했다. 사진은 케냐 암보셀리지역‘에미오이 학교’. /그린티처스 제공

“케냐에서 우연히 특수교육 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너무 충격을 받았죠. 건물은 전기가 아예 안 들어오고 교육자재는 텅텅 비어 있었어요. 컴컴한 교실에 새까만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빽빽이 들어차서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아,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2000년, 고등영 그린티처스 대표(강남대 특수교육과 교수)가 케냐에서 마주한 현실이다. 해외 각국에서 온 원조단체들이 넘쳐났지만, 여전히 장애아동은 교육적 혜택으로부터 거리가 멀었다. 고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이 연이 되어, 전낙원 전 파라다이스 회장이 10만달러(1억원)를 기증했다. 케냐 전(前) 모이 대통령이 기증한 케냐 카바넷 지역에, ‘에베네셀 특수학교’가 세워졌다. 이듬해 여름, 고 대표의 진두지휘에 알음알음 모인 특수교육 제자 20여명이 가진 교구재들을 긁어모아 케냐로 떠났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15년째 그린티처스에서 활동하는 이성애(48) 서울정진학교 초등부 교사는 “당시 한국에선 특수교육에 관심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적어 무력감이 들었는데, 케냐에 가니 내가 아는 지식이 너무도 유용하게 쓰여 뜨거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초기 단계가 세팅되고, 현지 교사 교육이 이어졌다. 특수교육 전공자 2명이 2년씩 돌아가며 4년간 장기 파견됐다. 초등부부터 고등부까지, 10단계 과정을 갖춘 특수학교가 세팅됐다. 올해로 13년째인 이 학교는 ‘장애아동을 받는다’는 소문에 인기가 높아 학교를 거쳐 간 아이들만 2000여명에 이른다.

‘입소문’이 나면서, 사업은 조금씩 확장됐다. 케냐 다른 지역정부에서 ‘특수학교를 세워달라’고 연락 오기도 하고, 몽골 울란바토르 지역정부와도 연이 닿았다. “몽골은 사회주의 영향으로 70개 학교 중 특수학교가 6개나 됐어요. 문제는 교사였죠. 2001년 국내 특수교사들을 데리고 몽골 특수학교에 시찰을 나갔는데,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었어요.” 2001년, 몽골 울란바토르 교육청과 ‘특수교사 양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8년 동안 여름과 겨울방학 1년에 두 차례씩, 현지 특수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 교수법 강의가 이뤄졌다. “시큰둥하던 교사들이 한 해가 다르게 눈빛이 변해가더라고요. 이젠 한국으로 유학 오는 선생님들도 있고요.” 올해 4월, 그린티처스는 몽골 울란바토르 시와 새롭게 MOU를 체결해 앞으로 5년간 매년 특수교사 양성과정을 지속하게 됐다.

성과가 나오면서 조금씩 외형도 갖춰졌다. 2007년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 ‘그린티처스’로 등록했다. 지난해 기준, 350명 정기후원자에 개인 후원금 9755만원. 상근직원 4명으로 꾸려지는 작은 사무국이지만, 14년째 매년 자비로 해외 곳곳에서 봉사하는 교사만 100여명에 달한다(2013년 기준, 코이카 민간단체지원사업비나 교사 자원봉사단,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하는 ‘미소캠프’ 등의 사업비를 모두 더하면 17억3800만원 규모다). 지난해엔 삼성꿈장학재단 글로벌 국외사업으로 선정돼, 미얀마에도 장애아동을 위한 ‘최초의 특수학급’이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 특수교사 수준이 세계에서도 손꼽힙니다. 이들에겐 해외 나가서 봉사하고 지식 전수하는 게 엄청난 기회예요. 교사들이 가진 지식이야말로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고요.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특수교육 거점 지역들을 하나씩 만들어갈 겁니다. 장애 유무 관계없이, 어디서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세상. 선생님들이 제일 잘 만들지 않겠습니까.”

※ ‘강소(强小) NPO 시리즈’에 소개하고 싶은 ‘작지만 알찬’ 단체나 활동을 더나은미래로 연락주세요. 내부 검토를 거쳐 기자가 현장으로 찾아갑니다. 모금액 100억원 이하 단체로, 다른 제한은 없습니다.(NPO공동회의 조사결과, 모금액 100억원 이하 단체가 전체의 89.6%임)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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