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사회적협동조합은 아직 걸음마 단계… 따뜻한 응원이 필요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1년
5000개 단체 중 사회적협동조합은 3.1%
이익은 나누고 공익 사업 40%이상 투자해 공익성·주인의식 강화…
설립 초기엔 행정적 지원·운영 교육 절실

사회적협동조합 성연복지는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회적협동조합 성연복지 제공
사회적협동조합 성연복지는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회적협동조합 성연복지 제공

협동조합이 5000개를 넘어섰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후, 월 평균 약 260개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 중 일반 협동조합이 대부분(4840개, 96.4%)을 차지하며, 공익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회적협동조합(158개, 3.1%)의 설립 비중은 아주 낮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영리법인인 일반협동조합과 달리 공익 사업에 40% 이상을 투자해야 하며, 이익금에 대한 배당이 없는 만큼 ‘공공성’이 아주 강한 비영리법인이다. 설립 신고만 하면 되는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관련 부처에서 인가 과정을 거쳐 감독까지 받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사회적협동조합이야말로 “사회문제를 강력하게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도 평가한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12곳 부처에서 첫 번째로 인가받은 ‘1호 사회적협동조합’을 전수조사, 그들의 ‘1년’을 들여다봤다(관련 부처에서 인가를 받은 지 1년 이상 된 사회적협동조합을 대상으로 했으며, 외교부 1호 사회적협동조합인 ‘이아이에프코리아’만 제외했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기획재정부 1호 사회적협동조합‘행복도시락’대전센터 모습, 취약계층에게 질높은 공공도시락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② 아시아도시재생연구원은 전라남도 광주 및 인근 지역 의‘도시재생’사업을 주목 적으로 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이다.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아시아도시재생연구원
(왼쪽부터)ⓘ기획재정부 1호 사회적협동조합‘행복도시락’대전센터 모습, 취약계층에게 질높은 공공도시락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② 아시아도시재생연구원은 전라남도 광주 및 인근 지역 의‘도시재생’사업을 주목 적으로 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이다. /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아시아도시재생연구원

부산의 대표적 서민 밀집 지역인 동구 수정마을 꼭대기에는 3층 규모의 ‘수직농장’이 들어서 있다. 수직농장은 도심 건물 안에 수직 형태로 농장을 조성하고, 온도·이산화탄소 관리 등 자동제어 시스템을 갖춰 필요한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다. 수정동 희망마을 수직농장(농림수산식품부 1호) 사회적협동조합은 동구 수정동 주민 30여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했고, 수익금은 지역 경로당·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복지 서비스에 이용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미래 농업의 가능성을 검증할 좋은 기회로 봤고, 부산시도 공익성을 높이 평가해 대대적인 홍보를 돕고 있다.

느티마을 사회적협동조합(안전행정부 1호)은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은 물론, 공무원인 정광희 화양동장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독특한 모델이다. ‘유흥가 일색인 건대 앞을 문화 공간 홍대 일대처럼 바꿀 순 없을까’ 고민하며 공동체 만들기에 나선 것. 화양동 주민센터 1층의 빈 공간을 마을 카페로 리모델링했고, 카페에서는 책뿐만 아니라 전동드릴·그늘막 텐트 등 ‘공유물품’도 빌릴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건대 분수 앞 광장에서 문화 공연도 연다. 11명이었던 조합원은 150명으로 확대됐고, 건대·세종대가 근처에 있어 대학생 회원도 50~60명 정도다. 반면, 1년째 사업이 ‘제자리걸음’인 곳도 있다.

수원시민햇빛발전 사회적협동조합(산업통상자원부 1호)은 최대 출자금을 확보했지만, 수원시 정자동 YWCA 회관 옥상에 건립 예정이던 ‘햇빛발전소 1호기’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박은호 운영이사는 “지난 4월 수원시로부터 발전 사업 허가도 받았으나, 장안구청에서 ‘개발행위 허가’를 고집하면서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고 했다. 해당 구청은 YWCA 회관이 복지시설이기 때문에, 발전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지속 발전 사회적협동조합(전 성북구 의류 리폼 사회적협동조합, 환경부 1호) 박영진 이사장도 “사회적협동조합을 관장하는 주무 관청이 없어 공무원의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사업 단계가 더디다”고 했다. 지속 발전 사회적협동조합은 재활용 의류를 리폼하거나 재활용 양초를 만들고, 저소득층 대상 기술교육과정을 준비 중이다.

기획재정부_그래픽_사회적협동조합_협동조합설립현황_2014 ◇사업의 공익성 및 주인의식 강화, ‘협동’의 가능성을 엿보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시 여성플라자에서 카페오아시아 사회적협동조합(고용노동부 1호) 1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카페오아시아는 설립 당시 결혼 이주 여성 고용 카페(5개), 장애인 고용 카페(1개), 위기 청소년 고용 카페(1개)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고용한 10곳의 카페가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조합원들은 원두 공동 구매 및 공동 마케팅으로 사업 확장을 시도했고, 현재 조합원은 15곳. 경영 컨설팅을 해주거나,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기업 파트너도 1곳(포스코)에서 6곳으로 확대됐다. 매출도 지난해(4억)보다 2배가량 성장하는 추세다. 이처럼 사회적협동조합이 되면서 사업의 공익성이 확대되고 조합원의 주인의식이 강화된 곳이 많았다.

2013년 1월, 공공 도시락 전문 사회적기업 ‘행복도시락’은 기획재정부 1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이상현 사무국장은 “그동안 정부 지원에 익숙해져 수동적이었던 직원들이 ‘우리 센터’라 부르며 주인의식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행복도시락 직원의 약 70%는 취약계층이다). 전국 29개 센터가 조합으로 참여해, 식자재를 공동 구매하니 최대 20%까지 가격을 내렸다. 물론 처음부터 ‘협동’이 되지는 않았다. 권역별-운영위원회(매월)-워크숍(분기)-이사회(반기)로 이어지는 의사 결정 과정은 복잡했고, 처음엔 1개의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5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전 조합원의 간부화’를 목표로 메뉴개발·교육위원회 등 분과위원회를 만들자 전문성도 강화됐다. 결식아동·독거노인 맞춤형 메뉴까지 개발됐다. 의정부·성북 지역 등 SK텔레콤 지역 대리점과 연계, 지역 결식 아동에게 도시락도 지원했다. 21곳 조합으로 출발한 행복도시락의 현재 조합은 24곳이다.

지난해 4월, 늘푸른돌봄센터도 도우누리 사회적협동조합(보건복지부 1호)으로 전환하면서 내부 조합원의 만족도가 한층 높아졌다. 민동세 도우누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합원들 스스로 ‘자기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면서 “소모임 형식의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공동체도 형성되고, 돈을 받고 일하는 것 이상의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1호 사회적협동조합인 아시아도시재생연구원은 교수·건축가·예술가·지역 주민들이 모여 ‘대안적 도시 재생’ 사업을 펼친다. 지난 1년간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 일대에 도심 텃밭을 조성하고, 아트 바자회를 여는 등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전남 함평·장성·화순·완도군 일대 지역 재생 연구 사업도 진행했다. 교육부 1호 사회적협동조합인 도시원예사회적협동조합 박여원 대표는 “개인연구소에서 비영리법인으로 회사의 형태가 바뀌면서, 공공사업에 참여할 기회도 확대됐다”면서 “창의원예지도자 배출도 3배 가량 늘었다”고 했다. 도시원예사회적협동조합은 나무, 꽃 등 생명이 있는 식물을 돌보는 창의원예교육과 소년원,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원예치료복지 프로그램을 펼친다.

◇협동조합 열풍 속 소외된 사회적협동조합, ‘올바른 응원’ 필요해

대다수 사회적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설립이 아닌 ‘운영’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세무서·관련 부처에서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혼선을 빚기도 한다. 카페오아시아는 세무서에서 영리법인 사업자 코드를 부여해, 폐업신고를 한 후 다시 설립 절차를 밟았다. 또한 배당을 금지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의 특성상 처음부터 조합원을 대대적으로 모으기는 힘든 상황이므로, 사업의 첫 단추를 낄 수 있는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신생 사회적협동조합은 사업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파주 지역 사회복지사 22명이 한 부모 가족 지원을 목표로 만든 사회적협동조합 성연복지(여성가족부 1호) 김미연 이사장도 “개개인이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십시일반 출자금을 내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적협동조합의 의미와 차별성을 인정해주길 바란다”면서 “특히 시작 단계에서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할 첫 기회는 적극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정과 평판(Reputation)’은 사회적협동조합을 성장시키는 핵심 요소다. 국가 보조금 없이 스스로 운영하며, ‘이익은 나눈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트시각장애인 체임버오케스트라 사회적협동조합(문화체육관광부 1호)의 이상재 대표는 “뜻을 모은 사람들이 공동 책임을 지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조직이니만큼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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