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최태욱 기자의 ‘○○’] 보여주기에 치중한 협동조합… 월드컵 축구 같은 결말 없기를

‘응원應援’

우리의 월드컵은 ‘조기종영’했습니다. ‘새벽’응원도 끝났습니다. 밤잠과 맞바꾼 애국심. 결과는 초라합니다. 응원구호는 질타와 비난 구호로 바뀌었습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생태계와 시스템에 대한 응원보단, 4년에 한 번꼴로 외친 ‘대~한민국!’의 함성이 더 컸던 결과입니다. 지난 4년간 3번이나 감독이 바뀌며 우왕좌왕했던 대표팀. 진짜 응원은 그때 더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미상_사진_사회적경제_축구선수_2014

최근 월드컵 열기 못지않은 게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입니다. 응원의 손길이 점점 거세집니다. 전국 15개의 사회적기업 중간지원기관이 올해부턴 협동조합까지 품어 안으며 컨설팅, 교육, 홍보 등을 돕습니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의 ‘유통사업단’이나 서울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공공구매영업단’ 같은 것도 새로 생겨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제품의 판로 개척을 적극적으로 돕기도 합니다. 자율적으로 응원의 힘을 모은 곳도 있습니다. 공익활동가들의 처우 개선을 목표로 하는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나 ‘피플앤프로보노 사회적협동조합’ 같은 곳입니다. 양광석 피플앤프로보노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비즈니스에서 어려움을 겪는 협동조합들을 응원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재능기부자 풀(Pool)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진행되는 등 여·야가 한목소리로 법제화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로운 벌판에서 ‘악전고투’하던 1세대들 보기엔 ‘격세지감’이 생길 정도입니다.

분명히 응원 열기는 높고 제도도 많아졌는데, 사회적기업가들은 “정작 필요한 지원이 없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생태계와 시스템 구축보다 인건비 등 단기 성과(고용창출)가 눈에 보이는 지원 일색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오락가락 방향성도 문제랍니다. 협동조합 지원기관의 한 전문가는 “기획재정부에선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 지원이 없다고 했는데, (소상공인전통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협업화지원사업’에선 1년에 400억원 넘는 돈을 협동조합에 지원한다”며 “이로 인해 돈만 보고 덤비는 협동조합이 늘고, 지원 현장도 원칙을 잃고 혼선을 빚는다”라고 했습니다. 헛심을 쓰니 정작 힘줄 곳은 느슨해집니다. 건설 분야의 한 사회적기업가는 “일하면서 ‘사회적기업인데 왜 돈을 받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소신을 가지고 일해왔지만, 사회적 경제에 대한 낮은 인식 때문에 힘이 빠질 때가 많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경제 관련 행사에선 ‘몬드라곤’ 성공 신화를 달달 외울 정도로 듣지만, 국내 초·중·고 교과서에선 사회적 경제에 대한 소개 한 줄 찾기 힘듭니다. 방향 잃은 지원, 보여주기식 응원. 그 끝에서 ‘호박엿’을 볼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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