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8일(화)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장 “온 국민이 사회서비스 누려야 진정한 복지국가”

“올해 복지 예산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지만 국민 체감도는 낮습니다. 사회서비스 대부분이 취약 계층에 집중돼 있기 때문인데요. 사실 사회서비스는 모든 국민을 위한 제도입니다. 국민 삶의 불편을 해결하는 게 사회서비스의 본질이고,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해요. 그게 진정한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장은 지난해 8월 초대 원장으로 임명됐다. 임기는 3년이다. 중앙사회서비스원은 전국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영되던 사회서비스원을 지원하고,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위탁 관리했던 사회서비스 품질 관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설립됐다.

중앙사회서비스원을 맡은 조상미 초대 원장은 "민간 기업과 비영리단체, 대학, 병원 등 다양한 주체들의 사회 공헌 활동을 엮어 사회 서비스 규모를 키우고 민관 협력의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중앙사회서비스원을 맡은 조상미 초대 원장은 “민간 기업과 비영리단체, 대학, 병원 등 다양한 주체들의 사회 공헌 활동을 엮어 사회 서비스 규모를 키우고 민관 협력의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올해를 ‘사회서비스 혁신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조 원장을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중앙사회서비스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사회서비스를 취약 계층 넘어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혁신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기존 사회서비스 사업과 사회복지조직, 비영리단체, 민간 기업 등에서 개별적으로 해오던 활동들을 연계해 전체 규모를 키우는 작업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복지국가로 가는 길

―사회서비스는 본래 취약 계층 대상 아닌가?

“사회복지의 큰 축은 사회보험, 공적부조, 사회서비스로 구분된다. 사회보험은 익히 아는 4대 보험이고, 공적부조는 취약 계층에게 주는 기초생활 수급 같은 현금 지원이다. 이와 달리 사회서비스는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 교육, 고용, 주거,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제공하는 개별 서비스를 말한다. 흔히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협소한 해석이다. 사회문제를 완화하거나 국민이 불편을 느끼는 것들을 편하게 해주는 모든 것을 사회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사회서비스를 많은 사람이 체감하려면 품질 향상과 동시에 규모화를 이뤄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기존에 사회서비스를 해오던 사회복지 조직이나 비영리단체뿐 아니라 기업이나 종교단체, 대학 등에서 진행하는 사회공헌을 연계해 공급 주체를 확장하는 거다. 지난해 12월에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포스코건설, SK행복나래, 현대차정몽구재단 등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민간 기업이 개별적으로 수행하던 사회공헌 활동을 사회서비스 사업과 연계하기 위한 첫 민관 협력이다.”

―기업이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건가?

“혼자 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AI(인공지능) 케어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국내 이동통신 기업들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독거 혹은 치매 노인의 돌봄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했다. 그런데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서비스를 받고 싶은 중산층 노인들도 있다는 점이다. 기업 사회공헌과 중산층 사용자의 비용 지급, 지자체 지원 등으로 민관 협력 모델을 만들면 지속 가능하고, 사회서비스 규모도 키울 수 있다.”

―규모를 키우면 무엇이 달라지나.

“사회서비스 규모가 커지면 약자를 위한 복지와 동시에 보편 복지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농촌 지역 같은 서비스가 못 미치는 사각지대까지 품을 수 있다. 보편 복지는 개별 민간 조직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민간의 많은 조직이 협업하고 사회서비스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일이 공공이 할 일이다.”

―기존 사회서비스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

“단순히 양적 성장을 뜻하는 게 아니다. 사실 웬만한 제도나 법은 다 있다. 사회서비스 관련 사업 수가 중앙 부처에만 300개가 넘고 기초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6만개가 넘는다. 사업이 없는 건 아닌데 수요자가 체감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는 거다. 그래서 민간 참여의 문을 열고 여러 사업을 구슬 끼우듯 잘 연결하는 게 관건이다. 사회서비스를 혁신하려면 뒤집어엎는 게 아니라 연결해야 한다.”

조상미 원장은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회복지행정, 산업복지, 사회적경제, 기업사회공헌 등을 연구하며 공공과 민간 분야를 넘나드는 활동을 해왔다. 특히 2017년에는 이화여대 일반대학원에 ‘사회적경제 협동과정’을 신설했다. 건축, 경영, 기후에너지, 사회복지, 특수교육 등 15개 학과를 연계한 국내 최초의 사회적경제 석박사 과정이다. 조 원장은 “협동과정을 통해 신설된 교과목은 첫해 3개에 불과했지만, 매년 조금씩 늘면서 지금은 66개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민관 협력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구축해야

―서비스 분야와 대상자가 각각 다른데 어떻게 연결하나?

“수요자 입장에서는 한 지역에서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여러 공급 주체로부터 받는다. 그런데 지금은 공급자 위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어서 체감도 안 되고, 시너지를 낼 수도 없다. 이탈리아에서는 ‘카라반 프로젝트’라고 해서 협동조합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보육, 급식, 의료 등 여러 사회서비스를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 제공한다. 이렇게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면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사각지대 발굴도 중요한 과제다.

“핵심 서비스 대상은 아동, 장애인, 노인 등이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취약 계층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저소득 청년이나 은퇴 중·장년, 보육 시설에서 나와야 하는 자립준비청년,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인 영케어러 등이다. 또 플랫폼 노동자들의 복지 공백이나 고독사 문제도 굉장히 커지고 있다. 이렇게 서비스 대상을 찾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본질적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복지부 사업인 ‘커뮤니티 케어’와 유사한데.

“맞는다. 정부에서 지난 2018년 11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 계획을 발표했고, 이듬해부터 전국 16개 시·군·구에서 선도 사업을 진행했다. 경기에만 남양주, 부천, 안산 등 세 곳이 있는데, 중앙사회서비스원은 이러한 선도 사업지를 중심으로 통합 돌봄 모델의 확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회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릴 방안은?

“품질 향상은 평가 지표를 고도화로 달성할 생각이다. 우선 시설 평가의 경우 시행한 지 이미 20년이 됐고, A등급이 전체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표준화 목표에는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집중해야 할 부분은 성과 평가인데, 노인 돌봄이면 낙상률 감소와 같은 클라이언트들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자율 지표를 추가할 생각이다. 예전부터 많은 연구자와 전문가들이 지적했지만 시행하지 못한 부분이다.”

―복지 분야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궁극적으로 온 국민이 사회서비스를 편안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사회서비스는 복지 측면에서 가치도 있지만 산업적 가치도 분명히 존재한다. 서비스 복지는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고, 여기에 R&D(연구·개발) 기술 투자도 들어올 수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서비스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진정한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다.”

문일요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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