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일)

창조경제·문화융성… 정부 요청에 대기업 CSR 몸살 앓아

지난 4일, 주요 기업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소집’ 때문이었다. 지난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정부가 그 핵심 전략인 ‘창조경제’를 들고, 본격적인 드라이브에 나선 것. 이날 미래부 창조경제기획국장이 주재한 회의의 주요 골자는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관이 협력하자’였다.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될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결합하고 싶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과학기술과 ICT를 기반으로 복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미래부가 제시한 큰 그림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CSR 담당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래부도 모르는 해답을 기업에 숙제로 넘겨준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 이에 구체적인 요청도 정보도 얻지 못한 기업들은 다음 액션을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 기업은 미래부의 요청을 ‘창조경제 홍보’로 이해하고, 사회공헌과 창조경제를 결합한 내용을 담은 홈페이지를 제작 중이다. 기존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ICT를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을 새로 기획하는 기업도 있고, 중소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쪽으로 사회공헌 기조를 바꾼 곳도 있다. 반면 “대기업이 이전에 해오던 제품 개발, 일자리 창출이 바로 창조경제”라면서 우려 섞인 눈으로 미래부의 동향을 주시하는 기업도 많다. “CSR, CSV(공유가치창출)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뤄가야 하는데, 정부가 기업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성급히 보려 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융성’을 키워드로 한 CSR, CSV 모델을 개발하라는 정부의 지시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도 있었다. 해당 기업 CSR 관계자는 “다양한 모델을 제안했는데 당장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보여주기식’ 프로그램이 채택돼 난감하다”면서 “덕분에 수혜자의 만족도도, 효과성도 높은 프로그램은 규모를 점차 축소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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