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망치 들고 돌 깨던 소년… “이젠 책 들고 학교 가요”

희망편지쓰기 대회 5년간의 이야기
매년 꾸준히 증가한 참여율
2009년, 171만명 시작으로 작년엔 238만명으로 늘어 연예인의 참여도 활발
성장하는 프로그램
아이의 변화 스토리와 해당국의 자세한 설명 더해 2013년 공식홈페이지 오픈
올해는 서울시 초등학생의 학교폭력예방교육 등 나눔교육 함께 진행할 계획

의사를 꿈꾸던 아프리카 르완다 소년 자말(12)은 매일 아침 6시면, 어깨에 10㎏짜리 물동이가 아닌 책가방을 멘다. 이젠 돈을 벌러 물을 팔지 않아도 된다. 그토록 꿈꾸던 등굣길이다. 똑똑하고 적극적인 성격 덕분에 학교에선 그룹 리더도 맡았다. 아프던 엄마도 이젠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까지 좋아졌다. 집도 없어 월세로 버티던 자말의 가족에겐 식료품 가게를 겸한 새집까지 생겼다. 이 모든 변화는 제4회 ‘지구촌나눔가족 희망편지쓰기대회’ 212만통의 편지 덕분에 가능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니 정말 힘이 나요. 시각 장애인 친구의 편지엔 깜짝 놀랐어요.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생활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더 분발해야겠어요.”(자말의 편지 중)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돌 깨는 일 대신 공부를 할 수 있어 즐겁다는 비샬(5회 주인공)의 웃는 모습. ②제4회 희망편지쓰기대회에 참가한 어린이와 인도네시아 친구들과의 운동회. ③스마트폰 게임으로 기부할 수 있는‘희망편지’애플리케이션. ④2011년 '세상에서 가장 긴 편지' 행사 현장. /굿네이버스 제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돌 깨는 일 대신 공부를 할 수 있어 즐겁다는 비샬(5회 주인공)의 웃는 모습. ②제4회 희망편지쓰기대회에 참가한 어린이와 인도네시아 친구들과의 운동회. ③스마트폰 게임으로 기부할 수 있는‘희망편지’애플리케이션. ④2011년 ‘세상에서 가장 긴 편지’ 행사 현장. /굿네이버스 제공

◇”이젠 쓰레기·망치 대신 책을 들게 됐어요”

희망편지쓰기대회 주인공 5인방은 이제 어엿한 학생이다. 더 이상 하루 벌어 하루 살 것을 고민하는 소년소녀 가장이 아니다. 방글라데시의 수존(2회 주인공)은 쓰레기를 줍지 않아도 되고, 캄보디아의 락스미(3회 주인공)는 오리농장에서 일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네팔의 돌 깨는 소년으로 주목받았던 비샬(5회 주인공)은 ‘매일 아침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가고 싶다’는 소원을 이뤘다. 소아마비 때문에 발 대신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다녔던 아프리카 차드의 이삭(1회 주인공)은 초록색 휠체어를 선물받았다.

올해 희망편지쓰기대회 참가자는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우리나라 전체 학생의 25%가 참여하는 대회지만, 시작은 부산지역 한 조손 가정 여중생의 편지에서 비롯됐다. 2008년, 굿네이버스 부산지부에서 ‘나눔교육’의 일환으로 부산체신청(현 부산지방우정청)의 후원을 받아 ‘나눔가족 편지쓰기’ 대회를 열었다. 대상을 수상한 아동의 편지는 많은 감동을 불러일으켰고, 굿네이버스 본부에선 이를 전국으로 확대키로 결정했다. 2009년 제1회 대회에 전국 2037개교 학생 171만1379명의 참여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3851개 학교, 237만9800명이 참여했다.

연예인들도 이 대회에 적극 참여했다. KBS 개그콘서트 ‘달인팀’, 배우 김현주씨, 가수 윤도현씨와 딸 윤이정양, 최수종 친선대사, 슈퍼주니어 강인, 배우 여진구씨 등 스타들이 나눔의 장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양적인 성장만큼, 프로그램도 진화했다. 첫 대회 때는 ‘희망편지쓰기대회 키트(KIT·대회 주인공의 영상이 담긴 CD와 편지지로 구성)’를 제작해 배포했는데, 회를 거듭하며 주인공들의 변화 스토리, 해당 국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등도 포함됐다. 편지쓰기에만 머물지 않고, 지난해에는 ‘세계아동노동착취 반대 서명 캠페인’을 열어 총 8만1259명이 캠페인에 동참했고 이 서명은 국무조정실에 전달됐다.

올해에도 새로운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지난달 26일, 굿네이버스는 ‘제5회 지구촌나눔가족 희망편지쓰기대회’에서 마련된 성금 1억원을 서울시에 기탁하며 국내 아동 지원에 나선 것. 굿네이버스는 올해 서울특별시교육청과 함께 서울시 초등학생 34만5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편지쓰기대회, 학교폭력예방교육, 심리정서지원사업 등이 포함된 ‘행복나눔인성스쿨’을 공동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배우 변정수씨는 ‘행복나눔인성스쿨’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희망편지쓰기대회, 나눔교육의 장을 열었다

‘지구촌나눔가족 희망편지쓰기대회’는 굿네이버스의 나눔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다. 희망편지쓰기대회를 포함한 중학생 대상 나눔교육 ‘미투미(ME to Me)’, 초등학생 대상 찾아가는 나눔교육 ‘원하트(One Heart)’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나눔교육은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굿네이버스는 서울대 교육연구소와 협력해 효과성 연구를 실시했다. 초·중학교 30개교에서 아동 191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나눔교육을 실시한 집단이 나눔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타인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친사회적 행동’과 ‘다문화 수용성’이 높아졌음이 입증됐다. 연구를 맡았던 김동일 서울대 교육연구소 교수는 “따돌림 피해자에 대해 옹호하는 행동 영역의 점수는 증가하고, 가해자에게 동조하는 행동 영역 점수가 감소했다”면서 나눔교육의 효과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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