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목)

그의 사진엔 환하게 웃는 아프리카가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요셉
색약으로 교사 포기한 후 주변 일상부터 찍기 시작
“슬픈 아프리카 아닌 평범한 모습 담고 싶었다”
사진전 열고 지인 모금 통해 차드에 우물 10개 만들기도

“큰딸이 올해 여섯 살인데, 만날 이것저것 가리키면서 ‘무슨 색인 것 같으냐’고 물어요. 대체로 틀리거든요. 그럼 ‘아빤 진짜 색깔을 잘 모른다’면서 놀려요(웃음).”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요셉(37)씨의 말이다. 그는 색의 일부분을 식별하지 못하는 ‘색약’이다. 같은 색도 적색 옆에선 녹색으로, 녹색 옆에선 적색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교사를 꿈꿨지만, 재수 끝에 신체검사에서 탈락했다. ‘색약’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사진을 찍게 된 건 왜일까.

“사는 게 허무하게 느껴졌어요. 빨리 나이 들고 싶기만 했고요. 이렇게 지나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 순간순간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전엔 색도 구분 못 하는 제가 사진은 절대 못 찍을 거라 생각했었죠.” 평소 주로 무얼 찍느냐는 질문에 그는 “주변의 작은 일상을 찍는다”고 했다. 요구르트 아주머니, 밭 매는 할머니, 갓 태어난 아들. 모두가 그의 사진 속 주인공들이었다. 인터넷과 책을 통해 찍은 사진을 나누면서, 그의 사진을 찾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갔다.

2010년 굿네이버스 인도지부 무두말리 사업장에서 이요셉씨가 아이들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2010년 굿네이버스 인도지부 무두말리 사업장에서 이요셉씨가 아이들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이요셉씨를 만나기로 한 건 그가 아프리카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보고 나서였다. 그는 2007년부터 굿네이버스에서 재능나눔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프리카의 케냐, 에티오피아, 차드, 르완다, 탄자니아에서부터 인도에 이르기까지 굿네이버스 지부가 위치한 외곽 곳곳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사진 찍는 일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면, 이 일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슬픈 사진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일부러 아프고 힘들게 그려내고 싶지 않았어요. 실제로 가난하다고 해서 온종일 울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상황을 덤덤하게, 그러나 진심을 담아 찍었어요.”

그의 아프리카 사진엔 공을 차고, 물놀이를 하며 신난 아이들, 새로 생긴 학교에서 공부하며 엄지를 들어 보이는 아이들, 카메라를 멋쩍어하면서도 환하게 웃는 웃음들이 담겼다.

이요셉씨가 아프리카에서 찍은 사진들. /굿네이버스 제공
이요셉씨가 아프리카에서 찍은 사진들. /굿네이버스 제공

아픈 현실들도 수차례 마주해야 했다. “2009년 갔던 차드는 아프리카 어느 나라보다도 열악했어요. 수인성 질병이 큰 문제였습니다. 깨끗한 물이 없어서,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리고 또 죽어가고 있었어요. 앙상하게 마른 유누스 이삭이라는 아이를 찍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상황을 본 이상, 사진만 찍는 건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졌어요.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죠.” 우물 하나에 450만원. 사진전도 열고, 원고료도 모았다. 교회나 주변 지인들을 사진 들고 찾아다니기도 하고, 블로그에도 올렸다. 지인들, 블로그를 타고 십시일반으로 2550만원이 모였다. 굿네이버스를 통해 차드에 우물 10개가 만들어졌다.

2009년, 우물을 계기로 한국나눔봉사대상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엔 아프리카 우물 만들기를 위한 그림전도 개최했다. 미술학 박사과정 중인 그의 대학원 동료(미술관 관장)가 그의 습작을 보고 전시회를 권한 게 계기였다. 전시회와 모금을 통해 모인 3300여만원으로 차드 9개 지역, 16개 마을에 식수 펌프가 만들어졌다.

“그림이건 사진이건, 색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게 중요하진 않더라고요. 진심을 담는 게 중요하죠. 제가 찍은 사진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큼 또 감사한 일이 있을까요.”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