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주민들의 종잣돈, 지역 공동체 자본금으로 도약

성남주민신협

47명이 1000원씩 모아
4만7800원 ‘신용 품앗이’

34년만에 자산 1500억원대
지역 금융기관으로 성장

1979년, 4만7800원의 ‘종잣돈’이 모였다. 경기도 성남시 주민교회를 다니던 교인 47명이 십시일반으로 1000원씩 모든 돈이였다. 높은 사채를 대신해, 공동체 내에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서였다. 47명의 ‘신용 품앗이’로 시작한 공동체는 34년이 지난 지금, 조합원 1만3000여명을 아우르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성남시 수정구 ‘주민신협’의 시작이다. 올해 조합원들의 출자금은 113억원, 총 자산은 1500억원대에 이른다.

신용협동조합은 서민들 스스로 사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금융기관이다. 지역공동체 안에서 ‘돈을 순환시키는’ 거점이 되는 것이 목표다. 2011년, 반(反)월가시위가 일어난 미국에서 신협으로 계좌를 옮기자는 ‘은행계좌 전환운동’이 일어났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윤만을 쫓는 자본에 맡기는 대신, 지역 내에서 모인 돈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도록 하자는 것이다.

성남주민신협은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구성된 신용협동조합으로 조합원들간의 자금 유통을 담당하는 사회적 금융기관이다. /성남주민신협 제공
성남주민신협은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구성된 신용협동조합으로 조합원들간의 자금 유통을 담당하는 사회적 금융기관이다. /성남주민신협 제공

주민신협도 마찬가지다. 1만3000여명의 출자금에 1년간 붙은 이익은 지역사회 내 소외계층의 장학금 지원이나 실버노래교실, 실버댄스 등의 문화프로그램 운영비로 쓰인다. 지역사회를 위한 계절 축제나 어린이 경제교육도 진행한다. 기존 금융기관에서 돈을 융통하기 어려운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 자금을 유통하는 것도 신협의 몫이다. 성남 의료생활협동조합인 우리한의원에는 1000만원을 출자해, 신협의 조합원이면 따로 가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조합원’ 자격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신협 35년 중 25년 역사를 함께 해온 생활협동조합(생협)과는 형제와도 같다. 생협과 연계해, 신협 조합원 가족들이 함께 참여하는 농촌 체험행사를 운영하기도 하고, 생협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두레생협에 새롭게 들어가게 될 때 운영 자본금을 출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기업 유스바람개비, 협동조합 성남시민버스나 성남 도시농부협동조합 등 성남지역 사회적경제에 필요한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주민신협은 이러한 사회적경제 구심점 역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부터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배당금의 1%를 ‘성남시 협동사회경제’ 기금으로 조성, 지역 내 사회적경제 선순환을 위한 자본금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모은 기금은 자금이 필요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에 빌려주고, 그 수익금으로 다시 기금을 늘려, 성남시의 협동사회경제 네트워크를 다져나가고자 함이다.

주민신협 최인순 상무는 “신협은 본래 지역 공동체와 그 안의 사람들을 위해 생긴 공동체 운동이라 ‘돈에 혈안이 되어 있는’ 금융자본과는 차원이 다르고 훨씬 안전하다”며 “더 많은 사람이 유대와 협력이라는 신협의 본래 취지를 알고 함께하면 좋겠다”고 했다.

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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