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월)

[미래 Talk!] 노동존중경영賞은 ‘눈 가리고 아웅’ 賞?

지난 12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이하 UNGC)와 윤리준법경영인학회(ECOA)가 공동 주최한 ‘2013 글로벌 CSR 콘퍼런스’ 행사장을 방문했습니다. 이날 UNGC의 기준을 잘 이행한 국내 기업을 선정하는 가치경영대상 시상식이 있었는데요, 그중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정립하고 고용·업무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과 함께 노동존중경영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런데 이달 초 일부 언론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인원이 무려 6000여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시상식 전날인 11일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인천공항 청소 아주머니 얘기 들어주세요’라는 글과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공항이 서비스 평가를 받는 동안 청소부들은 화장실에 숨어 지내야만 한다’, ’13년차 근로자의 월급이 신입과 차이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5일 만에 페이스북 ‘좋아요’ 9만1000건, 유튜브 조회수 1만2000건을 기록할 정도로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UNGC는 이런 논란을 몰랐던 걸까요, 외면한 걸까요.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UNGC는 “지난 7개월간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 기준에 근거해 우수 기업을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UNGC에 문의한 결과, “심사 기준과 참여 기업 명단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UNGC의 한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공사 노동조합 간 상생 및 협력사 복지 처우 개선을 높이 평가해 상을 수여했다”고 말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문제를 심사에서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심사위원들이 심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알고 있었지만, 기업이 잘하는 부분을 부각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시상을 예정대로 진행했다”고 답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수상 소식을 접한 뒤 트위터에 “이번 시상식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잘못된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다양한 CSR 관련 인증과 시상식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런 사례가 계속되면 국민에게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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