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허름했던 독서실에 책 1000권이 빼곡

아름인 도서관 개관식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혜리(가명·10)양은 얼굴에 연신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중·고등학교 언니들만의 전유물이었던 2층 독서실이 1000여권의 책과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진 도서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와~. 오늘부턴 책을 마음껏 볼 수 있겠네요.” 혜리양은 20권 세트로 진열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가리켰다. 혜리양의 친오빠 진우(가명·12)군도 다가와서 “예전엔 여기서 바퀴벌레가 한번씩 나와 놀란 적도 많았다”면서 “이젠 자주 오고 싶을 정도로 깨끗해졌다”고 했다. 344번째 ‘아름인(人) 도서관’ 개관식 현장이다.

지난 2010년부터 신한카드와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는 ‘아름인 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아동센터의 열악한 도서 환경과 학습 공간을 개선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참좋은지역아동센터를 시작으로 지난 2011년까지 전국 16개 시·도 지역아동센터 231곳에 ‘아름인 도서관’을 만들었다. 지난해엔 강화도 월곶, 경남 남해군 등 도서산간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60여개 지역아동센터에 도서관을 마련했고, 올해엔 도심 내 소외된 지역아동센터와 어린이 병원으로 대상을 넓혔다. 지금까지 조성된 아름인 도서관만 344개, 전국 지역아동센터의 약 10%에 가까운 수치다.

위성호 신한카드 대표이사(맨 왼쪽)가 마로니에 지역아동센터의 한 아동과 독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과미래 제공
위성호 신한카드 대표이사(맨 왼쪽)가 마로니에 지역아동센터의 한 아동과 독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과미래 제공

특히 마로니에 지역아동센터의 ‘아름인 도서관’은 신한카드 2100여명 임직원의 자발적 기부금을 통해 조성된 첫 번째 도서관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신한카드 위성호 대표이사는 “책을 읽으면서 꿈도 키우고, 훌륭한 사람으로 사회에 나아가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박은정 마로니에 지역아동센터장은 “읽고 싶은 공간에 다양한 분야의 책이 갖춰져 아이들이 독서 편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이어 동화 구연 강사의 맛깔나는 구연동화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몸을 앞으로 숙이며 자연스레 책 읽기에 집중했다. “자, 이젠 책에 등장했던 불가사리를 생각하며 가면을 만들어볼까요?” 책에 등장한 소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독서 체험 프로그램이다. 하얀 가면을 도화지로 삼아 색연필, 사인펜, 매직을 손에 쥐고 쓱쓱 그리기 시작하자 분홍·초록·빨강 등 각양각색의 불가사리들이 만들어졌다.

사업 3년차에 접어든 지난해부터는 ‘대학생 북멘토 봉사단’을 운영, 지역아동센터 아동의 독서 습관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1기 봉사단은 7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멘토링을 진행했다. 400명이 넘는 대학생이 봉사단 신청에 응모, 경쟁률 20대 1을 기록했다. 올해부터는 신한카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아름인 북리더’ 자원봉사자 17명을 모집했다. 봉사자들은 독서 코칭 교육을 받은 뒤 12월까지 수도권 지역아동센터 15곳을 방문해 1회 이상 동화 구연와 놀이 활동을 진행했다.

‘아름인 도서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준호 신한카드 브랜드전략팀 차장은 “내년에는 지금껏 조성한 도서관들의 유지·보수까지 고려해 내실을 다지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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