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이 2030년까지 환경 분야에 총 153조20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집계됐다.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기업 ESG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는 국내 30대 그룹과 전경련 ‘K-ESG 얼라이언스’ 회원사의 지속가능보고서와 실태조사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기업들의 대표적인 투자 방식은 글로벌 인수·합병이다. SK는 일본 라이맥스 친환경소재기업 TBM 지분을, SK에코플랜트는 대원그린에너지 등 폐기물 처리업체 4곳을 인수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풍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RES 프랑스를 인수했다. 수소탱크 등 고압탱크를 제조하는 미국 시마론도 사들였다. 효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액화수소공장 건립을 위해 독일 린데그룹과 합작사업을 펼친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자체를 ESG 테마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기업들이 ‘ESG 채권’을 발행한 첫해기도 했다. 전경련이 최근 3년간 상반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민간기업의 ESG 채권 발행실적은 지난해까지 한 건도 없었다. 그러다 올해 현대차, SK, LG, 롯데, 한화,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등 10대 그룹이 ESG 채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넷 제로를 선언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SK·SK실트론·SK네트웍스는 2040년, 현대기아차는 2045년, 한화솔루션·코웨이·SK텔레콤은 2050년까지를 목표로 제시했다. 네이버는 2040년까지 카본 네거티브(탄소중립을 넘어 마이너스 도달)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기업마다 특성에 맞는 다양한 탄소정책을 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대체육 시장을 공략 중이다. CJ제일제당이 투자한 싱가포르 기업 시옥미트는 대체육 스타트업 ‘가이아 식품’ 지분을 90% 이상 인수했다. GS칼텍스는 스웨덴 에너지기업 룬딘사가 생산한 ‘탄소중립 원유’ 200만 배럴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LG전자는 탄소회계제도를, 삼성화재는 내부탄소가격제를 시행한다.
수송 분야도 탄소 저감을 위해 노력 중이다. 대한항공은 2027년부터 항공사들이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국제항공 탄소상쇄제도(CORSIA)’를 올해 선제 도입해 시범운영 중이다. CORSIA는 국제항공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도로, 이를 초과해 배출한 항공사는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해야 한다.
보고서는 올해 기업 경영에서 사회(S) 이슈도 적극적으로 다뤄졌다고 평가했다. ▲인적자원관리 ▲공급망 ESG 확산 ▲인권 경영 ▲지역사회와 공동체 활동 ▲안전 보건 ▲헬스케어 접근성 향상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다. 공동체 활동 사업에는 환경, 코로나, 반려동물, 골목상권, 스타트업 등 최근 사회 트렌드가 반영됐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국내외 다양한 이니셔티브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에는 SK, LG에너지솔루션, 아모레퍼시픽,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13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글로벌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시 태스크포스인 TCFD에도 19곳이 공식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금융·공공기관 제외). 삼성SDS, 현대차, 롯데칠성음료, 한화솔루션 등이 해당한다. 백서 조사대상 기업 85개사 중 54개사(64%)는 TCFD 보고 양식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현황을 공시하고 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