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정서 불안·장애 겪는 아이 100만명… 어려서부터 심리 지원·치료받아야

초·중·고 학생 6명 중 1명 ‘관심군’

지난 10일 오전 서울 은평구에 있는 B보육 시설에서 한바탕 소통이 벌어졌다. “또 민우(가명·11)야?”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다툼이 벌어지지만 이번엔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대치 중이었다. “선생님이 그랬잖아요. 미친 xx.” 욕도 서슴지 않았다. 분노를 참지 못한 민우가 건조기를 던져버리려다 이내 선생님들에게 제지당했다. 민우는 한 달 동안 다른 방으로 옮겨져 형들과 생활하는 징계를 받았다.

정신 건강이 빨간불인 아이들이 6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전체 초·중·고교생 668만2320명 중 648만2474명(97%)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도 학생 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에 따르면 지속적인 상담·관리가 필요한 ‘관심군’ 학생은 16.3%인 105만4447명에 달했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양육 시설에서도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필요로 하고 있다. 서울SOS어린이마을 정상은 임상심리치료사는 “부모의 이혼·방임과 같은 가정 해체로 인해 일차적으로 상처를 받아 양육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만큼 전문적인 심리 치료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심리 지원과 치료는 조기 개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연희 동명아동복지센터 사무국장은 “10년 전쯤 가장 관심을 요하는 2명을 데리고 소아정신과를 데려갔는데, 약간의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어 인지 치료와 약물치료 등 각종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10년가량 꾸준히 치료를 받은 결과 지금은 상담 치료를 받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서울꿈나무마을 강효봉 수녀도 “아이큐(IQ)가 65에서 70 사이 정도인 경계선급의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인지 및 상담 치료를 받도록 했는데 안정적으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적인 양육자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단 지적도 많다. 서울SOS어린이마을 허상환 원장은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지지해주는 체계가 제대로 없으면 성장하면서 결국 자립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독일의 하임이라는 소규모 치료적 보호 시설에서는 심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 4명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 대상은 20세 미만 행동·품행 장애를 가진 ‘고위험군’아이들이다. 4800개 시설에서 8~10명의 아동이 소규모로 치료를 받고 있다. 조규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학업중단대응 TF팀 팀장은 “4명의 전문가가 1인당 2~2.5명의 아동을 관리한다는 것은 전문적 치료뿐만 아니라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것”이라며 “투자 차원에서의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현수 들꽃청소년세상 대표는 “결국 사회 복지와 같은 휴먼 서비스는 종사자의 질에 달려 있는 것”이라며 “개인별 맞춤형으로 보호하고 살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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