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집에만 있던 초기 치매 노인, 주간센터 다니며 활기 되찾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요양병원 등 격리 시설보다 가족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계속 생활해야 건강에 도움
돌발행동 많은 치매환자 등급 판정 의미 없지만
주간보호시설 이용할 때 등급 있어야 보조금 지원 “서비스 혜택 대상 늘려야”

“아버님이 주무시다가 느닷없이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잦아졌어요. 온 가족이 새벽 내내 아버님을 찾아 나서기 일쑤였죠. 새벽에 갑자기 출근한다며 어머님께 아침밥과 옷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부모님의 새벽 승강이가 자주 벌어졌죠. 교장으로 은퇴할 때까지 평생을 존경받으며 사셨던 아버지이신데…. 치매가 그렇게 무섭더라고요. 가족 모두가 끝을 알 수 없는 미로 속에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주간보호센터에 다닌 이후 아버님은 놀랄 만큼 변하셨어요. 잠도 잘 주무시고, 미술 같은 취미도 찾으셨어요. 아버지의 변화로 가족의 건강까지 되찾았죠.”<등급 외 치매 노인 부양자 수기 중>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면서, 치매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치매 노인은 56만명 정도로, 5년 동안 34.2%나 증가했다. 노인 11명 중 한 명이 치매 환자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에는 치매 노인 인구가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치매 판정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 중 1~3등급에 해당하는 환자를 장기요양보험제도로 지원해 전문기관의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치매노인주간보호센터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들의 인지 능력을 개선시키고,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늦추기 위해서는 초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들의 인지 능력을 개선시키고,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늦추기 위해서는 초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은학의 집’도 그중 하나. 서명희 ‘은학의 집’ 관장은 “몸이 좋지 않은 노인들이라도 요양병원 같은 시설에 격리되는 것보다 지역사회에서 가족과 함께 하길 원하며, 그렇게 보호받는 것이 어르신들 삶의 질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등급 판정을 받은 치매 노인은 주간보호시설 이용에 대해 국가로부터 85%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경증 치매 노인은 사정이 다르다. 70만원에 이르는 시설 이용비를 자비로 내야 한다.

하지만 보호 필요성은 등급 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명희 관장은 “현장에선 치매 노인의 등급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했다. 치매란 병의 증상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 관장은 “등급을 받을 당시에는 경증으로 보였지만, 갑자기 심각한 돌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저소득 치매 노인 지원 사업’은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정봉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전무는 “국내 치매 노인 중 25%만이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어, 등급 외 치매 노인의 부양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특히 치매는 초기 치료 및 관리가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경증 치매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단은 지난해부터 별도 공간의 여력이 있는 전국 복지시설 및 치매지원센터 12곳에 ‘등급 외 치매 어르신 주간보호센터’ 운영에 필요한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치매 환자 2100명 이상이 재단의 사업을 통해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했다. 서 관장은 “우리 시설에 머무는 어르신이 50명 정도인데 8명이 등급을 받지 못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은학의 집’에서 ‘등급 외 반’을 맡고 있는 진언희(48) 사회복지사는 “인지 교육, 정서 지원, 재활 치료 프로그램은 물론, 지역사회로 나가는 사회활동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경증 치매 어르신들은 적응과 습득이 비교적 빠르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효과도 좋다”고 했다.

매일 ‘은학의 집’을 찾는다는 김꽃분(가명·87) 할머니는 “집에 있을 때는 우울하고 답답했는데, 여기 와서 사람들과 어울리니 재밌고 즐겁다”고 했다. 재단의 사업을 통해 서울시도 등급 외 치매 노인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의 치매지원센터를 대상으로 1개 센터 당 20인 내외의 등급 외 치매 노인을 별도 지원하는 ‘서울형 등급외 치매노인전용 주간보호센터’ 사업을 내달부터 오는 2014년 12월까지 펼칠 예정이다. 정봉은 전무는 “이번 사업은 경증 치매 환자는 물론, 그 가족의 건강까지 생각해 마련됐다”며 “경증 치매 노인 가정의 복지를 위해 지속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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