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희망 허브] 문화예술가 사회와 손잡고 맹활약

다문화노래단 ‘몽땅’ 이주노동자·난민 등 9개 국가 단원들 모여
지역 의류브랜드 ‘2’ 창신동 봉제공장과 협업주민들 인건비 높여
사회적기업 ‘자바르떼’ 직원 만족도 높이기 위해 협동조합으로 전환

러닝투런의 두 예술가, 홍성재(왼쪽), 신윤예(오른쪽) /러닝투런 제공
러닝투런의 두 예술가, 홍성재(왼쪽), 신윤예(오른쪽) /러닝투런 제공

문화예술 전문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되면서, ‘예술가=수익이 없다=가난하다’는 등식이 깨질지 주목받고 있다. 2013년 5월 기준, 인증을 받은 국내 사회적기업 828곳 중 문화예술전문 사회적기업 수는 총 134개(약 16.2%). 환경 관련 사회적기업(136개, 16.4%)에 이어 둘째로 많다. 2년 전, 인증 단체가 31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2년 새 무려 4배나 증가한 수치다.

“정말 재밌고 행복합니다. 좋아하는 노래도 부르고, 돈도 벌 수 있으니까요.”

지난 2007년 한국에 온 셀게렝 간티거(29·별명은 가나)씨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는 현재 문화예술 예비 사회적기업 ‘몽땅(Montant)’의 대표 가수. 3년 동안 간판공장, 마장동 고깃집 등 여러 곳에서 일했지만 가나씨가 원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근무 환경도 불안정했고, 적성과도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2년 전, 다문화노래단 ‘몽땅’의 멤버가 되면서 가나씨의 삶은 달라졌다. ‘몽땅’의 김희연 대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다문화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육성공모’ 사업에 선정된 것이 계기”라며 “세 차례에 걸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이주노동자, 난민, 유학생, 경력 단절 여성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9개 국가의 단원이 모였다”고 했다.

다문화노래단‘몽땅’의 멤버들 /몽땅 제공
다문화노래단‘몽땅’의 멤버들 /몽땅 제공

매일 3~4시간씩 노래 연습을 하지만, ‘몽땅’의 멤버들은 공연만 하지는 않는다. 회계, 영상촬영, 페이스북 관리, 홍보 등 각자가 맡은 일이 하나씩 더 있다.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가나씨는 “촬영 및 영상 편집을 맡고 있다”면서 “몽골에서 사범대학을 졸업했기에 교육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몽땅’은 공연 외에도 문화행사 기획·노래교실 등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이 ‘지역 커뮤니티’와 결합하면서 사업의 기회를 넓히는 예도 있다. 지난해, 봉제공장이 2800여개 들어선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미대를 졸업한 홍성재(30)·신윤예(28) 두 예술가가 들어갔다. 신윤예씨는 “인건비가 낮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와 경쟁하면서 창신동 주민들의 사정이 어려워졌다”면서 “아이들의 교육, 위생 등 지역사회의 문제도 예술교육으로 풀고, 지역에 맞는 일자리와 사업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문화예술 소셜벤처인 ‘러닝투런’을 설립해 예술 교육 프로그램 및 지역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난 6월에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창신동 봉제공장의 자투리 원단으로 만든 미술작품 등을 전시한 ‘메이드 인 창신동’ 전(展)을 열었다.

지난달에는 창신동 봉제공장들과 협업을 통해 지역 의류브랜드 ‘2(이:)’를 론칭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창신동 일대에서 배출되는 자투리 천 쓰레기는 하루 평균 22t, 연간 8000t 정도. 홍성재씨는 “기본 셔츠 패턴에서 남는 부분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 버리는 부분을 최소화하며 원단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면서 “일반 의류브랜드에서는 50% 이상이 유통비에 들어가지만 ‘2(이:)’ 브랜드는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공임비가 50%”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도 젊은 예술가들의 흥미로운 시도를 반기고 있다. 신윤예씨는 “예술교육과정에 참여했던 봉제공장 사장님이 제품을 만들 때 시설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등, 주위에서 돕는 손길도 많다”고 했다.

한편 문화예술 대표 사회적기업인 ‘자바르떼’는 ‘협동조합’의 형태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예술교육 및 지역재생 사업으로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예술가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기업 목표를 상기해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상근직원은 5명. 경기, 인천지부가 독립하기 전에는 상근자를 무려 50여명 고용하던 기업이었다. 이제 상근직원을 제외한 다른 예술가들은 생산자 조합원의 자격으로 비상근직 형태로 자바르떼 활동에 참여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창신동 봉제공장들과 협업으로 만든 지역 의류브랜드‘2(이:)’ /러닝투런 제공
창신동 봉제공장들과 협업으로 만든 지역 의류브랜드‘2(이:)’ /러닝투런 제공

“예술가들은 기본적으로 공연 및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자바르떼’는 문화예술교육을 전문 사업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예술가들의 니즈(Needs)를 채우기 힘듭니다. 직원들이 만족해야 조직도 지속 가능하겠지요. 비상근직 생산자조합원들은 교육사업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예술 활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지요”(‘자바르떼’ 이동근 대표)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는 지적도 있다. 자바르떼 협동조합연구소 이은진 실장은 “고용을 담보로 하는 현재 사회적기업 제도는 문화예술단체에 잘 맞지 않는 옷일 수도 있다”며 “트렌드를 따라간다기보다 기업문화 및 목표를 고려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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