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5000억 매출 명품 브랜드, 사회책임의 품격은?

명품 브랜드들의 ‘알뜰한’ 기부
사회공헌 양극화 현상
루이비통, 내역 공개 거부
구찌는 기부 4배 늘려
오메가·페라가모 불가리·펜디 등 4곳
작년 기부금 0원
국내에선 공헌 안 하면서 해외에선 우수 CSR로 인정받는 브랜드도 있어

‘명품의 두 얼굴. 한국인은 봉인가 VIP인가(2012년 8월)”외국계기업 나눔엔 짠 손…(2012년 11월)’

지난해 해외 명품 브랜드 업체의 기부실태를 고발하는 기사는 연일 화제였다.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명품 브랜드 업체의 사회적 책임은 얼마나 향상됐을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기부금 내역 및 명품 브랜드 업체의 사회공헌 활동 실태를 알아봤다. 취재 결과, 명품 브랜드 업체의 사회공헌 활동에는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Wikimedia.commons 제공
Wikimedia.commons 제공

◇사회책임 회피하는 루이비통 VS. 장기적인 국내 사회공헌 벌이는 구찌

작년 11월 13일, 루이비통코리아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을 변경했다. 유한회사는 공개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지 않기에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시의무’가 없다. 재무제표를 공개할 필요도 없고, 회계 감사 또한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루이비통코리아의 연매출과 수익, 주요 주주의 배당금, 기부금 내역 등은 아예 확인이 불가능하다.

루이비통코리아는 2011년 기준 4974억원 매출과 575억원의 영업이익, 4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기부금은 2억1100만원이었다. 그해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루이비통코리아는 프랑스 본사인 루이비통-모에 헤네시(LVMH) 그룹에 당기순이익의 약 89%인 400억원을 중간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루이비통코리아 관계자는 유한회사로 전환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글로벌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왔다”고 답했다. 작년 기부금 내역 공개 및 국내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한편 구찌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2825억으로 전년도에 비해 약 130억원 줄었음에도 오히려 기부금은 5648만원에서 2억3815만원으로 4배 이상 늘렸다. 지난달부터 국내 문화유산 보호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협약을 맺고 5년 동안 매년 1억원씩, 총 5억원을 후원하는 ‘나의 사랑 문화유산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 파트리지오 디마르코(Patrizio di Marco) 구찌 사장 겸 최고경영자와 프리다 지아니니(Frida Giannin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방한한 것이 계기였다. 구찌그룹 관계자는”한국의 미래 인재 양성과 한국 문화유산 보전을 위해 향후 5년간 장기 사회공헌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상_그래픽_사회공헌_명품브랜드매출기부금현황_2013

◇국내에서는 ‘나 몰라라’, 해외에서는 ‘우수 CSR 기업’

해외에서는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매출만 높일 뿐 사회공헌에 소극적인 업체도 많았다. 이탈리아의 고급 패션브랜드 펜디가 대표적이다. 올해 초, 펜디는 로마의 명소인 트레비 분수를 보수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잔니 알레만노(Gianni Alemanno) 로마시장은 “자연재해와 방문객의 지속적 방문으로 훼손된 트레비 분수의 복원 사업은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라면서 펜디의 사회공헌 활동을 반겼다. 펜디는 2015년까지 약 212만 유로(약 31억3321만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반면 펜디코리아의 지난해 국내 기부금은 0원이었다.

이뿐 아니다. 국제 컨설팅업체인 ‘평판연구소(Reputation Institute)’가 발표한 ‘2012 글로벌 CSR 렙트랙(Global CSR RepTrak) 100’ 순위에 따르면,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룹이 47위, 루이비통-모에 헤네시(LVMH) 그룹이 48위, 스와치 그룹이 59위에 올랐다. 해외에선 ‘우수 CSR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지난해 국내 주요 명품 브랜드 업체 중 기부금 항목이 없거나, 0원으로 기록된 기업은 오메가(스와치그룹)·페라가모·불가리·펜디 등 4곳이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지난해 기부금도 30만원으로 300억이 넘는 매출액에 비하면 0에 가까운 수치(0.008%)였다. 작년 유한회사로 기업 형태를 변경한 루이비통을 비롯해 샤넬, 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 브랜드 업체는 공시 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기부금을 알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불가리코리아 관계자는 “2009년부터 글로벌 본부 차원에서 세이브더칠드런과 파트너십을 맺고 ‘세이브더칠드런’ 반지 판매금액의 20%를 기부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다른 명품브랜드 관계자는 “글로벌 본부의 지침을 따라 기부활동을 하고 있지만 홍보비로 집계되는 등 회계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오메가·페라가모·펜디는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한국에서는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별로 얽혀있지 않아 사회공헌의 필요성을 약하게 느끼는 편”이라면서 “국내에서 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수록 수익 및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하 기자

문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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