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8일(일)

[월간 성수동] 임팩트투자사 공략법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코로나 때문에 정신없이 지나가버린 2020년이지만, 어쨌든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이 찾아왔다.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봤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바로 ‘임팩트투자 유치 노하우’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투자 유치에 대한 이야기는 소풍과 같은 임팩트투자사뿐 아니라 일반 벤처나 투자 관련 기사, 스타트업 관련 글의 단골 주제다. 그럼에도 매년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이유는 아마 임팩트투자사에 대한 또 다른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팩트투자사들은 과연 어떤 벤처기업을 찾고 있을까?

임팩트투자를 고려하는 창업가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임팩트투자사를 ‘자금(Money)’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규모(Scale)’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라는 것이다. 첫째, 임팩트 자금(Impact Money)을 들여다봐야 한다. 임팩트투자사의 자금 성격과 철학부터 파악하고 접근하라는 뜻이다. 회사의 철학과 회사에서 운영하는 개별 투자 조합의 철학은 다를 수 있다. 투자사의 자금원과 자금의 목적·성격을 살펴봐야 한다. 정부 등 외부로부터 자금을 모아 투자를 하는 곳인지, 아니면 자기 자본을 갖고 투자를 하는 곳인지, 자선 성격의 자금을 제공하는지에 따라 투자 대상이나 기간이 다르다.

둘째, 임팩트 커뮤니케이션(Impact Communication)으로 임팩트 창출에 대한 의지와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어떤 임팩트를 창출할 것인지,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하고 유지해 나갈 것인지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창출하는 임팩트가 적다고 해도 앞으로의 계획이나 지향점을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아가 임팩트 리포트 발간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고객과 사회 등에 어떻게 제시하고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마지막으로 임팩트가 크게 창출될 것이라는 규모(Impact Scale)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한다. 임팩트투자사들은 ‘큰 임팩트’를 바란다. 투자와 창업이라는 수단을 통해 사회문제를 더 빠르고 더 많이 해결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부분의 임팩트투자는 영리 활동을 하는 주식회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직은 임팩트를 고려하는 자금의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모는 더 중요하다. 규모 있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면 재무적 성과도 뒤따라 오기 마련이다.

소풍도 내부적으로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다. 이른바 ‘아이-엠-피-액트(I-M-P-ACT)’다. I는 의도성(Intention)이다.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의도성이나 지향성이 있는지를 우선 확인한다. M은 측정 가능한지(Measurable) 여부다. 스타트업의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mance Index)에 더해 임팩트만을 위한 KPI를 따로 요청한다. P는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창출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Potential)의 크기를 본다. 최종적으로는 창업팀이 실행 가능한(Actionable) 역량이나 계획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유무 못지않게 ‘큰 사회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와 기후 위기 시대로 예견되는 새해에도 우리에겐 더 많고 더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닥쳐올 것이다. 고무적인 점은 최근 일반 투자나 기업 운영에 있어서도 ESG 등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임팩트와 창업이 만나면, 창업이 한 단계 더 성 숙하고 심지어 더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는 걸 많은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소셜벤처 섹터’를 굳이 구분 짓지 않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내년엔 올해보다 더 많은 혁신 창업가들이 임팩트의 렌즈를 통해 사업과 투자를 바라보면 좋겠다. 소풍을 비롯한 많은 임팩트투자사들은 혁신 창업가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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