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희망 허브] 그림으로, 율동으로 즐겁게 마음치료… 몰랐던 자신감이 쑥쑥

GS칼텍스 아동 정서 치유 프로그램 마음톡톡 1차 캠프 현장
낯선 곳에서 또래 만나는 정서치료 캠프 참가하면 타인과의 관계 쉽게 배워
미술·무용·연극 나눠 3일간 치료받은 아이들 “할 수 있다” 용기 생겨

아이들은 거울 앞에 일렬로 서 있었다. 얼굴엔 긴장이 가득했다. 서로 눈치만 보며 쭈뼛쭈뼛하고 있을 때, 싸이의 젠틀맨(Gentleman) 노래가 흘러나왔다. “음악에 맞춰서 편하게 몸을 움직여볼까?” 무용치료사 조아영씨가 가볍게 춤을 추며, 아이들의 동작을 유도했다. 쑥스러운 듯 거울만 쳐다보던 아이들이 조금씩 좌우로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1절이 끝나갈 무렵, 차민수(가명·13)군이 팔다리를 크게 뻗으며 코믹 댄스를 췄다. 이에 질세라 옆에 있던 김호진(가명·13)군이 허리를 움직이며 ‘시건방춤’을 선보였다. 조씨는 “친구들의 춤을 차례대로 배워보자”면서 각자의 동작을 서로 따라 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자” “이 부분에서 박수를 치는 건 어때?” “일렬로 서서 팔 동작을 바꿔보자”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20평 남짓한 공간이 금세 왁자지껄해졌다. 8명 아동의 동작이 모이자, 어느새 젠틀맨 전곡의 안무가 완성됐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전남 여수 ‘예울마루’에서 진행된 ‘마음톡톡’ 1차 캠프 현장. 아이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며 무용치료를 진행한 조씨는 “처음 만났을 때 잔뜩 위축돼 있던 아이들이 달라졌다”면서 “8명 모두 자신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등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여수‘예울마루’에서 GS칼텍스의 아동 정서 치유 프로젝트‘마음톡톡’1차 캠프가 열렸다. ①미술치료 시간에는 각자 그린 조각 그림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과정에서‘나, 너, 우리’의 관계를 형성, 이해하는 시간 을 가졌다. ②각자 만든 안무를 하나로 모아 싸이의 젠틀맨(Gentleman) 전곡을 완성한 한 무용치료팀의 무대 모습. ③각 팀에서 만든 작품을 전시해 그 과정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여수‘예울마루’에서 GS칼텍스의 아동 정서 치유 프로젝트‘마음톡톡’1차 캠프가 열렸다. ①미술치료 시간에는 각자 그린 조각 그림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과정에서‘나, 너, 우리’의 관계를 형성, 이해하는 시간 을 가졌다. ②각자 만든 안무를 하나로 모아 싸이의 젠틀맨(Gentleman) 전곡을 완성한 한 무용치료팀의 무대 모습. ③각 팀에서 만든 작품을 전시해 그 과정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을 치유하고, ‘사람’을 키우는 GS칼텍스의 ‘마음톡톡’

‘마음톡톡’은 GS칼텍스가 올해부터 시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학교 폭력 및 부적응, 학대 등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정서 치유 프로그램’이다. ‘상처를 대화(Talk)로 풀어간다’는 의미에 ‘응어리진 마음을 톡톡(Talk Talk) 터뜨린다’는 뜻을 더해 ‘마음톡톡’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수정 GS칼텍스 CSR추진팀장은 “신체적·경제적 어려움보다 정서적인 문제로 인해 삶 자체가 달라지는 아이들이 많더라”면서 “이러한 아동을 위해 GS칼텍스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다가 ‘마음톡톡’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는 정서장애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약 12만명에 달한다. 최근 5년 새 62%나 증가했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은 늘고 있는데, 실효성 있는 대책은 요원하다. 지난 4년 동안 치료사 자격증은 40배 이상 늘었지만, 현장에선 치료 부작용으로 아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온라인 강의 8시간 수강만으로 치료사 자격을 얻는 등 검증되지 않은 자격증과 관련 기관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 이에 GS칼텍스는 ‘아동 정서 치유’와 ‘예술치료사 양성’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예술치료 관련 분야에서 석사 이상 학위를 가지고, 1000시간 이상 임상 경력을 가진 치료사 30명을 선발해 3년 동안 이론 및 임상 실습을 진행한다. ‘수퍼바이저(임상감독관급 치료사)’로 양성된 이들은 전국 13개 기관 및 센터에서 다른 치료사들을 교육 및 감독하게 된다. GS칼텍스는 3년 동안 총 1만명에 달하는 아동의 마음을 어루만질 예정이다.

◇’협력’과 ‘통합’으로 새로운 아동 치료 모델 개발

‘마음톡톡’은 집중치료캠프 형태로 진행된다. 이번 1차 캠프에는 부산·대구 등 경북 지역 아동 114명이 모였다. 각 초등학교의 담임 선생님 또는 교장의 추천으로 선발됐다. 또래와의 관계나 공동체 활동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11~13세)이 대상이다. 17개 팀으로 흩어진 아이들은 낯선 친구들과 3일 동안 함께 생활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미술치료사 총괄 수퍼바이저 오영미씨는 “낯선 환경에서 또래와 가까이 지내다 보면,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풀어나가면 좋은지 그 방법을 더 빨리 터득할 수 있다”면서 캠프 형태로 치료를 진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캠프에서는 팀별로 미술, 무용, 연극 치료 등 세 가지 장르로 나눠서 진행했다. ‘마음톡톡’ 총괄 수퍼바이저이자 국내 연극치료의 권위자인 박희석 박사는 “향후 미술, 음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통합예술집단치료모델을 개발,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통합예술치료를 지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이들은 즐거워야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용기를 갖는데, 예술은 즐거움을 유도하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이기 때문”이라면서 “각 장르를 통합하면 더 큰 시너지가 날 것이다” 고 설명했다.

‘마음톡톡’은 예술 매체의 통합뿐 아니라, 관계 기관들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각 분야 예술치료 전문가 30여명은 새로운 통합예술치료모델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댔고, 아동 전문 비영리단체 굿네이버스가 대상 아동 선발과 사례 관리를 맡았다. GS칼텍스는 프로젝트 비용과 여수 ‘예울마루’ 문화공간을 지원하는 등 전폭적인 후원을 한다. 공익법인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는 프로젝트 기획·진행하고, 이들 삼자 간의 관계를 중간에서 조율,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았다.

◇자신감 되찾고, 하나로 뭉친 아이들

19일 밤, 예울마루 소강당에서 작은 발표회가 열렸다. 무대 위에서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직접 만든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연극을 하기도 했다. 미술치료팀은 팀별로 만든 작품을 7층 전시관에 전시하고, 다른 팀 아이들에게 전시회 초대장을 나눠줬다. 싸이의 ‘젠틀맨’ 노래에 맞춰 댄스를 선보인 팀은 아이들로부터 앙코르 요청까지 받았다. 발표회 마지막에 진행된 앙코르 공연에서는 114명의 아동 모두가 무대 위로 올라가 춤을 췄다.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것 자체를 수줍어하던 아이들이었다. 치료사들은 “다른 친구들의 공연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겨난 것 같다”면서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앙코르 요청을 받은 차민수(가명·13)군은 “이렇게 누군가에게 박수 받고 인정받은 경험은 처음”이라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든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비록 3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집중치료의 효과는 드러났다. 첫날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던 이민성(가명·12·부산 영도)군은 이후 소외된 친구를 챙기는 등 리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술치료사 김희덕씨는 “치료 과정에서 민성이가 자신의 따뜻한 리더십을 발견한 것 같다”면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아이들은 선생님보다는 또래로부터 인정받을 때 치료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민성군은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서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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