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목)

[‘지킴톡톡’ 앱 개발한 심상원군] 휴대폰 전원버튼으로 청소년 학교 폭력 예방한다

‘지킴톡톡’ 앱 개발한 심상원군

폭력 당하는 위급상황서 휴대폰 꺼낼 필요없이
전원버튼 4회 연속 누르면 녹음기능 실행되고
부모·친구·선생님께 문자메시지 발송

심상원군
심상원군

학교 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의 31%가 자살을 생각한다. 그러나 피해자 10명 중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은 5명이 채 안 된다(2011년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학교 폭력 실태조사). 학교 폭력을 당해도 ‘증거가 없어서’ 또는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를 못 하기 때문이다. 심상원(17·세인트앤드루 고교 3년·사진)군이 학교 폭력을 상담·신고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지킴톡톡’을 개발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중2 때 친구가 학교 일진에게 맞아서 머리가 깨진 적이 있었어요. 지우개 가루를 털다가 옷에 묻혔다는 이유만으로요. 3주간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는데도 학교에선 별다른 조치가 없었어요. 친구는 신고도 못 한 채 끙끙 앓기만 했어요.” 심군은 “학교 폭력과 관련된 앱을 전부 내려받아서 사용해봤지만, 신고 전화번호·주변 안전지역 위치 등 단순 안내 기능에 그치거나 앱을 실행한 뒤 해당 메뉴를 눌러야만 신고가 가능했다”며 “폭력을 당하는 긴급한 상황에 휴대전화를 꺼내서 부모나 경찰에 전화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앱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디자인, 세부 메뉴, 실행 기능 등 앱 개발 초안을 완성한 심군은 조언을 구하기 위해 청예단에 연락했다. 청예단은 18년간 학교 폭력 예방과 치료를 위해 활동해온 비영리공익법인이다. 차용복 청예단 나눔사업부 부장은 “심군의 자료를 보고 당장 앱을 개발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개발자를 수소문했다”고 했다. 이후 9개월에 걸쳐 완성된 것이 ‘지킴톡톡’ 앱이다. ‘지킴톡톡’의 주요 기능은 음성 녹취와 위치 전송이다. 휴대전화의 전원 버튼을 4회 이상 연속으로 누르면, 녹음 기능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이와 동시에 부모, 친구, 선생님 등 미리 설정해둔 지인들에게 ‘도와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된다. 피해 학생의 위치 정보도 함께 전송된다. 폭력을 당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버튼 하나만으로 신고와 증거 확보가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휴대전화를 주머니에서 일부러 꺼낼 필요가 없다. 상담 기능도 포함돼있다. 청예단의 전문 상담사 70명이 앱을 통해 학생들과 실시간 상담을 한다. 신청만 하면 방문 상담도 가능하다. 3월 22일 출시된 ‘지킴톡톡’은 스마트폰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Google Play store)’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심군은 앱 개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후원 기업을 찾아나서기도 했다. 임원급 면접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WSI 컴퍼니, HS메디컬 등 4곳이 각각 1000만원씩 기부 의사를 밝혔다. 심군의 아버지인 인공관절 제조업체인 ㈜코리아본뱅크 심영복 대표도 후원 대열에 합류했다. 청소년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심군의 발걸음은 계속된다. “현재 출시된 ‘지킴톡톡’은 안드로이드폰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아이폰 전용 앱의 개발 비용은 미국 유명 소셜 펀딩 사이트를 통해 모금할 생각이에요. 한국에서 시작된 ‘지킴톡톡’이 전 세계 청소년 폭력 예방에 널리 사용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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