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월)

[희망 허브] 힐링을 넘어 진짜 도움으로… 집·생활비 빌려주고 진로 멘토링까지

청년들의 현실 고민해결 돕는 혁신 사례
셰어하우스 ‘우주’ 1호점, 창업 준비하는 대학생에 저렴한 가격에 방 제공 세 명이…
대안 금융기관 ‘토토협’, 생활비 필요한 청년들에 50만원 미만 소액 대출 재능 나눔…
직업 멘토링 플랫폼 ‘멘플’, 원하는 직종 선배에게 커피 한잔 제공하면 맞춤 상담 받을 수 있어

셰어하우스‘우주’1호점의 침실과 거실 모습. /프로젝트옥 제공
셰어하우스‘우주’1호점의 침실과 거실 모습. /프로젝트옥 제공

새내기 백도현(19·국민대 회화과 1년)씨는 학교에서 버스로 30분쯤 떨어진 서울 종로구 권농동에 보금자리를 얻었다. 이 집의 이름은 셰어하우스 ‘우주(Woozoo)’ 1호점. 방 하나와 거실, 주방, 마당이 있는 한옥을 개조한 16평짜리 집이다. 가격은 보증금 없이 월세 35만원. 베란다나 마당은커녕 좁은 방 안에 화장실과 부엌까지 있어 답답한 신촌 일대 7~8평짜리 원룸이 월세 50만~60만원인 걸 감안하면 매우 저렴하다. 서울 사립대 평균 기숙사 비용(34만원가량) 수준이다. ‘우주’에 들어오느라 그는 15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었다. 입주자 3명 모집에 신청자가 무려 47명 몰렸기 때문이다. 우주 1호점은 ‘창업을 꿈꾸는 집’이란 콘셉트에 맞게 창업을 구상 중인 3명이 뽑혔다. 백씨는 “두 달 정도 신촌에서 자취 생활을 했는데 주변이 유흥가라 술집만 많아 시끄럽고 지저분했다”며 “지금 사는 동네는 조용하고 같이 사는 형들과 창업 관련 이야기도 나누면서 많이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우주’를 만든 ‘프로젝트옥(http://projectok. co.kr)’은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주거 문화를 만들겠다”며 청년들이 직접 만든 기업이다. 기존 빈집을 빌려 ‘셰어하우스’에 적합하게 리모델링하고 제3자에게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프로젝트옥 김정헌(30) 대표는 “신청자가 몰려 일주일 동안 심층 면접을 거쳤는데, 1호점 입주자로 선정되지 못한 사람들은 대기자로 선정되어 2호점, 3호점 등이 생길 때 우선권을 얻는다”며 “현재 남산 시범 아파트와 종로3가에 있는 한옥을 리모델링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공동 창업자로 나선 3명은 모두 대학생이다. 파리와 런던에서 셰어하우스를 경험한 계현철(26·서강대 전기공학과 4년) 창업자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셰어하우스’에서 생활하는 것이 당연한 주거 형태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는 원룸만이 유일한 주거 옵션인 것 같아 이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대학생끼리 공동 생활하는 셰어하우스, 급전 대출 가능한 협동조합까지

치솟는 물가, 비싼 등록금, 치열한 취업 경쟁…. 청년들의 힘든 현실을 스스로 풀기 위한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위로’나 ‘힐링’이 아닌, 혁신적으로 문제 해결에 직접 도전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소셜벤처, 협동조합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생 주거, 취업 및 진로, 등록금 문제 등을 해결하려고 나섰다.

지난달 23일, ‘토닥토닥협동조합(이하 토토협)’이 정식 출범했다. ‘토토협’은 청년들이 생활비가 급히 필요할 때 50만원 미만의 소액 대출을 해주는 협동조합 형태의 대안 금융기관이다. 토토협 조금득(34) 대표는 “창립총회가 열리기 전에 100일간 홍보했는데, ‘술을 끊겠다. 금연하겠다. 택시비를 절약하겠다. 연애할 때까지 매일 1000원씩 모으겠다’ 등 청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학생, 취업 준비생 등 출자자 170명이 모여 1000만원을 마련했다.

토토협의 대출을 받으려면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매달 최저 5000원(1계좌)부터 최대 5만원(10계좌)까지 내야 한다. 대출 방식도 색다르다. 다른 조합원들에게 재능을 나누거나 조합 교육에 참여하는 등 공동체 활동을 하면 마일리지인 ‘토닥 씨앗’을 받는다. 이 씨앗을 5개 모으고, 월 회비를 6개월 이상 내야만 50만원 규모 일반 대출이 가능하다. 단, 난방비·병원비 등을 위한 긴급 대출은 씨앗이 없는 조합원도 받을 수 있다. 현재 조합원은 200여명.

지난 1년 준비하는 동안 ‘재능 나눔’의 일환으로 영화제도 열고, 11월부터는 청년 재무 상담 과정이라는 교육과정도 열었다. 조 대표는 “청년들한테 돈을 대출해주는 것만으로 생활 안정을 도울 수 없다”며 “경제적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창립총회가 열린 이후 1주일 만에 긴급 대출 문의가 4건 왔다. 이들은 직접 면담을 하고 대출 신청서를 썼다. 이들 중 3명은 대출 심사를 통과해 방값과 난방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조 대표는 “재능을 나누면서 신뢰도 쌓아, 상환율도 높여서 결국 서로 꿈을 ‘토닥토닥’ 응원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춘들의 어려운 현실을 혁신적으로 풀기 위한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토닥토닥협동조합 조금득 대표,‘ 멘플’에 참여한 대학생과 멘토의 모습, 셰어하우스‘우주’1호점 입주자 백도현씨.

청춘들의 어려운 현실을 혁신적으로 풀기 위한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토닥토닥협동조합 조금득 대표,‘ 멘플’에 참여한 대학생과 멘토의 모습, 셰어하우스‘우주’1호점 입주자 백도현씨.

◇취업난 속, 진로 선택에 도움주는 만남 플랫폼도

광고홍보학 전공생 유수란(25)씨는 작년 여름, ‘멘플(www.menple.com)’ 사이트를 처음 접했다.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던 시기에, 커피 한잔을 제공하면 관심 직군의 사회 선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중 외국계 회사 마케팅 업무를 6년간 하고, ‘멘플’ 사이트를 창업한 이승헌(34) 대표의 멘토링에 참여했다. 이 만남이 인연이 되어 유씨는 지금 이 회사의 홍보 담당자로 일한다.

‘멘플’은 취업 준비생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나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멘토를 연결해주는 직업 멘토링 플랫폼이다. 기존 멘토링이 ‘재능 기부’로 이뤄졌다면, ‘멘플’은 멘토에게 ‘커피 한잔’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 대표는 “대학 시절 취업정보실이나 채용 박람회에 가봐도 회사 소개와 간단한 직무 설명뿐 무슨 일을, 어떤 강도로 일하는지 라이프스타일까지 알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이 원하는 멘토를 검색 후 ‘조르기’를 누르면, 이를 확인한 멘토는 원하는 시간, 장소, 참여 멘티 수(최대 6인)를 지정해 모임을 연다. 장소는 바쁜 멘토의 특성을 감안, 직장 근처 커피숍으로 정하면 된다. 취업 준비생은 당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모바일 쿠폰을 멘토에게 선물하고, 해당일에 멘토를 만나 맞춤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멘플’ 서비스는 지금까지 외국계·대기업 회사원, 벤처 창업자, 개발자, 디자이너, 약사 등 다양한 분야 멘토 회원 297명이 등록되어 있다.

지난 방학에는 ‘대학생 탐방단’ 70명을 모집했다. 두 달 동안 멘토 6명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는 활동에 200명이 넘는 대학생이 신청했다. 이 대표는 “요즘엔 몇 십 군데 원서를 넣고 되는 곳에 입사하겠다는 문화가 팽배해있어 이직률도 높은 편”이라며 “직무를 실제 맡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진로 선택에도 도움이 되고, 만족도가 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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