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창의적인 청개구리’ 키운다

한국 암웨이 사회공헌활동

서울시·하자센터·연세대 협력
아동 위한 창의 교육으로 ‘창의페스타’·’마임’ 프로그램 등 진행
“창의력은 차별화된 생각 심는 새싹… 더 나은 삶 꿈꾸게 하는 최고의 선물”

‘음소거’ 한 TV화면 같았다. 연단 위에 선 강선미(47)씨도, 무대를 바라보는 30여명의 청중도 소리 없이 말하고, 경청했다. 지난 20일 밤, 종로3가에 있는 수화카페 ‘미미끄’에 모인 이들은 모두 선천성 청각장애인이다.

“용수철은 꾸불꾸불하지만 계속 따라가다 보면, 끝에 닿을 수 있어요. 우리도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인내심을 가지면 목표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신체의 움직임을 활용해 사물을 새롭게 표현해보는 ‘몸벌레 워크숍’ /하자센터 제공
신체의 움직임을 활용해 사물을 새롭게 표현해보는 ‘몸벌레 워크숍’ /하자센터 제공

강씨가 격정적으로 수화를 했다. 한국암웨이 사업 10년차인 그녀는 매주 이곳에서 사업에 관심 있는 청각장애인들에게 교육을 한다. 그녀의 수입은 대기업 임원 연봉 수준으로, 곧 국내에는 2000명밖에 없는 상위레벨에 진입한다. 15년 전, 강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휴대폰 조립공장에 다니며 혼자 딸을 키웠다. 딸에게 재능기부를 하던 첼로 선생님 소개를 받고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강씨는 “사업과 제품 소개를 하러 본사에서 4명이 오셨는데, 한 분이 글로 쓰다가 지치면 다음 분이 이어서 쓰는 식으로 제품을 아는 데만 대단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주변의 모든 사람이 ‘농아인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가 거듭될수록 자신감이 쌓여갔다”고 말한다. 10년 만에 강씨의 그룹은 청각장애인 사업자 전국망이 됐다.

“예전에는 ‘난 아무것도 못할 거야’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사업을 통해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아동 창의력 증진에 민·관·산·학이 힘을 모으다

강씨와 같은 한국암웨이 사업자들이 모은 기금 10억원을 바탕으로 올해 ‘생각하는 청개구리’ 사업이 시작됐다. 일부 영재를 위한 교육으로 인식돼온 창의적 인재교육을 어린이들(초등4~6년) 누구나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012년부터 3년간 시행되는 사업은 서울시, 하자센터, 연세대학교 등 민·관·산·학이 협력했다. 서울시는 수혜 대상을 선발하고, 하자센터가 프로그램 운영을 총괄하며, 연세대학교는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자원봉사단 모집 업무를 지원한다. ‘장학금 전달식’만 있는 장학금을 탈피하고자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도시생활에 대한 성찰을 통해 대안을 찾아가도록 돕는 ‘도시야 놀자’ 프로그램의 한 장면. /하자센터 제공

도시생활에 대한 성찰을 통해 대안을 찾아가도록 돕는 ‘도시야 놀자’ 프로그램의 한 장면. /하자센터 제공

“아이들에게 강한 삶의 동기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암웨이 사업자들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고, 사회 안에서 관계를 만들면서 자신의 일가를 이루잖아요.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무너지는 사람과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의 차이는 결국 삶의 동기와 의지력 차이거든요. 삶의 방법을 찾을 기회를 발견하는 도구가 예술의 힘이잖아요. 예술프로그램이 도입된 이유입니다.”(박형주 하자센터 교육기획팀장)

◇배우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모두 ‘생각하는 청개구리’

대상이 될 아이들과 참여할 예술가를 찾는 데만 5개월여가 소요됐다. 서울시와 하자센터 네트워크가 총동원됐다. 박형주 팀장은 “먼저 프로그램을 만든 후에 ‘참여하라’고 하는 방식은 창의 교육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면서 “아이들과 교육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짜 필요한 수업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음악가들과 아이들은 악기를 배우는 수업을 선택하지 않았다. 생각나는 대로 리듬을 만들고 거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로 붙이는 실험적인 형식을 택했다. 아이들은 예술 교육을 통해 쓰지 않던 감각들을 깨운다. 음악으로, 미술로, 움직임으로 더 넓은 세상을 만난다. 강사진은 예술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깨닫는 시간이 됐다. 교육에 참여했던 창작집단 ‘네시:이십분’의 김선문 교사는 “아이들과 만남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삶이 더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박 팀장은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한다”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생각하는 청개구리’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음악, 미술, 사진, 연극 등 다채로운 체험

올 한 해 동안 사업에 참여한 문화예술 교육팀은 총 7곳이다. 홍대 밴드 ‘몽구스’가 진행하는 ‘공기 반 소리 반 뮤직 캠프’, 디자인 교육 연구그룹 ‘생감자’가 진행하는 ‘나와 우리동네 탐사’, 문화예술 소셜벤처 ‘기억발전소’의 ‘거울에도 기억이 있다면’ 등 다채로운 체험 현장이 서울 지역 교육문화공간에서 진행됐다.

미상_사진_창의교육_활동_2012사진을 통해 사물의 새로운 면을 만나보는 ‘사고뭉치 프레임’ 수업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같은 산을 가을과 겨울에 두 번 오르며 사진을 찍었는데, 단풍이 멋졌던 산길이 낙엽으로 뒤덮인 차가운 길로 변한 것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창의교육 인식 확산에도 기여

첫해인 만큼 어려움도 있었다. 창의교육에 대한 인식이 낮았기 때문이다. 이용범 한국암웨이 기업브랜드 차장은 “담당자들조차 창의교육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어,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내부 임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아 다 같이 교육을 체험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형주 팀장은 “교육부가 ‘창의적 체험활동’을 의무화하면서 창의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몰랐던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지난 9월에 있었던 ‘어린이 창의페스타’는 창의교육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3일간 300여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 그동안 ‘생각하는 청개구리’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들은 물론, 해외전문가들의 특별한 프로그램들도 소개됐다. 당시 행사를 찾았던 마임리스트 제프 글래스먼씨는 “창의는 자유롭게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어떤 문제에 대해 다양한 대안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내년부터는 교과부 산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설 과학기술나눔공동체도 ‘생각하는 청개구리’ 파트너 대열에 합류한다. 한국암웨이는 이를 위해 6억원의 추가 기금을 전달했다. 지역별로 ‘생각하는 청개구리’ 과학교실 탐험대가 구성돼 자연환경탐사활동을 펼치고, 최우수 탐험대로 뽑힌 학생에게는 해외 탐방 프로젝트(미국 워싱턴 D.C.) 자격도 주어질 예정이다.

박세준 한국암웨이 대표는 “사업자들은 ‘희망비타민 자원봉사단’을 꾸려 매년 2000여명이 참여해 봉사활동을 하고, ‘아이사랑 캠페인’을 통해 지역 아동들과 일대일 결연도 하고 있다”며 “이번 창의교육은 어린이들에게 ‘생각 차별화’의 새싹을 심어줌으로써 ‘더 나은 삶’을 꿈꾸게 해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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