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월)

영화 창작교실 큰 인기… 해외 진출 현장에서 문화공헌 앞장

[CJ CGV 베트남 사회공헌] 호찌민 토토의 작업실… 4일 간 학생 42명 참가
6편의 영화 직접 제작… 유명 배우도 시사회 참석
베트남 1위 메가스타… CJ CGV서 작년에 인수
영업이익 57% 늘어나 사회적 기여에 힘 쏟아

“꺄아아악~!!”

복도 끝에서 여자아이의 비명이 들렸다. 거울 너머로 하얀색 물체가 스윽 지나갔다. 화장실 칸 너머로 무언가 벽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단발머리 여자아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카메라 렌즈 안에 겁에 질린 학생의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몇 차례 심호흡을 한 아이는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온 힘을 다해 교실로 뛰어갔다. “귀신이야!”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내리자, 화장실 칸에 들어가 있던 피안(12)군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밖으로 나왔다. 숨죽이고 촬영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화장실 앞으로 몰려들었다.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6박7일) 베트남 호찌민 이타샤 교육센터에서 진행된 ‘2012 호찌민 토토의 작업실’ 현장. 2조 영화 ‘화장실에서 하는 파티’에서 귀신 역할을 맡은 피안군은 “실제 우리 학교 4층 화장실에 나타나는 귀신 이야기를 영화로 찍었다”면서 “이번엔 공포 영화를 찍었지만 나중에 커서 코미디 영화 주인공을 맡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CJ CGV는 지난 11월 30일부터 일주일간 베트남 호찌민에서 영화창작교육 문화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촬영을 하는 멘토 감독과 학생들의 모습이다.
CJ CGV는 지난 11월 30일부터 일주일간 베트남 호찌민에서 영화창작교육 문화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촬영을 하는 멘토 감독과 학생들의 모습이다.

◇해외 진출과 동시에 문화공헌 앞장선 CJ CGV

‘토토의 작업실’은 CJ CGV가 국내에서 2008년부터 진행한 영화 창작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역의 작은 분교와 지역아동센터에서 3년간 청소년 영화 창작 교육 노하우를 쌓은 CGV는 지난해 베이징을 시작으로, 올겨울엔 베트남 호찌민까지 규모를 확대했다. 두 번째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프로젝트를 위해 세 기관이 힘을 합쳤다. CJ CGV는 영화교육 노하우를, CJ나눔재단은 매칭펀드를 통한 문화공헌 지원을, 베트남 최대 영화 상영 및 배급사인 ‘메가스타(Megastar Media Company)’는 장소 협찬 및 해당 프로젝트 실행을 맡았다.

CJ CGV는 지난 2011년 7월 현지 기업인 ‘메가스타’를 인수함으로써 베트남에 진출했다. 베트남 전역에 총 10개 극장, 78개 스크린을 보유하게 된 CJ CGV는 베트남 내 1위 영화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30%, 57% 성장이 예상된다. 조정은 CJ CGV 사회공헌팀 과장은 “현지 영화 시장에서 빠르게 적응한 만큼, 기업의 특성과 노하우를 살린 CSR 프로그램으로 베트남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며 “이번 ‘토토의 작업실’은 인수한 현지법인인 메가스타와 모기업인 CJ CGV가 협력한 첫 문화공헌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사진 7명 모두 베트남 감독, 맞춤형 영화 제작 교육

‘2012 호찌민 토토의 작업실’은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 취지를 살려, 한국 영화제작 노하우를 베트남과 공유하는 등 문화교류에 초점을 맞췄다. 단순히 기술·노하우를 전달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문화공헌이 될 수 있도록, 현지 맞춤형 영화 제작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했다. 강사진 7명을 모두 베트남 감독으로 구성했다. 코믹 영화 ‘롱루이(Long Ruoi)’로 1억 매출을 올리고, 전쟁 영화 ‘하얀 실크 드레스(The White silk dress)’로 두터운 팬층을 가진 리탄손 감독을 비롯해 모두 베트남 내에서 손꼽히는 유명 감독이다. 부퀸하 감독처럼 미국에서 영화 제작을 공부한 뒤 베트남에서 청소년 영화 교육을 진행해온 경력자들도 포함돼있다. 학생 선발도 진로 적성과 지역별 편차를 고려해 이뤄졌다. 사립학교 2곳, 국제학교 1곳, 공립학교 3곳 등 총 6개 학교에서 영화에 관심이 많은 42명이 선발됐다. 6조 영화 ‘스틱노트(Stick Note)’를 찍은 휘엔구옌 감독은 “평소 영화 제작에 관심이 많던 학생들이라 매사에 열정적이고 하나라도 더 배워가려는 눈빛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앞으로 청소년을 위한 나만의 영화 교육 방법을 연구, 개발해야겠다”고 말했다. CJ CGV는 베트남어로 영화 제작 교육 노트를 만들어 감독, 학생들을 지원했다. 지난 4년간 토토의 작업실을 진행하면서 쌓인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은 것. 선발된 6개의 팀은 영화 제작 노트를 참고하며, 각자의 아이디어와 재능을 더한 작품들을 제작했다.

11월 30일부터 4일간 학생들이 멘토 강사들과 함께 제작한 6편의 영화들은 12월 6일, 호찌민시 푸미흥에 위치한 ‘메가스타 시네플렉스 크레센트몰(Megastar Cineplex Crescentmall)’에서 상영됐다.

영화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웃음과 감탄이 새어나왔다. 사진을 잃어버리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 코믹영화 ‘더포토워(The Photo War)’, 화장실 귀신 소동 ‘화장실에서 하는 파티’, 레이디 가가로 변신해 유명해진 남학생의 일화 ‘더페임(The Fame)’, 친한 친구 사이의 운명을 건 대결 ‘스릴링(Thrilling)’, 약한 학생들을 괴롭히는 친구에게 보복하는 ‘강한 자(The Bully)’, 청춘멜로 드라마 ‘스틱노트(Stick Note)’ 등 6개 작품 모두 학생들의 끼와 개성이 가득했다. 이번 상영회에는 베트남 유명 배우 탄튀와 뜩팅 부부가 참여해, 각 작품에 대한 심사 및 감상평을 전했다. 여배우 탄튀씨는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놀랐고, 오히려 저 자신이 더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마리암 메가스타 운영 및 마케팅 총괄 디렉터는 “10년, 15년 후 여러분이 만든 작품이 메가스타 영화관에 상영될 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며 감동을 전했다.

호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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