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거리의 청소년 700명, 세계 누비는 일류 요리사로 성장

[베트남 최초 사회적기업 ‘코토’를 가다] 레스토랑·교육센터에서 13년간 청소년 가르쳐 요리사·바텐더로 성장
직업 관련 교육 외에도 자존감 향상 교육 등 사회성 위한 훈련 마련
‘배운 만큼 나누라’ 철학… 코토 졸업한 학생들
요리 봉사·기금 마련 나눔으로 선순환 이뤄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사이공 강을 따라 한 시간을 달렸다. 다리를 건너자 반듯반듯 구획된 도로 사이로 솟아오른 고층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호찌민의 신도시, 푸미흥(Phu Ny Hung)이다. 고급 레스토랑, 호텔, 대형 쇼핑몰이 즐비한 이곳에 지난해 10월 특별한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베트남 최초 사회적기업인 ‘코토(KOTO)’가 만든 레스토랑이다. 1999년 하노이에서 출발한 ‘코토 레스토랑’이 베트남의 신도시 호찌민에 2호점을 세운 것.

‘코토’는 지난 13년 동안 가난한 청소년 700명을 일류 요리사, 웨이터, 바텐더로 성장시킨 직업교육 전문 사회적기업이다. 레스토랑 외에도 직업 교육을 위한 ‘코토 트레이닝센터’를 하노이와 호찌민 두 곳에 설립했다. 베트남에서 최고의 요리 전문 학교로 꼽히는 코토를 방문해 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베트남 최초 사회적기업 ‘코토(KOTO)’를 만나 거리의 청소년들은 꿈을 꾸게 됐다. 전 세계 유명 호텔, 레스토랑에 취업한 코토 졸업생들의 모습.
베트남 최초 사회적기업 ‘코토(KOTO)’를 만나 거리의 청소년들은 꿈을 꾸게 됐다. 전 세계 유명 호텔, 레스토랑에 취업한 코토 졸업생들의 모습.

◇거리의 청소년들을 전문 요리사로

푸미흥 거리의 녹색 간판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니, 검은 유니폼을 입은 한 청년이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야자수로 꾸며진 입구를 지났다. 아이보리색 기둥과 금빛 벽돌로 이뤄진 이국적인 분위기의 레스토랑이었다. 왼쪽 벽면 전체는 황토색·검정색·짙은 갈색 벽돌로 채워졌고, 각 벽돌에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100달러 이상 기부한 개인과, 400달러 이상 기부한 기업의 이름을 벽돌에 새긴다”고 코토 레스토랑 매니저 리키칸씨가 미소를 지었다. “호찌민에 레스토랑을 연 지 1년 만에 개인 기부자 350명과 기업 23곳이 귀한 나눔을 했습니다. 하노이 코토 레스토랑 1호점에는 1층부터 4층 벽면 전체가 기부자 벽돌로 꾸며져 있습니다. 이들의 나눔 덕분에 코토 청소년 700명이 꿈을 꾸고, 직업을 갖게 됐습니다.” 이렇게 코토 전체 수입원 중 개인과 기업의 기부가 차지하는 비용은 60%(레스토랑 수익은 25%)에 달한다.

‘코토(KOTO)’가 호찌민에 세운 ‘코토 레스토랑 2호점’에서 코토 학생들과 전문 요리사들이 포즈를 취했다.
‘코토(KOTO)’가 호찌민에 세운 ‘코토 레스토랑 2호점’에서 코토 학생들과 전문 요리사들이 포즈를 취했다.

◇졸업생 100% 취업시킨 직업교육 시스템

호찌민 코토 레스토랑에서 약 2㎞ 떨어진 829번 거리에 들어서자, 4층짜리 하얀색 건물이 보였다. 제2호 ‘코토 트레이닝 센터’다. 코토는 2000년 호주 벅스힐(Boxhill) 대학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직업 기술 교육 시스템인 ‘TAFE(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를 도입했다. 2년 교육과정을 마치고 시험에 통과하면, 호주 벅스힐 TAFE 자격증(요리사, 바텐더, 웨이터)을 취득하게 된다. 이는 전 세계에 통용되는 정식 국제 자격증으로, 매년 약 20명의 코토 졸업생들이 호주, 두바이 등 해외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취직하고 있다.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코토 트레이닝 센터에 입학한 200여명은 가난하지만 꿈과 열정을 가진 16~22세 청소년들이다. 난민, 불법 이주민, 소수민족 아이들은 우선 선발한다. 분노 조절법·마약 예방법·의견 표현법 등 자존감 향상 교육은 물론이고, 영어·생활 기술 교육 및 사회생활 적응 훈련도 이뤄진다. 졸업 전 3개월 동안에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인턴십을 거친다. 지난 8월 코토를 졸업, 셰라톤 호텔 바텐더로 취직한 차우(22)씨는 “코토에서 손님 접대 방법, 바(bar) 청소 방법, 직장 내 팀별 활동 방법까지 훈련한 덕분에 회사 적응이 빨랐다”면서 “나보다 공부를 많이 한 동기들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호찌민 코토 트레이닝 센터 대표 팜비엣훔씨는 “2년간 직업교육을 마친 졸업생 500명 모두 취업에 성공했다”면서 “일류 호텔, 레스토랑 등 각 기업에서 코토 졸업생들을 서로 앞다퉈 스카우트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호찌민 코토 직업교육센터(트레이닝센터) 모습.
호찌민 코토 직업교육센터(트레이닝센터) 모습.

◇’배운 만큼 나누라’는 코토의 철학, 선순환 이끌다

‘Know One, Teach One(하나를 배우면, 하나를 가르쳐라)’. 코토(KOTO)의 어원이자, 운영 철학이다. 지미팸 코토 대표는 “아무리 작은 지식이라도 내가 배운 것을 나누고 공유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꿈을 찾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서 코토의 철학이 담긴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지붕 없는 집, 진흙 바닥에서 살고 있던 산골 청년 황더안(24)씨가 코토를 만난 건 2006년.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장학금을 받아 세계 3대 요리 학교인 프랑스 르코르동블루로 유학도 다녀왔다. 2년 전 베트남 시내에 있는 남하이 호텔 일급 요리사로 취직한 그는 매주 일요일, 인근 보육원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휴가 때는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자전거 일주를 하면서, 코토에 입학하기를 원하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기금 모금을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코토 졸업생 10명이 모여 만든 레스토랑 ‘팟츠팬(Pots’n pans)’는 수익금의 30%를 코토에 기부한다. 코토 졸업생 20%는 외부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뒤, 코토로 돌아와 교사나 스태프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이는 코토의 봉사 및 나눔 교육 덕분이다. 매년 직접 만든 요리와 음료수를 판매한 수익금으로 빈곤 가정 아이들을 돕는 봉사 프로그램은 코토가 가장 중시하는 과목이다. 지미팸 대표는 “‘배운 만큼 나누라’는 우리의 철학과 이를 실천한 학생들의 노력이, 코토의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이라고 전했다.

호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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