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어린이 한 명에게 나누는 사랑… 가정과 지역사회도 변화시켜”

NPO CEO 포럼

지난 1일 오전 7시 30분,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 2층에 손님 30여명이 북적댔다. 김노보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김대열 홀트아동복지회 회장, 김진숙 동방사회복지회 회장,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유태환 한국해비타트 대표, 정정섭 기아대책 회장…. 초겨울의 새벽 칼바람을 맞고 이곳을 찾은 이들은 우리나라의 주요 NPO(비영리단체) 대표들이다. 한국NPO공동회의(이사장 이일하)가 주최하는 ‘NPO CEO포럼’ 행사로, 2개월마다 각 NPO 사무실을 방문해 핵심사업과 조직관리, 역량강화 노하우를 듣는 자리다. 지난 7월 유니세프, 10월 월드비전에 이어 한국컴패션이 세 번째 호스트(host)를 맡았다.

“2003년 6월 서울 사당동에서 저 혼자 시작했어요. 3개월 후 직원이 3명이었는데, ‘언제 10명 채우나’ 했어요. 그런데 올해 11만명 어린이를 후원합니다. 후원금 규모도 500억원을 넘기며, 미국에 이어 2대 후원국이 됐어요.”

한국컴패션 서정인(49) 대표는 국내외에서 때론 경쟁자로, 때론 협력자로 함께 일하는 NPO 대표들 앞에서 1시간가량 열띤 강의를 했다. 이민 1.5세대인 서 대표는 “한국컴패션 창립 초창기 주변에서 대부분 ‘1년 안에 철수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운을 뗐다.

한국컴패션 서정인 대표가 국내 주요 NPO 대표·사무총장들 앞에서 열띤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컴패션 제공
한국컴패션 서정인 대표가 국내 주요 NPO 대표·사무총장들 앞에서 열띤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컴패션 제공

“개발도상국의 지역사회 개발을 통해 가정과 어린이를 변화시키는 다른 NPO들과 달리, 컴패션은 거꾸로 접근합니다. 어린아이 한 명을 변화시키면 가정이 변하고, 지역사회도 변할 수 있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3세부터 고등학교 과정을 마칠 때까지 어린이를 양육하는 프로그램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요.”

국제컴패션 본부에서 모두 놀라워하는 성장 비결은 뭘까. 서 대표는 “수천명의 후원자들이 자발적으로 컴패션을 알린다”고 했다.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컴패션을 알려 수많은 후원자를 발굴한 탤런트 차인표씨와 신애라씨 부부, 광고대행사 웰콤 전 대표 문애란씨, 어린아이 200명을 후원하고 있는 션-정혜영씨 부부 등 한국컴패션엔 열성 후원자들이 많다. 심태윤, 주영훈, 차인표씨 등 연예인 100여명과 일반인들로 구성된 자선밴드 ‘컴패션밴드’는 지난 4년 동안 240회 이벤트를 벌였다. 서 대표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본인들이 비용을 대서 국내외 무대에서 컴패션을 알리는 공연을 한다”고 말했다. 일반인 홍보대사인 VOC(Voice of Compassion), 중고생 홍보대사인 Y VOC(Youth Voice of Compa ssion), 기존 후원자가 호스트가 돼 진행하는 모금파티 FOC(Friends of Compassi on)파티 등 자원봉사자들만 2000여명이 움직인다.

서정인 대표가 강조한 둘째 성장 비결은 ‘투명성’이었다. 컴패션은 미국의 대표적 비영리기관 평가단체인 채러티 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로부터 10년 연속 별 4개의 최고평점을 받아, 재정투명성 상위 1%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서정인 대표는 “후원자들이 모두 다 떠나도, 현재 함께 일하는 직원들만 있다면 컴패션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컴패션 직원들이야말로 가장 고마운 동반자”라고 했다.

강연에 이어 서 대표는 컴패션의 사무실 곳곳을 안내했다.

“외부컨설팅을 통해 후원자 수가 지금보다 세 배쯤 더 늘었을 때 어떻게 조직관리를 할지 로드맵을 그려놓았어요. 콜센터는 ‘원스톱 서비스’가 원칙입니다. 절대 전화를 돌리지 않습니다. 후원자들로부터 오가는 편지가 한 달에 6만여통에 달하는데, 이 과정이 모두 자동화되어 있어요. 편지번역 자원봉사자들이 마감일을 넘기면 자동으로 문자가 가고, 두 번째 문자에도 편지가 도착하지 않으면, 다른 자원봉사자에게 넘어갑니다. 번역이 이상하면 자동 스크리닝됩니다. 6만통의 편지를 처리하는 행정인원은 3명뿐입니다.”

모든 일정이 끝나자, 서정인 대표는 1층 입구에 서서 “와주셔서 고맙다”고 일일이 인사하며 단체 대표들을 배웅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한국NPO공동회의 김희정 사무국장은 “단체장들의 축적된 경험을 서로 나누고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NPO단체 간의 이해와 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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