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이웃 사진전·재능 기부… 가슴 훈훈한 동네 카페를 아시나요?

[다양한 소셜 카페들] 문화카페 ‘작은 풀씨의 꿈’- 결식아동과 파티·문화 공연도
베이커리 카페 ‘꿈더하기’- 부모·장애아동 함께 제과 참여
협동조합카페 ‘카페오공’- 어학·댄스 등 다양한 재능 나눔

1'작은 풀씨의 꿈’의‘풀씨지기’들이 직접 제작한 입간판.
1’작은 풀씨의 꿈’의‘풀씨지기’들이 직접 제작한 입간판.

지난해 스타벅스와 AC닐슨 조사에 따르면, 스타벅스, 커피빈을 비롯한 6개 프랜차이즈 카페의 매출은 7433억원으로 전체 커피전문점 시장(1조3810억)의 54%를 차지했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골목마다 들어서면서 소비자도 똑같은 콘셉트와 맛에 길들여지는 요즘, 개성 있는 방식으로 카페를 운영하면서 ‘공익적 가치’도 추구하는 ‘소셜카페’를 찾았다.

◇대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공간, 신촌문화카페 ‘작은 풀씨의 꿈’

신촌 번화가를 벗어나 홍대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한적한 주택가가 등장한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은 대부분 연세대 학생들의 하숙집. ‘작은 풀씨의 꿈(02-333-0183)’이 위치한 곳도 원룸 건물의 지하다. 1998년, NGO 한국대학생대중문화감시단(이하 감시단)은 ‘대학생들이 만들어가는 문화카페를 만들자’며 이 카페를 열었다. 카페에서는 매달 한 번씩 문화공연을 연다. 공연 기획, 섭외도 모두 대학생들의 몫.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나홀로족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따뜻한 사진전’,’결식아동과 함께하는 파티’ 등의 공익적 행사도 열었다.

‘풀씨지기’라고 불리는 대학생 자원봉사자 8명이 돌아가면서 30평 남짓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인테리어부터 메뉴개발, 홍보, 관리까지 이들이 도맡아서 한다. 작년 4월부터 ‘풀씨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이혜정(23·성신여대 서양화과 3년)씨는 “미대생이라는 전공을 살려 메뉴판, 입간판 제작 등을 맡고 있다”며 “재능을 기부하면서 건전한 문화를 만드는 것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카페 운영이 쉽지 않아 몇 번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매니저 한주리(27·이화여대 북한학과 석사과정 재학중)씨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젊은이들의 재능기부 프로젝트로 보다 공익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홍제동 마을수다방, 서대문구 마을기업 ‘A카페’

2베이커리 카페‘꿈더하기’. 3협동조합카페‘카페오공’. 4서대문구 마을기업카페 2호점‘B카페’.
2베이커리 카페‘꿈더하기’. 3협동조합카페‘카페오공’. 4서대문구 마을기업카페 2호점‘B카페’.

“이 테이블도 동네에서 목공일 하시는 아저씨가 만든 거고, 벽화도 학원 미술 선생님이 일주일 동안 짬짬이 그려서 완성해 주신 거예요. 커튼도 아는 동생들이 모여서 작업한 거예요.”

‘A카페(02-3216-3226)’ 김혜미(46) 대표가 카페 구석구석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홍제역 3번 출구 뒤 주택가에 있는 ‘A카페’는 서대문구 마을기업카페 1호점으로 작년 11월 오픈했다. 2009년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사랑나눔봉사센터’에서 서대문지역 독거노인, 장애가정 등에 반찬배달을 하던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위한 수입원을 만들기 위해 생각해낸 사업이다. 마침 서대문구에서 마을기업 지원 사업에 채택되어 초기 사업비도 일부분 지원받았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 4명과, 비장애 아동 부모 3명이 함께 카페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10평 정도의 소규모 카페치고 많은 아르바이트생이다. 김씨는 “마을 주부들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것이 초점”이라며 “받는 돈은 적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사는 것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자생을 위한 차별화 전략도 돋보였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카페라는 의미로 ‘연회원’ 제도도 도입했다. 연회비 10만원을 내면, 커피를 50% 할인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 김씨는 “20명 정도 회원분들이 있는데, 어려운 가운데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운영 1년째, 단골손님들도 늘었다. 김씨는 “매일 오후 2시면 아메리카노를 드시러 카페에 오시는 할아버지 두 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A카페’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아파트 상가에 2호점인 ‘B카페’도 열었다. ‘B카페’는 장애아동들의 제과제빵 교육장 겸 카페다. ‘A카페’에서는 ‘B카페’의 쿠키와 머핀을 위탁판매하고 있다. 김씨의 개인적 바람은 ‘서대문구에 A카페부터 Z카페까지 생기는 것’이다.

◇영등포구 마을기업 베이커리 카페 ‘꿈더하기’

아침 10시가 되면 서울 신길5동 마을 언저리에는 커피향과 갓 구운 빵냄새가 번진다. 지난 6월 오픈한 영등포구 마을기업 ‘꿈더하기(02-6349-9200)’ 베이커리 전문 카페 덕분이다. 4개월 만에 빵맛이 소문나 목동에서 찾아오는 단골손님도 있다. 10평이 채 안 되는 조그만 매장 안에 소보로, 소시지빵 외에 ‘요구르트빵’, ‘블루베리스틱’ 등 15개 종류의 다양한 빵이 있다.

‘꿈더하기’는 ㈔함께가는 영등포장애인부모회와 영등포구가 출자한 마을기업으로 장애아동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꿈더하기’ 최경혜(51) 대표는 “영등포구 제과학교에서 아이들이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데 실제 일할 곳이 없다”며 “지금은 10명의 아이가 오전, 오후로 나눠서 포장작업과 단순한 제과과정에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작업장이라는 것이 ‘꿈더하기’의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전문제빵사 1명과 장애인부모 40명의 자원봉사로 카페를 꾸려나가고 있다. 부모들이 카페 서빙을 하면 봉사시간에 해당되는 일정 금액을 아이의 통장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최씨는 “40명 부모의 꿈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50명 주인장이 만드는 협동조합카페, ‘카페오공’

무려 주인이 50명인 카페도 있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6번 출구에서 150m 정도 걸으면 ‘카페오공(02-598-8804)’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목 좋은 곳이지만 ‘지하’라는 점이 아쉽다. ‘카페오공’은 지난 5월, 50명의 주인이 100만원씩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형’ 카페다. 조합원들은 서로 ‘대표’라는 직함 대신 ‘주인장’이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조합원의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연령의 직장인들이다. 해금 연주자도 있고 주부도 있다. 그 중 5~6명의 주인장이 시간을 쪼개 ‘돌보미 활동’을 하고 있다. 돌보미 활동을 하면 시간당 5 천원의 임금이나 ‘콩알’이라는 대안화폐로 지급된다. ‘콩알’은 카페 내 음료비나 프로그램 참가비로 사용할 수 있다.

‘카페오공’의 대표 콘셉트는 ‘재능나눔카페’. 6개월 동안 어학, 목공, 독서 모임, 댄스 등 다양한 ‘재능나눔’ 프로그램이 총 80~100회 정도 진행됐다. 5000원(음료값 포함)을 내면 누구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강사는 무료로 재능기부를 하는 방식이다. 강수경(32) 주인장은 “카페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많게는 50명까지 모인다”며 “회원들도 카페를 만든 이후로 오히려 각종 비용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커피숍, 술집 가면 다 돈이 들잖아요. 여기 오면 비용이 어느 정도 해결되죠. ‘재능나눔’ 프로그램으로 서로 도움을 주는 것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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