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기술은 비인간적? 사회문제 해결하는 ‘가장 인간적인’ 설루션이죠”

’12년째 사회공헌 파트 이끈’ 재클린 풀러 구글닷오알지 대표 인터뷰

구글의 사회공헌 담당 기구인 ‘구글닷오알지’를 12년째 이끌고 있는 재클린 풀러 대표를 지난 20일 만났다. 구글닷오알지는 구글코리아와 함께 한국 내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백이현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사람들은 기술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술이야말로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인간적이고 우아한’ 설루션이죠.”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재클린 풀러(Jacquelline Fuller)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세계적 IT 기업인 구글(Google)의 부사장이자 구글의 사회 공헌 담당 기구인 구글닷오알지(Google.org)의 대표다. 2007년 입사한 뒤 만 12년째 구글의 사회 공헌 파트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대치동에 있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만난 풀러 대표는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회사의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래리와 세르게이가 구글을 설립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바로 자선 활동과 사회 환원 활동이었다”면서 “구글닷오알지에는 구글이라는 회사의 ‘본질’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기술로 사회를 변화시키다

―’구글’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구글닷오알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죠.

“구글닷오알지는 2005년 설립됐습니다. 우리의 미션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기계학습(머신러닝),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또 하나는 디지털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저소득층, 도서 산간 지역 사람,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디지털 사회와 디지털 경제를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돕는 일을 합니다. 이 미션들을 이루기 위해 구글은 매년 순이익의 1%를 기부하며, 구글닷오알지는 이 기금을 세계 곳곳에 있는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데 씁니다. 연간 예산은 2억달러(약 2200억원) 정도입니다. 직원들의 자원봉사도 적극적으로 장려합니다. 자신의 시간과 지식을 나누고자 하는 구글러(Googler·구글 직원)들을 비영리단체와 연결해 협업하게 해줍니다.”

―두 번째 방한이라고 들었습니다.

“구글닷오알지가 후원하는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인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캠퍼스’ 2기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왔는데요.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곳,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조금 전에 행사를 가졌습니다. 처음 한국에 온 건 2016년이었고요. 그땐 ‘구글 임팩트 챌린지 코리아(Google Impact Challenge Korea)’에 참석했습니다.”

구글닷오알지가 개최하는 ‘구글 임팩트 챌린지’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열리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사회 혁신 아이디어를 공모한 뒤,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를 선정해 후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2016년 열린 한국 대회에서는 장애인 복지,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 혁신 아이디어 370건이 접수됐다. 우승팀 4곳은 각각 5억원을, 최종 결승에 오른 5팀은 2억5000만원씩을 상금으로 받았다.

―어떤 팀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리플링’이라는 팀이 기억에 남습니다. 예식장에서 쓰고 남은 꽃을 수거해 양로원이나 소외 계층에 선물하는 비영리단체인데요. 대회가 끝난 뒤에는 구글코리아의 엔지니어가 자원봉사 형태로 합류해 리플링팀의 앱 개발을 도왔다고 들었습니다. 소외된 이웃에게 꽃을 나누는 기술이라니, 정말 창의적이고 인간적인 기술이죠.”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구글의 철학이라고 했습니다. 구글이 가진 첨단 기술은 어떤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까.

“저개발국에 지진·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즉각적으로 필요한 자원이나 재원을 공급하는 긴급 구호 활동에 나섭니다. 하지만 기술 회사인 구글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예측해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여진 예측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요. 지진이 발생한 뒤 여진이 언제 어디서 어떤 강도로 일어날지를 예측해 피해를 줄이는 기술입니다. 현재 구글닷오알지, 구글 AI팀, 하버드 연구진이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 중인데,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기존 모델보다는 훨씬 정확도가 높습니다.”

ⓒ백이현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한국의 혁신가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

풀러 대표에 따르면, 구글은 나라와 지역의 상황과 맥락에 맞는 사회 공헌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에서는 빈곤 퇴치에 주력하지만,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풀러 대표는 “한국은 기술 기반이 탄탄한 나라로, 구글은 한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구글코리아 직원이 350명에 달한다는 게 그 증거”라고 했다.

구글닷오알지는 구글코리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의 어떤 영역에 투자할지, 어떤 비영리단체를 지원할지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한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15억원을 내놨다.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가 진행하는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캠퍼스’ 프로그램에 2017년 5억원을 후원했고, 지난해 추가로 10억원을 지원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서울·경기 중학생 1만명에게 혜택이 돌아갔고, 올해는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 7000명을 더 교육할 예정이다.

―한국 청소년의 디지털 리터러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디지털 사회에서는 온라인상의 정보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게 ‘디지털 리터러시’예요. 한국은 기술에 있어 선두에 있는 국가지만, 모든 사람이 기회를 공평하게 얻는 건 아닙니다. 특히 아이들은 새로운 기술에 더 자주 노출돼야 합니다. 디지털 세상에 대해 배우고 즐거움을 느껴야 하죠. 그래야 스스로 기술을 만들어 나가는 ‘창작자’로 자랄 수 있습니다. AI를 활용해 이미지를 제작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디지털 음원을 제작하는 기회를 더 많은 한국 청소년이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서울 금호여중에 가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현장을 보고 왔다고 들었습니다.

“어제 학교에 가서 여학생들이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을 활용해 자신들만의 가상 세계를 만드는 모습을 봤습니다. 제가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데도 몇몇은 내 말을 안 듣고 컴퓨터 작업만 하고 있었습니다(웃음). 완전히 몰입한 거죠. 여학생에 대한 기술 교육은 구글닷오알지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풀러 대표는 문득 20대 초반이 된 두 딸이 떠올랐다고 했다. “제 딸들도 어릴 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죠.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가 한국에서 무척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과 일하게 돼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앞으로도 한국의 유능한 혁신가들과 함께 세상을 즐겁게 변화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기자 blindlett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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