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제가 받은 ‘재능나눔’ 다시 나누고 싶어요”

바리톤 김진추씨의 음악 멘토링

“보육원을 만들어서 아이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단 한 사람이라도 제 노래를 듣고 감동받았으면 좋겠어요.”

준희(18·여수정보고3)군의 꿈은 성악가다. 초등학교 시절 동요대회에 나가면 “성악가의 소질이 보인다”는 심사평을 듣곤 했지만 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어렵게 사는 준희군에게는 맹목적인 꿈일 뿐이었다. 작년부터 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준희군의 꿈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지난 6월, 준희군의 꿈을 응원하는 한 명의 멘토가 등장했다. 국내 명사들의 나눔이야기를 듣는 어린이재단 ‘나눔톡콘서트’에서 만난 바리톤 김진추(40)씨다. 김씨는 한양대 음대, 이탈리아 마스카니 국립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국내 최정상급 바리톤 성악가다. 김씨는 준희군의 사연을 듣고 4개월째 무료로 정기적인 멘토링을 하고 있다.

지난달 2일, 나눔음악회에서 합동공연 중인 김진추씨와 제자 이준희군.
지난달 2일, 나눔음악회에서 합동공연 중인 김진추씨와 제자 이준희군.

준희군은 한 달에 3-4번 여수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김씨에게 레슨을 받는다. 연습한 노래를 mp3에 녹음을 해서 김씨에게 체크를 받기도 한다. 아직도 준희군은 “성악을 꿈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감격하다가도 “비싼 등록금이 걱정이 되긴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연말까지 오페라 3편에 잇따라 출연하기 때문에 분초를 쪼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김진추씨가 선뜻 준희군의 멘토를 자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작은 재능나눔으로 큰 혜택을 입은 옛 경험 때문이다. “1학년 때 35명 중에 꼴찌를 했어요. 소리가 해결이 안 돼서 고민이 많았는데 제 얘기를 들은 베이스 유신선 선생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선생님이 쉽게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암 덩이가 떨어져 나간 것처럼 소리가 탁 트이면서 3배는 커졌습니다. 2학년 1학기 때는 과에서 1등을 했죠.”

준희군도 김씨에게 레슨을 받은 지 얼마 안 돼서 소리가 꽤 커졌다. 김씨는 “준희가 근성도 좋고 똑똑하게 잘 습득하는 편”이라며 “좋은 성악가로 성장해서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준희군은 음악실, 운동장, 집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방과 후엔 연습에 매진한다.

“운동장에서 연습하면 소리가 동네에 다 들려서 걱정이었는데, 아는 분이 집 근처 교회에서 연습해도 된다고 해서 다행이에요.” 준희군은 자신의 꿈에 부쩍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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