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한 통의 편지가 기적을 만든다”… 시민 200명, 인권침해 피해자 위해 펜 들어

국제앰네스티 ‘레터 나잇’

지난 11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2018 레터 나잇’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탄원 편지를 직접 써내려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 통의 편지가 누군가를 지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김규정·서울 동작구)

지난 11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전 세계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위한 편지 쓰기 행사 ‘레터 나잇’이 열렸다. 레터 나잇은 국제앰네스티가 매년 ‘세계인권선언일'(12월 10일)에 맞춰 전 세계 지부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탄원 편지 쓰기 행사다.

참가자들은 인권침해 피해자의 사연을 듣고 이들을 탄압하는 정부나 정치 지도자에게 직접 편지를 작성해 해당 국가로 보낸다. 탄원 편지 대상자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보낼 수도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갓 퇴근한 직장인부터 외국인 유학생, 연인, 어린이와 함께한 가족까지 약 200명이 방문해 손 편지 2000여 통을 작성했다.

캠페인 대상자로 선정된 인물은 총 5명. 모두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지켰다는 이유만으로 권력에 의해 억압받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헤랄디네 차콘은 빈곤층 청년들에게 스스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교육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됐고, 이란에서 사형제 반대 운동을 펼친 아테나 다에미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우크라이나의 성소수자 인권운동가 비탈리나 코발은 극우단체로부터 극심한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는 평화 시위를 조직했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로부터 무참히 공격당했다. 시위 당일,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썼고 눈에 화학물질에 의해 화상을 입기도 했다. 광산 회사에 맞서 마을을 지키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노늘레 음부투마는 끊임없는 살해 위협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흑인 여성과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투쟁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인 마리엘 프랑코는 총격에 의해 살해당했다. 해당 사건에 사용된 총알을 조사한 결과 브라질 연방 경찰의 것으로 밝혀졌지만 진상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8 레터 나잇’에는 가족 단위로 행사장을 찾은 시민이 많았다. ⓒ국제앰네스티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6년간 편지 쓰기 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위한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둬왔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차드 정부를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종신형 위기에 처했던 탄자딘 마하마트 바부리가 69만건의 탄원 편지에 힘입어 석방됐다.

또 미국의 공익제보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사면을 위해 약 110만건의 탄원 편지가 백악관에 전달됐다.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편지 쓰기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참여와 운동의 방식”이라며 “참여자 한 사람의 작은 힘이 변화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탄원 편지 쓰기 캠페인은 온라인을 통해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된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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