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금)

병동에 울려퍼진 오페라, 희망을 선물하다

종근당 문화나눔 프로그램 ‘오페라 희망이야기’

지난 5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로비에서 열린 ‘종근당, 오페라희망이야기 ‘ 공연에서 팝페라앙상블 ‘DS’가 노래하고 있다. ⓒ최항석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

지난 5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로비에 귀에 익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이 무대 위에서 뮤지컬지킬 앤 하이드의 대표곡지금 이 순간을 열창하는 이들은 팝페라앙상블 ‘DS’. 무대 앞에 임시로 가져다 놓은 의자 100여개는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로 이미 만석이었다. 음악을 듣고 모여든 사람들이 객석을 둥글게 에워쌌다. 병원 로비가 작은 콘서트홀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펼쳐진 공연은 종근당의 문화나눔 프로그램인 오페라 희망이야기’.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음악으로 희망을 전달하자는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제안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8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전문 성악가와 연주자들로 구성된 공연 팀이 전국 주요 병원으로 찾아가 매년 30회가량 공연을 연다. 친숙한 오페라 곡들로 채워진오페라&콘서트’, 입원 중인 아이들이 노래와 율동을 따라 하며 공연을 즐기도록 꾸며진 키즈 오페라등 크게 두 가지 형태로 펼쳐진다.

오페라&콘서트로 열린 이날 공연에서 첫 주자로 나선 팝페라앙상블 DS그란데 아모레’ ‘네순 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 ‘! 해피데이등 익숙한 음악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다음 공연자인 바리톤 우주호가 오페라카르멘투우사의 노래를 부르자 관객들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오페라로미오와 줄리엣꿈속에 살고 싶어라를 독창한 소프라노 장지애도 큰 박수를 받았다.

바리톤 우주호가 오페라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후렴구에선 관객들이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며 흥을 돋웠다. ⓒ최항석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마지막 초대 가수인 양파의 등장에 객석의 분위기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양파는하늘을 달리다라는 노래를 관객들과 함께 합창하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공연이 끝난 뒤, 모여 있던 청중들은 하나 둘 병실로, 진료실로 발길을 돌렸다. 입원한 지 4일 된 정영숙(55)씨는 “점심 먹고 산책 삼아 로비로 내려왔는데, 이렇게 깜짝 공연을 보게 될 줄 몰랐다면서 “정말힐링이 됐고, 앞으로 이런 공연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자뿐 아니라 병원 직원들에게도 가뭄에 단비와 같은 공연이었다. 세브란스 병원 안상훈 내과전문의는 “매일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는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은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피로에 시달린다이번 공연이 잠시나마 긴장과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와 보호자, 병원 직원들은 점심시간 열린 깜짝 공연을 보며 즐거워했다. ⓒ최항석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종근당과 함께 공연을 기획한 한국메세나협회의 신용호 문화사업팀 차장은 “몸이 아픈 환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들도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면서한번 병원에서 공연했던 이들이 꾸준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종근당 측은예술로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을 선물하는오페라 희망이야기와 같은 문화나눔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이어나가자는 게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종근당, 오페라 희망이야기는 올 연말까지 강원대병원 부산대병원, 서울시립어린이병원, 제주대병원 등에서 14회 더 진행된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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