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나눔 트렌드 한자리에 국제 콘퍼런스 개최

국제적인 나눔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국제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나눔국민운동본부 등이 주관하는 ‘제2회 국제나눔 콘퍼런스’는 오는 6월 13일~14일 이틀 동안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다.

이번 콘퍼런스에선 글로벌 기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전문가와 기업 사회공헌 및 CSR 전략을 주도하는 해외 전문가들이 강사로 초빙된다. 기조연설을 맡은 영국의 RLM 핀스버리 스콧 콜빈(Scott Colvin) 이사는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자”는 ‘레거시 10(legacy 10)’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스콧 콜빈 이사는 방한 전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회지도층의 기부 참여를 독려하고, 자선단체를 위해 지속가능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한국에도 부자들이 기부할 수 있는 창의적인 기회가 주어지면 기부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첫날에는 ‘나눔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발전과제’라는 주제로 린지 라폴(Lindsay L.Lapole) 미 자선기부연금협의회(ACGA) 회장은 ‘미국 계획기부 모델’을 설명할 예정이다.

둘째 날 기조 강연자인 에이미 잭슨(Amy Jackson)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사회공헌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발전과제’라는 주제로, 제레미 프렙시어스(Jeremy Prepscius) 미 BSR 이사는 ‘사회문제 해결과 비즈니스 가치의 상생을 위한 핵심전략 모색’을, 수 애킨스(Sue Adkins) 영국 BITC 이사는 공익연계마케팅(CRM)을 중심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강연할 계획이다.

1992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BSR은 전 세계 60개국에서 기업 CSR을 지원하는 단체이다. 영국 BITC는 1982년 영국 찰스 황태자가 설립한 단체로, CSR과 기업평가, 교육, 포럼, 네트워킹 등을 진행하며 전 세계 CSR서비스 기관 네트워크인 CSR360을 보유하고 있다.

기부캠페인 ‘레거시 10’ 스콧 콜빈 이사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시작돼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유산 기부 캠페인 ‘레거시 10(Leg acy 10)’은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서약하는 운동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보수당 대표)를 비롯한 영국 내 주요 3당 대표가 서약했고, 억만장자 기업인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회장, 찰스 던스턴 카폰 웨어하우스 공동 창업자, 금융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제이콥 로스차일드 등도 이에 동참했다. 이 거부 3인의 총기부금만 해도 5억파운드(약 886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RLM 핀스버리’라는 금융 컨설팅 업체 창업자인 롤랜드 러드 회장과 함께 이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스콧 콜빈(Scott Colvin) 이사는 오는 13일(수)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제2회 국제 나눔 콘퍼런스’에 기조 강연자로 나선다. 방한을 앞둔 그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서약하는 '레거시 10' 캠페인을 벌이는 스콧 콜빈 RLM 핀스버리 이사는 "한국에서도 기부를 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기회만 있으면 기부문화가 활성화될 것" 이라고 밝혔다.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서약하는 ‘레거시 10’ 캠페인을 벌이는 스콧 콜빈 RLM 핀스버리 이사는 “한국에서도 기부를 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기회만 있으면 기부문화가 활성화될 것” 이라고 밝혔다.

사회지도층 유산 10% 기부… 긍정적인 ‘기부 문화’ 만들어

유명한 리더들의 참여 캠페인의 신뢰성 쌓아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
전문 지식과 무료 서비스 등 개인 재능 기부형태로 운영

―’레거시 10′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영국에서는 때로 후원금 모집 방식이 너무 적극적이다. 길거리에서, 신문과 방송을 통해, 어디에서나 기부를 요청한다. 이는 기부 피로증을 일으켜, 사람들이 자선 활동을 무관심하게 여길 수 있어 위험한 면이 있다. ‘레거시 10’은 사람들이 기부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캠페인을 기획했다. 우리는 직접 기부금을 받지도 않고, 어떤 자선단체에 기부해야 한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앞으로 재정난에 처한 정부가 자선단체에 지원하는 금액은 점점 줄어들 것이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선 일반 국민의 기부금이 늘어야 한다. 우리는 이 캠페인을 통해 부유하고 힘있는 사회 지도층의 기부 참여를 독려하고, 또 자선단체를 위한 지속 가능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어떤 형태로 캠페인이 진행되는가.

“캠페인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자기 재산의 10%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서약한다. 그들은 적어도 1개 자선단체에 돈을 남길 수 있다. 일단 유언장이 공증되면 후손이 이를 바꾸거나 고칠 수 없다. 우리는 웹사이트(www.legacy10. com)에 이 캠페인에 동참한 후원자 이름을 알린다. 새로운 후원자가 생길 때면,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그 스토리가 보도된다.”

―핀스버리라는 금융 컨설팅 기업에서 이런 캠페인을 진행하는 게 특이하다. 이 캠페인을 진행하는 파트너 기관이 있는 것인가.

“롤랜드 러드 회장과 나를 비롯한 스태프 7명은 ‘레거시 10’ 캠페인을 프로보노(probono·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을 기부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제레미 헌트 영국 미디어문화체육부 장관과도 긴밀한 파트너십을 갖고 일하고 있다. 핀스버리에서 금융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만나는 비즈니스·정관계 파트너들에게 자선 캠페인 동참을 권유하기도 한다. 물론 운영위원으로 외부의 자문 그룹이 있다.”

―억만장자인 기업체 회장을 비롯한 유명 인사의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현재까지 모인 기부금 규모가 엄청날 것 같다.

“후원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때문에, 공증된 유언장 복사본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다. 이미 캠페인에 동참한 이들의 기부금을 따지면 수십억 파운드에 달한다. 현재 영국 국민의 유산 기부 비율이 7%인데, 이를 10%대로 끌어올린다면 후원금을 10억파운드(약 1조8000억원) 더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에선 고액 개인 기부자들이 주로 장학 재단을 만들거나 교회 등 종교 기관에 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비영리로 운영되는 자선·민간단체는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거나, 자체 사업을 벌이느라 상황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영국은 어떤 기부가 많이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기부한다. 정부에 직접 세금을 많이 내는 형태보다는, 국가에 직접 도움이 되는 민간단체에 기부하는 걸 더 선호한다. 영국에서 엄청난 기부금이 규모가 큰 민간단체에 기부된다. 암 연구를 담당하는 ‘캔서 UK(Cancer UK)’나 자연과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내셔널 트러스트’ 같은 단체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규모는 작지만 지역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작은 민간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 4월부터 아예 법을 개정해, 재산의 10% 이상을 기부할 경우 상속세율을 40%에서 36%로 낮춰주기로 했다고 하는데, 법안 개정의 효과가 있는가.

“시행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직 통계는 없지만, 많은 국민이 유언장을 바꾸려는 움직임은 감지된다. ‘레거시 10’ 캠페인이 시작된 지 7개월쯤 되는데, 올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세금 변화에 대한 국민의 인지율이 40%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영국에선 국민의 73%가 민간단체에 기부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그 비율이 27% 수준에 불과하다. 유산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레거시 10’ 캠페인을 우리나라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 것 같은데,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영국에서는 돈을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 한국에서도 기부할 수 있는 좀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부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레거시 10’의 성공은 사실 ‘또래의 압력(peer pressure·동료 집단에서 이탈하면 소외감과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눈높이를 맞추려는 무의식이 작용한다는 개념)’이라는 개념에 기초한다. 부자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이 캠페인을 지지하는 것을 보고 본인들도 역시 이 기부 대열에 동참한다.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물론 ‘레거시 10’ 캠페인이 성공하려면 자선 활동에 의지를 가진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가 있는 것이 좋다. 영국 국민은 정부가 공표하는 캠페인은 별로 주목하지 않지만, 성공한 비즈니스 리더나 유명 인사가 말하면 신뢰한다. ‘레거시 10’ 캠페인이 한국에서도 만들어지도록 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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