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사회적 기업 1세대… 지난 3년간의 고민 ②"3년 내 자립은 힘들어 성장 차원의 지원 필요"

응답 기업 23곳 중 11곳 지원 종결
“장애인 만들었다 하면 소비자 안 사
똑같이 경쟁하니 판로 개척 어려워”

오는 30일 사회적 기업 육성법 만 3년을 맞아, 조선일보 ‘더 나은 미래’팀과 CS컨설팅&미디어 리서치팀이 지난 2007년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 1세대를 조사했다. 1차 인증을 받은 기업은 총 36곳으로, 이 중 4곳이 탈락했다. 남은 32개 기업 중 총 23개 기업이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이들은 지난 3년간의 고민과 후배 사회적 기업가들을 위한 생생한 조언을 털어놨다. 편집자 주


사회적 기업 1세대는 정규 직원 수가 7명인 매우 영세한 곳부터 260명에 이르는 곳까지 그 규모가 다양했다. 2009년도 매출액 역시 1억조차 되지 않는 곳부터 164억원에 이르는 곳까지 다양했다. 전화 인터뷰 응답 기업 23곳 중 11곳이 작년 말로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지원이 끝났다고 답했다. 나머지 기관도 올 12월이면 지원이 종결된다.

정부 지원이 끝난 곳들 대부분은 구조조정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장애인을 고용해 모자를 만드는 ‘동천’은 기존 사회적 일자리 인력 중 절반을 해고했다. 간병, 가사 등을 제공하는 ‘청람’역시 절반의 인력을 줄였다. 다른 곳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노인 이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심생활’은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적립금을 올해부터 까먹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를 제외한 대부분의 1세대들은 순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대로 가면 시장에서 생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난 3년간 사회적 기업은 어떻게 버텨냈을까. 1세대들은 혼자 끓였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재정 상황이다. 23곳 중 12곳이 재정적 어려움을 가장 큰 장애로 꼽았다. 안심생활의 유남순 팀장은 “고령자나 장애인 등 자립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비용을 비싸게 받을 수도 없는데 수익을 내야 한다고 하니 이중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똑같은 비율로 사회적 기업들은 판로 개척을 어려운 문제로 꼽았다.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스스로 유통망을 뚫고 판로를 개척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이해도 아직은 크지 않다.

위캔 이수경 국장은 “장애인이 만들었다고 하면 상품을 집었다가도 다시 내려놓는 소비자들이 아직 많다”고 했다. 핸인핸 김덕준 국장은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함께 칫솔을 만들고 있는 건데 공공기관조차 깎아달라고 하니 우리가 안 어려울 수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취약한 내부 역량도 사회적 기업의 발목을 잡는 어려움이다. 총 9곳이 내부 역량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크게 마케팅, 홍보 역량의 부족과 취약계층 고용에 따른 어려움이었다. 취약계층을 교육하고 훈련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점,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 점 등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다양했다.

뛰어난 인재를 구하기 힘든 것도 큰 어려움이다. 이러한 내부 역량의 어려움을 해소해 보고자 컨설팅 지원을 받은 기관도 많지만, 컨설팅 지원을 경험한 대부분의 기관은 실망스러웠다고 답했다. 안동애명복지촌 참사랑보호작업장의 김호엽 팀장은 “대기업이나 실천할 수 있는 컨설팅 결과를 알려줘서 쓸모가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과 정책이 어떻게 개선됐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총 19곳이 지원의 다각화, 현실화, 단계화를 꼽았다. 함께일하는세상의 이철종 대표는 “일반 기업의 경우에도 3년 내 폐업률이 90%에 달하는데, 사회적 기업에게 3년 내 자립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3년은 가능성을 확인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체득하는 기간으로, 본격적인 성장과 확장은 그 이후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설립 중심의 지원이 아니라 성장과 발전 과정에 대한 적합한 지원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엠마오호스피스회의 김호경 부장 역시 “현재의 지원 제도는 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세워 준비하기에는 어렵게 되어 있다”며 “취약계층 인건비로 사용되어야 하는 지원금이 아니라, 정말 기업의 발전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 외에도 기업, 공공기관, 소비자 등의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긍정적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담당해 주길 바라는 의견, 노동부와 일선 사회적 기업 간 소통할 수 있는 창구에 대한 건의,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먼저 구매정책 등을 통해 실질적 지원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6월 현재 노동부 인증 사회적 기업은 319개에 달한다. 사회적 기업 1세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지금 1세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은 고스란히 수백 개 사회적 기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상_그래픽_사회적기업_1세대보고서_2010※인터뷰 응답 사회적 기업

(재)다솜이재단, (재)아름다운가게, (사)안심생활, 사회적기업청람, 사회복지법인 위캔, (사)엠마오호스피스회, 세종장애아동후원회 장애아동통합지원센터, (사)사랑의손길새소망, (사)대한노인회안성시지회, (사)충북사회교육센터, 열린사회, (주)함께일하는세상, 사회복지법인 손과손 (핸인핸), 사회복지법인 동천학원 동천, (주)노리단, (사)늘푸름늘푸른직업재활원, 사회복지법인 온누리복지재단 (번동코이노니아 장애인보호작업시설), (주)알에프티앤지, 금정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금정요양병원, 사회복지법인안동애명복지촌 참사랑보호작업장, (주)컴윈, (주)늘푸른자원, 새벽영농조합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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