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네팔 아저씨 이야기 듣고 나눔 참여 결심했어요”

34개 초교서 ‘나눔교육’
네팔인 라주씨가 현지 상황 들려주자 “정말요?” 휘둥그레…”
가엾은 친구 도울래요” 용돈 기부하는 아이도

미상_사진_나눔교육_라주카드카_2012“나마스떼~ 저는 네팔에서 온 라주입니다.”

네팔 전통의상을 입고 두손을 모아 인사하는 이 사람, 굿네이버스 네팔지부에 온 라주 카드카(Raju Khadkaㆍ35·아래 사진)씨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변호사를 거쳐 굿네이버스 네팔 아동결연서비스 담당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신용산초등학교 강당에 모인 5학년 학생들에게 직접 ‘나눔현장’ 이야기를 전하러 이곳까지 왔다.

“여러분, 제가 네팔에 관해 이야기할게요. 에베레스트산 본 적 있으세요? 네팔에는 에베레스트산뿐만 아니라 100개가 넘는 산이 있어요. 참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나라예요. 그런데 저기 한 어린이를 보세요. 배가 고파서 울고 있어요. 그 옆의 남자아이는 길에서 버려진 음식을 찾고 있어요. 아래 사진 보이나요? 길거리에서 차로 다가가 구걸을 하고 있답니다. 이 소년은 몇 살일까요? 12살이에요. 여러분과 같은 5학년이에요. 이것이 지구촌의 현실이에요. 어떤 곳에 사는 친구들은 학교에 가고, 어떤 곳에서는 구걸을 해요.”

미동도 없이 집중하는 아이들에게 라주씨는 또 다른 사진을 보여준다. 행복하게 웃는 소년의 사진, 네팔에 사는 ‘람’이다. 라주씨는 ‘람’이 직접 쓴 편지를 보여줬다.

“람은 원래 길에서 지내던 아이였어요. 쓰레기더미로 가득 찬 마을에 살았어요. 학교도 가지 못했죠. 지금은 람의 삶에 큰 변화가 찾아왔어요. 고맙다고 꼭 전해 달라고 하네요. 람은 지금 학교에 다녀요. 깨끗한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요. 어렵고 힘든 친구를 위해 아동권리행사에도 참가해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아세요? 여러분의 부모님, 선생님, 여러분과 같은 좋은 이웃 덕분에 굿네이버스가 람의 마을을 도와주었기 때문이에요.”

지난 5일 서울 신용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굿네이버스의‘나눔교육’현장. 네팔에서 온 라주 카드카씨의 설명을 듣는 5학년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굿네이버스 제공
지난 5일 서울 신용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굿네이버스의‘나눔교육’현장. 네팔에서 온 라주 카드카씨의 설명을 듣는 5학년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굿네이버스 제공

30분 남짓 진행된 강의가 끝나자, 스무 명 가까운 아이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네팔 인구는 몇 명이고, 가난한 애들은 왜 학교에 못 다니는 건가요?” 한 학생의 질문에 라주씨가 답했다. “네팔에는 3000만명이 살아요. 도시에 가면 여러분처럼 교육받는 아이도 있어요. 하지만 시골에선 남학생은 8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지만, 여학생은 새벽 5시부터 머리에 긴 띠를 두르고 물동이를 나르는 경우도 많아요. 여러분은 행운이죠? 여러분은 세계시민이에요. 여러분과 네팔 아이들은 다 똑같은 아이란 걸 기억해 주세요.”

강의가 끝난 후 김종덕 교장선생님은 “여러분이 본 네팔의 모습이 바로 제가 어렸을 때 우리나라의 모습이었어요. 안 믿어지나요? 정말이에요.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던 나라가 이렇게 성장해서,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에요. 여러분은 자부심을 가져도 돼요”라고 끝맺었다. 나눔교육이 끝난 후 만난 이호준(11)군은 “처음으로 네팔에서 온 분을 만나서 신기하고, 또 네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면서 “우리도 옛날에는 가난했는데 지금 잘살게 된 것처럼, 용돈을 모아서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면 그 친구들도 우리처럼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굿네이버스가 네팔 직원과 함께 진행한 이번 나눔교육은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5일까지 대구와 경북, 부산, 울산, 서울 등 총 34개 초등학교에서 진행됐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라주씨는 “한국의 학교를 둘러보니 도서관, 강당, 교실 등이 모두 갖추어진 이곳은 마치 ‘천국’같다”며 “교육이 끝난 후 아이들이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깜짝 놀랐고, 자신이 모은 용돈을 주며 대신 도움을 전해 달라고 한 적도 여러 번 있어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번 나눔교육에서 가장 인상깊고 또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대목은 무엇이었을까. “한국 돈 1000원이면 네팔에서 무엇을 살 수 있나요?”라는 질문. “한국 돈 1000원이면 네팔 80루피인데요, 세끼 밥을 먹을 수 있어요.” 아이들의 눈은 동그래지고, “와~” 하며 함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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