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인력난 겪던 NGO 숨통 트였지만 ODA 청년인턴, 1년 후 갈 곳 없어

‘ODA 청년인턴제’ 시행 1년
국내 78개 ODA 기관과 34개국 해외사무소 근무
해외 근무 인턴 현장에서 전문성 쌓고 중소 NGO 기관은 인건비 부담 덜 수 있어
정규직 채용 인원 한정 일회용처럼 끝나지 않게 지속 가능성 열어줘야
취업경력자는 제외되는 지원 자격도 문제 제기

“청년인턴으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새로운 것을 배워보니 무척 좋았어요.”

재작년 성신여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채송아(28)씨는 최근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의 1년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됐다. 작년 4월부터 1년 동안 이곳에서 ‘ODA 청년인턴’으로 일한 후 곧바로 채용된 것이다. 채씨는 그동안 다양한 국제개발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채씨는 “내년쯤 대학원에도 진학해 국제개발 분야를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채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많은 청년인턴의 경우, 6개월~1년 인턴기간이 끝나면 다시 백수로 되돌아가 구직자 대열에 끼게 된다. 청년인턴은 많이 배출되지만, 막상 이들을 채용해줄 기관이 마땅치 않은 것이 큰 이유다. 기자는 청년인턴을 채용한 기관 10곳을 취재, 시행 1년을 맞은 ‘ODA 청년인턴제’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ODA 청년인턴'으로 채용된 이들이 국제개발원조 전문가의 꿈을 안고 현장에서 전문성을 쌓고 있다. /굿피플 제공

‘ODA 청년인턴’으로 채용된 이들이 국제개발원조 전문가의 꿈을 안고 현장에서 전문성을 쌓고 있다. /굿피플 제공

◇ODA 청년인턴,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NGO 숨통 트이게 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은 작년부터 청년인재를 공적개발원조(ODA) 전문가로 키우기 위한 ‘ODA 청년인턴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92명의 청년인턴이 아프리카, 아시아 등 34개국 코이카 해외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으며, 월드비전이나 지구촌나눔운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 78개 ODA사업 수행기관에서 159명의 인턴이 근무 중이다.

“이제야 겨우 숨통이 트였어요.” ODA 청년인턴을 채용한 기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직원을 쉽사리 채용하지 못했던 중소 NGO에 청년인턴제는 반가운 소식이다. 청년인턴으로 채용되면, 코이카로부터 국내근무 시 120만원, 해외근무 시 180만원의 월급을 지원받는다. 해외현장에 근무하는 인턴의 경우 항공료와 체재비까지 모두 지급된다. 한 NGO의 해외사업 담당자는 “실무자 월급보다 ODA 청년인턴 월급이 많은 기관도 많다”라며 속사정을 귀띔했다. ODA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NGO 대부분이 10명 내외의 인력으로 사업을 수행하다 보니, 평일 야간과 주말 근무는 보통인데 반해 월급은 턱없이 적다.

인재도 많다. 실무자들은 “과거에 비해 개발원조에 관심을 갖는 청년이 늘어났고, 코이카의 지원규모도 커지면서 뛰어난 지원자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면서 “정규직으로 당장 채용하고 싶은 인재들도 눈에 띈다”고 전했다.

실제 ODA 청년인턴으로 채용된 이들도 업무 만족도가 높았다. 인턴 기간을 마치고 기관에 정규직으로 채용된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장다희 연구원(27)은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개발원조 분야가 차츰 이해되면서 재미를 느꼈고, 지금은 개도국 공무원들에게 전염병관리, 모자보건 등 보건복지정책자문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_그래픽_ODA청년인턴_ODA사업수행기관_2012◇고용률 의식한 제도, 1년 후 갈 곳 없는 청년들

반면, 사후 관리 및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인턴 기간을 마친 뒤 이들이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다는 것. 한 기관의 실무자는 “지난해 채용된 ODA 청년인턴 수가 203명인데, 그중 정규직으로 채용된 인원은 기관당 많아야 1명, 없는 곳도 많다”면서 “채용하고 싶어도 인건비와 정원 때문에 포기하는 NGO가 상당수”라고 전했다.

“인턴들을 일회용품처럼 사용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좀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는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처럼 정규직 채용 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그 대안이다. 2009년부터 청년취업인턴제를 시행한 고용노동부는 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에 6개월간 인건비(한 명당 월 65만원)를 지원한다. 현재 ODA 청년인턴의 경우 코이카에서 정규직 전환율을 모니터링하거나 채용을 장려하는 움직임이 없다. 이 때문에 “어차피 매년 ODA청년인턴이 들어오기 때문에 정규직 자리를 마련하기보다는 인턴 특화 업무를 따로 만드는 추세”라고 한다.

월드투게더 제공
월드투게더 제공

ODA 청년인턴의 지원자격도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최종학교 졸업 후 고용보험에 6개월 이상 가입된 취업경력자(아르바이트 제외)는 제외된다. 신규 실업자만이 ODA 청년인턴 제도의 대상이다. 한 중소규모 국제개발 NGO 실무자는 “정부에서 청년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정책을 시행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며 “직장을 그만두고 개발원조 현장에 나오려는 인재들은 기회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한국의 국제개발원조 발전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보다는 ‘ODA 전문인력양성’에 중점을 두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코이카 인사교육팀 전영은 과장은 “해당 지원조건은 기획재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 청년인턴 자격요건에 준한 것”이라며 “예산을 더 늘리기는 어렵지만, 향후 ODA사업수행기관 선정 시 정규직 전환 기관을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우리의 ODA사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시점, 전문가들은 보다 세밀하고 지속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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