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공장서 일하는 여성은 시간 없어 교육 못 받아 10년 지나도 한국말 못해

다문화 여성이 본 다문화 정책
다문화 이해하고 부인 존중하는 남편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다문화’란 단어, 낙인처럼 느껴져 오히려 관심 자체가 싫어지기도

미상_사진_다문화여성_몽근졸_2012최고 요리사를 꿈꾸던 몽골의 처녀. 2000년 한국으로 요리 유학을 온 몽근졸(37·사진)씨는 지금 한국에서 ‘다문화 강사’로 살고 있다.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교실에서 2시간 동안 몽골문화를 알려주고, 이주민의 인권에 대해 가르치는 일을 한다. 2008년부터 5년째 아시아인권문화연대의 다문화 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그녀를 경기 부천에서 만났다.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우리 아들(초2)이 초등학교에 가서 이런저런 일이 생길까 걱정됐다. 한국 학교시스템을 알고 싶어서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일하면서 자신감이 생기자 아들도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 1학년 장기 자랑 때 몽골옷 입고 몽골어로 자신있게 발표하더라.”

―다문화 가정의 가장 큰 어려움은 뭐라고 보나.

“언어다. 내가 결혼할 때만 해도 다문화센터라는 게 없어 TV만 보고 한국어를 배웠다. 지금은 천천히 한국어 쓸 수 있는 정도다. 2~3년 정도는 ‘밥 먹었어요’ 하는 간단한 것만 했다. 5년쯤 지나니까 한국말 알아듣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결혼해서 살아도 10년은 필요한 것 같다. 어떤 엄마가 며칠 전 학교 선생님이 ‘엄마 대신 아빠를 학교에 보내라고 했다’며 눈물 흘리더라. 선생님과 말 안 통할까 봐 겁나고…. 아직도 아들 받아쓰기 시험 준비할 때면 발음 안 되는 것도 있다.”

―다문화 지원이 많아졌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별로 도움받아본 적은 없다. ‘다문화’라는 단어 듣기가 싫다. 내가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어 배울 데도 없어 알아서 다 해야 했다. 5년쯤 후부터 ‘다문화’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갑자기 다문화에 관심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아, 이제 우리를 좀 알아주는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가정’이라는 단어를 붙이니까 싫어지더라. 분리시키는 것 같다. 학교 가서 수업할 때 애들한테 ‘다문화가 뭐예요’ 물으면 ‘결혼하는 거요’ ‘애들 다문화요’ 이렇게 얘기한다.”

―다문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바뀌나.

“애들이 좀 달라지는 걸 보면 정말 보람있다. 몽골 노래 CD를 틀어주기도 하고, 몽골에서 살아온 얘기도 들려주고, 이주해 와서 살면서 겪은 어려움과 즐거움을 이야기해준다. 부천·안동·서울·부산·대구 등 다 다녔다. 애들이 처음에는 ‘다양한 문화’라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데 조금씩 조금씩 달라진다.”

―현장에서 꼭 필요한 다문화 프로그램은 뭐라고 보는가.

“남편을 먼저 교육시키거나 부부가 함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남편도 아내의 한국생활 적응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공장에서 일하는 결혼 이주 여성들은 바빠서 다문화센터에 나와 언어를 배우지 못한다. 10년 있어도 한국말 못하는 사람도 많다. 엄마가 배워야 아이들도 배울 수 있다. ‘교육’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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