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내 맘대로 고르는 ‘뷔페식’ 봉사 기업·NGO 연결할 매개자 필요

개러드존스 ‘포인츠 오브 라이츠’ 부회장
선진국 자원봉사 흐름
퇴근 후·주말 등 바쁜 생활방식에 맞춘 유연한 자원봉사 만들고
스타벅스 ‘5시간 약속’은 지역사회에 5시간 기부한 시민에게 커피 무료 제공
시민의 참여 극대화시킨 사회공헌 봉사 많아져
“앞으로는 시민 참여와 맞춤형봉사로 독창적 방법 발굴해내야”

“Give a Day, Get a Disney Day(하루 자원봉사 하면, 디즈니에서 재미난 하루가 공짜)”

지난 2010년 1월 진행된 디즈니의 사회공헌 캠페인이다. 가족이나 개인이 일정기간 자원봉사를 하면, 디즈니랜드 테마파크를 이용할 수 있는 1일 자유이용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디즈니에서는 이를 위해 미 전역에 250개 자원봉사센터가 있는 핸즈온 네트워크와 손을 잡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원봉사에 참여한 사람은 100만명에 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시민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을 높였고, 재정이 열악해 자원봉사 혜택을 주기 어려운 시민단체에는 간접지원을 했고, 디즈니에서는 잠재적 소비자를 확보했으며, 이들이 디즈니를 찾아 부대시설을 이용하면서 매출까지 증가했다.

개러드존스 '포인츠 오브 라이츠' 부회장
개러드존스 ‘포인츠 오브 라이츠’ 부회장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는 미국의 대표적 자원봉사단체 ‘포인츠 오브 라이츠(Points of Lights·일명 촛불재단)’의 개러드존스(Gared Jones) 부회장이다. 그는 전 세계 자원봉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 스탠퍼드대와 노스웨스턴대 MBA 과정을 마친 후 딜로이트 컨설팅의 수석매니저로 일하던 그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비영리조직으로 전업했다.

그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영리조직에서 비영리조직으로 커리어를 바꾸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며 “나눔과 경영을 접목하기 위해, 남아공의 주말학교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은 경험을 했다”며 전업 이유를 밝혔다.

아쇼카 재단의 디렉터로 일하며 5년 남짓 인도 청년벤처 프로그램을 세계적으로 확장한 그는, 현재 글로벌 기업과 비영리조직의 연계를 통해 자원봉사를 확산시키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6일 ‘핸즈온 아시아 자원봉사 콘퍼런스’를 위해 내한한 그를 인터뷰했다.

―핸즈온 네트워크는 유연한 자원봉사를 강조하고 있다고 하는데, 유연한 자원봉사가 무엇인가.

“시민들이 참여하기 쉽도록 퇴근 후 시간과 주말에 이뤄지며, 전문직 종사자들의 바쁜 생활방식에 잘 맞춰진 자원봉사다. 바쁜 사람들은 몇 개월씩 자원봉사에 참여하기 힘들다. 효과적인 시작점이 필요하다. 핸즈온 액션센터에는 ‘캘린더 프로그램’이 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관심 있는 활동을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도록 봉사 정보들이 나와있다. 미국에서도 50%의 자원봉사자들이 주간이나 월간에 한번, 1년에 몇 번 활동 등을 통해 자원봉사에 참가한다. 유연한 방법을 통해 자원봉사를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깊게 관여하게 된다. 유연한 자원봉사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 시민사회영역을 매칭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스타벅스, JP모간, 페덱스 등 40여개의 글로벌 기업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매칭하고 있다. 앞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극대화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글로벌 기업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다. 스타벅스의 ‘5시간의 약속(Pledge 5)’캠페인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원래 스타벅스는 여느 글로벌기업처럼 ‘봉사의 달’을 정해서 전 세계 사업장의 임직원들에게 봉사를 독려하는 기간을 가져왔다. 2009년 이 프로그램을 스타벅스 소비자들에게 확장했다. 지역사회를 위해 자신의 5시간을 기부한 시민들에게 스타벅스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직원들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에 대한 애사심이 높아지고, 기업은 책임감이 높아졌으며, 스타벅스는 커피 소비자를 선점하는 마케팅 효과까지 얻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사회복지단체는 한정돼 있고, 기업 자원봉사자들이 몰리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있다. 대기업의 도시락배달 자원봉사자 50명을 위해, 사회복지단체에서는 이들을 도와 저소득층 집을 안내할 또 다른 자원봉사자 50명을 불러야 하는 식이다. 기업와 자원봉사와 시민사회 영역을 효과적으로 매칭할 방법은 없을까.

“NGO나 NPO는 시민참여를 유도하는 보다 독창적인 방법을 계속 발굴해야 한다.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자원봉사 자원이나 인력을 모으는 게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어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즉각적으로 융통성 있게 제공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마련돼야 사람들이 원할 때 올 수 있다.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 임직원을 위한 맞춤용 프로그램이면서, 지역사회의 니즈에 부합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30분, 60분 정도 자기 책상에서 온라인을 통한 자원봉사 활동도 이뤄진다. 구글은 검색엔진을 만들어서 모든 자원봉사 활동을 검색하고 서로 연계할 수 있다. 앞으로 미디어와 SNS를 활용한 자원봉사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한국은 미국, 유럽에 비해 시민사회 기반이 약한 데다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태다. 기업과 시민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업과 NGO, NPO를 연결하는 매개자가 필요하다. 기업은 임직원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을 원하고, NGO와 NPO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과 재정적 지원을 원한다. 기업은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NGO와 NPO는 지역사회의 고민과 아픔을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자원이 부족하다. 양쪽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이들을 매칭하는 중간자가 필요한 이유다. 포인츠 오브 라이츠(Points of Lights)가 산하 조직으로 ‘핸즈온 네트워크’를 만든 이유도, 기업 임직원을 비롯해 자원봉사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눔의 본질은 공감과 실천,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며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질수록, 이 세계를 많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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