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금)

학생·교사 간 마음 열리니 학교 팀워크 분위기 좋아져

청소년 교육 생태계를 바꿔라_’딱딱한 학교’가 달라졌어요
부천 부인중학교 학생·교사 간 교류 위해 학기 초 일주일 상담주간
행정시스템 ‘학년제’로 문제아 학생 돌봄 수월

경기도 부천 부인중학교 중앙문을 열면, 카페가 나온다. 각종 트로피와 홍보자료로 꾸며진 어두컴컴한 현관이 아니다. 원목나무가 깔린 바닥, 안락한 소파와 수다 떨기 좋은 탁자 대여섯 개, 아기자기하게 꾸민 모둠활동 자료들이 걸린 벽…. 카페 이름은 ‘다락(多樂) 카페’. 즐거움이 많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학교 옥상은 또 어떨까. 스산하고 지저분하게 버려진 공간은 옥상텃밭이 됐다. 귀농운동본부 도시농부학교 졸업생을 텃밭강사로 모셔, 1년치 환경과목을 여기서 배웠다. 11월에는 배추를 수확해 김장김치까지 담았다.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도 텃밭동아리를 만들어 참여했다.

부인중학교의 ‘다락카페’. /부인중학교 제공
부인중학교의 ‘다락카페’. /부인중학교 제공
버려진 옥상공간을 옥상텃밭으로 바꿔 환경 수업을 했다. /부인중학교 제공
버려진 옥상공간을 옥상텃밭으로 바꿔 환경 수업을 했다. /부인중학교 제공

부인중학교는 지난해 3월에 이어 올해도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학교는 왜 필요한가. 교사는 누구인가.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질문을 던진다는 건 답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부인중학교 박은희 혁신부장은 “사회 전체가 경쟁과 불안 속에서 사니까 아이들이 많이 위태위태하다”며 “학교는 이 아이들을 돌봐줘야 하고, 배움은 즐거워야 하며, 아이들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모토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47명의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며 수업 혁신을 시도키로 했다. 3월 첫날 책상을 ‘ㄷ’자 모양으로 바꿔 모둠별 수업을 시도했다. 한 달에 한 번 수업을 완전히 개방했다. 수업 참관과 수업 촬영, 동영상 분석 등을 통해 서로 수업 컨설팅을 했다.

‘아이들의 삶을 담은 자서전 쓰기’를 진행한 이윤정 국어교사는 “친구들이 쓴 자서전을 발표할 때 자기와 연관성을 찾아내며 신기해했고, 왕따 경험과 가족의 아픔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친구에게 아픔을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였다”며 “대개 목소리가 작은 친구가 발표하면 짜증내거나 소리가 안 들린다고 퉁명스레 말할 법도 한데, 놀라울 정도로 귀를 기울이며 집중하는 수업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부인중학교의 색다른 수학여행. 역사와 환경 등의 주제별로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짰다. /부인중학교 제공
부인중학교의 색다른 수학여행. 역사와 환경 등의 주제별로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짰다. /부인중학교 제공

좋은 수업 분위기를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의 ‘공감’이 필수적이다. 부인중학교에서는 아예 학기 초 일주일 동안 ‘상담주간’으로 정해, 아이들 집단상담을 했다. 자연스럽게 위험군 아이들이 드러났다. 이뿐 아니다. 학교 행정시스템을 ‘학년제’로 바꿨다. 교무부장·연구부장 등 행정중심이 아니라, 1·2·3학년 학년부장으로 나뉘는 시스템이다. 박은희 부장은 “학교가 너무 크기 때문에 팀워크를 만들 수 있는 작은 공동체로 쪼갰다”며 “각 반에서 무단결석이나 지각을 하는 아이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통’을 위한 노력도 했다. 지난해 7월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10월에는 2시간 동안 학생과 교사 간 수업·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 41.9%가 ‘존중받는다’고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수업이 재미있어짐. 나를 발견하게 됨. 친구들과의 싸움도 줄고 학생을 위한 것들이 많아짐. 학교가 더 즐거워진 것 같음. ….” 설문조사에 응한 아이들의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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