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기업사회공헌 교육현장 가다

진정한 복지 몰라 ‘답답’… 생생한 현장 소리에 속이 뻥~

“다문화 관련 사회공헌을 해도 우리 기업들은 꼭 얼굴에 티가 나는 걸 하고 싶어합니다. 얼굴색이 우리와 비슷하면 안 되죠.(웃음)”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회사에서 자꾸 성과 보고하라고 하지요? ‘언론에 확 뜰 만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없을까’ 고민하시죠?” 학생들은 또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지난 2월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열린 ‘기업사회공헌 관계자 교육’ 심화과정의 모습이다. 이날 오후 5시에 열린 첫 강의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아동·청소년 사회공헌 추진현황과 트렌드 변화’라는 주제로 열린 첫날 강의를 맡은 김지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공헌은 경쟁을 하면 안 되는데, 우리 기업들은 자꾸 1년 만에 성과를 보려고 하고 ‘튀는 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며 “기업이 잘할 수 있는 아동·청소년 관련 사회공헌 요소를 찾고 싶다면 탈(脫)시설적이고,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소규모인 곳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열린 ‘기업 사회공헌 관계자 교육’현장. 사회공헌 담당 직원들은 필기도구와 공책을 준비한 채 열심히 메모했다. /(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제공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열린 ‘기업 사회공헌 관계자 교육’현장. 사회공헌 담당 직원들은 필기도구와 공책을 준비한 채 열심히 메모했다. /(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제공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 “열공 중”

기업마다 사회공헌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요즘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열공 중’이다. 사회공헌 전담 부서가 생겨난 지 2~3년이 채 안 됐고, 그나마 홍보팀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전담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비(非)전문가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더나은미래’가 국내 30대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들을 조사한 결과 ‘전문교육’과 ‘담당자들 간의 교류를 통한 노하우’에 대한 욕구(9명)가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창희 코오롱 복지재단 이사장은 “복지현장에서 진짜 필요한 게 뭔지 알기가 어렵고, 파트너 기관인 NGO에 무조건 맡겨버리기도 어려운 문제가 있어서 늘 아동복지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었다”며 “복지관련 대학원을 가려니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이런 강의가 있어 듣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사회공헌팀 김학철 팀장은 “우리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구상하지만 아무래도 현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홈페이지나 사회공헌백서 등을 통해 다른 기업의 사례를 찾아보기도 하고 직접 복지관이나 NGO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의견을 듣기도 했는데, 현장 경험을 듣고 싶어 강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의 경우 사회공헌팀 직원 4명이 번갈아 강의를 듣고, 이를 공유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회공헌 트렌드 공유와 전문성 강화에 도움

교육에 대한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현대백화점 사회공헌팀 윤형주 대리는 “그동안 전국 팀별 1팀 1기관의 아동공부방 결연행사를 진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룹홈 등 탈시설화, 지역사회로 편입하는 복지 트렌드 등을 새롭게 알게 됐다”며 “책이나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데이터와 달리 역시 생생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우리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다국적 제약사 한국 MSD 홍보팀 사회공헌 담당 신지원씨는 “한정된 자원에서 ‘사회공헌의 진정성’과 ‘기업 홍보의 가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게 항상 어려운 과제였다”며 “강의를 들으면서 사회공헌에 대한 시각도 넓어지고,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면서 수혜처의 입장이나 고려해야 할 점 등 실제 현장에서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다솜이봉사단 전지유씨는 “내부 직원들의 변화와 사회적인 성과를 위해 더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서창희 이사장은 “아동복지 사회공헌에 대한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실무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아 약간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부분 홍보팀서 담당 비전문가 많은 게 현실
사회복지 전문가 – “튀는 사업만 찾지 말고 한 가지라도 꾸준히 지원”
기업사회공헌 담당자 – “내부 직원 변화·성과 위해맞춤 교육·정보 공유 필요”

◇맞춤형 교육, 담당자 네트워크 필요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맞춤형 교육이나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래에셋 사회공헌팀 이은선씨는 “사회공헌 업무를 맡은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전경련 사회공헌아카데미와 사회공헌정보센터 등의 사회공헌 강의를 빼놓지 않고 듣는 편이었다”며 “사회공헌 트렌드와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자체적으로 사내 CSR 독서동호회를 통해 사회공헌에 관한 공부를 하기도 하고, 사회공헌 활동 소식지 ‘파랑새 뉴스레터’를 통해 사회공헌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고객 대상으로 조사해보기도 한다. 현대백화점 윤형주 대리는 “강의뿐 아니라 아동복지기관의 특징과 장·단점 등을 소개한 자료나 도움이 필요한 기관과의 연결 등 다양한 교육 자료와 네트워크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강의를 주관한 (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김주현 교육팀장은 “기업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사업 진행 과정에서 사내외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례 발굴과 맞춤형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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