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40년간 쌓아온 노하우 공유하고 한국의 전문가와 성장해 나갈 것”

엠마누엘 고에 ‘국경없는…’ 한국 사무총장

엠마누엘 고에 '국경없는…' 한국 사무총장
엠마누엘 고에 ‘국경없는…’ 한국 사무총장

“‘국경없는 의사회(MS F)’의 노하우와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MSF를 통해 한국인들이 전 세계의 다양한 인도주의 활동을 더 많이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지난 2월 24일 만난, ‘국경없는 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엠마누엘 고에(Emmanuel Goue)씨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미얀마, 체첸, 수단 등 수많은 긴급구호 현장을 누비며 12년간 책임자로 활동한 그다. 한국에 첫발을 디딘 지금,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한국의 역량 있는 전문가와의 협력은 국경없는 의사회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971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국경없는 의사회는 40년간 무력분쟁, 전염병, 자연재해로 생존을 위협받는 이들에게 긴급 원조를 제공해왔다. 국제사회에 기여한 인도주의 활동을 인정받아 1999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현재 60여개 국에서 3000명에 달하는 국제 현장 봉사자들과 함께 구호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그리고 2012년, 국경없는 의사회의 27번째 사무소가 마침내 한국에 모습을 드러냈다.

“논의는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긴급구호 현장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기관 및 활동가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국경없는 의사회 내부에서도 한국 사무소 설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거든요. 한국 사무소에서는 현장 지원 강화를 위한 모금 사업, 한국 인력 파견, 국내 정부 기관 및 다양한 NGO들과의 협력 등 총 세 가지 부문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고에 사무총장은 “국경없는 의사회가 40년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인도주의 활동에 기여하고 싶다”면서 국경없는 의사회가 가진 세 가지 차별화 전략을 소개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독립성’을 가장 중시합니다. 개인과 기업의 기부금이 전체 재정의 91%를 차지하기 때문에, 정치적, 종교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기업 기부금을 받는 기준도 까다롭습니다. 무기회사나 의약품 접근권을 막는 제약회사의 경우처럼 국경없는 의사회의 인도주의적 비전에 배치되는 기업의 기부금은 절대로 받지 않죠.”

공적 기금(전체 재정의 7%를 차지)을 받을 때도, 한 기구가 전체 예산의 50% 이상을 넘지 않도록 조절한다.

“미얀마에 있을 때 다른 국가들이 UN을 통해 보내온 막대한 기부금을 거절한 경험이 있습니다. 공적 기금을 보낸 특정 국가가 미얀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기부금과 기금의 사용 내역의 투명한 공개는 국경없는 의사회가 독립성을 지키는 중요한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번째 차별화 전략은, 행정 전문가와 로지스티션(물자공급 전문가)의 양성이다. 국경없는 의사회 안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치료와 지원이 절실한 환자에게 의사와 구호물자를 보내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 준비와 실행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현장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로지스티션은 각 운영센터 또는 현장에서 구호 물품과 백신의 운송을 조율하고, 의료 시설을 복원하거나, 정비 차량과 통신시스템을 관리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현지 정부나 기관 관계자와 협력하고, 프로젝트의 보안규칙을 감독하기도 하죠. 행정, 재무 담당자 역시 중요합니다. 이들은 프로젝트의 재원을 확보하고, 인적 자원을 운영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죠.”

독립성, 전문 인력 양성에 이어 국경없는 의사회가 가진 마지막 키워드는 ‘헌신’이다.

“저는 직원들에게 ‘우리가 왜 지금 이곳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합니다. 긴급 구호 현장에 나가면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많습니다. 헌신적인 마음은, 넘어지고 다쳤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래서 직원을 채용할 때도 ‘헌신’을 우선으로 보죠.”

아직은 생소한 한국 땅에서, 기부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국경없는 의사회가 긴급 구호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일단 우리의 모습을 알리고 싶습니다. 순간의 동정심을 유발하기보다는, 왜 기부가 필요한지 이해한 후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진심이 담긴 신뢰는 시간이 걸려도 깨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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